극단 가인의 '장사의 꿈'공연을 기획하며

작은 무대를 사랑하는 소박한 연극인들의 도전

등록 2009.05.13 10:35수정 2009.05.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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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수백명의 관객들을 불러모으는 공연이 요즘은 심심찮게 열린다. 대부분은 서울의 기획사나 대구의 특정방송과 함께 공동으로 기획하는 대구의 소수 기획사들에 의해 진행이 되는 뮤지컬이 대표적이다. 어느 순간 대구는 뮤지컬축제와 오페라축제 등 대규모 화려한 공연들이 관객들의 문화허영심을 부추기며 공연문화의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보통 서민들이 한번 공연을 보기에는 무척 부담이 되는 공연비를 지불해야 하는 공연이 대부분인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대부분의 공연수익은 대구의 기초문화를 발전시키기 보다는 서울 대형 기획사의 이익으로 흘러들어간다. 서민들이 생활 속에서 쉽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연극공연은 흔치 않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아주 작은 극장 작지 않은 감동'이라는 세련미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서울의 유명 뮤지컬도 시도하기 쉽지 않은 한달 연속 저녁 7시 30분 공연을 휴일없이 시도하는 무모한 사람들이 있다. 수요일은 특히 연극무대에서 소외된 주부들이나 야간에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오후 2시공연을 마련하고 있다.

무척 저렴한 제작비용과 단촐한 2명의 배우 그리고 스탭까지 합쳐 다섯 손가락으로 충분히 셀만한 인력으로 30명이상 수용이 어려운 아주 작은 소극장에서 '장사의 꿈'이라는 공연을 준비한다는 소식에 여러 인연으로 함께 하게 되었다.

'장사의 꿈'연출과 제작을 맡은 김성희 선배는 2004년 극단 '함께사는세상'의 '춘향전을 연습하는 여자들'공연 기획할 때 만났다. 대구민예총의 연극 분과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고 대구에서 오랫동안 무대를 지켜오고 있다. 극단 '가인'을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끌어 온 선배다. 연극관련 대본도 쓰고 다양한 활동들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장사의 꿈 연출의도에 대해 김성희 선배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장사의 꿈은 시대를 막론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젊은이의 좌절과 꿈을 형상화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대도시의 건설과 더불어 몰락해가는 공동체 사회에서 파생되는 소외된 사람들이 아직도 이 사회에서 적응을 못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작은 소망이 거대한 자본으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도시의 어두운 골목으로 내몰려져 사라져가는 차일봉의 비참함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이를 풍자와 해학 속에 그리고자 하며 단지 비극이 아닌 한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가슴에 품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자 합니다."


모두가 주인공이지만 그 중 장사역을 맡은 젊은 배우 장종호는 2002년 2인극 '동물원이야기'라는 연극을 기획할 때 처음 만났다. 우연히 처음 연극관련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 음향을 담당한 대경대 연극영화과 1학년 재학생이었다. 그 이후 계속 연극관련 활동을 대구에서 계속하고 있고 지금은 대구 민예총 연극분과 소속극단인 '가인'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7년만에 다시 인연이 되어 '장사의 꿈'에서 함께 하고 있다.

또 다른 주인공 이상옥은 2002년 축제문화연구소의 거리공연에서 처음 만나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고 있다. 2005년 앞산터널반대 삭발퍼포먼스를 함께 하면서 녹색인간 기획자와 배우로 그 이후 앞산꼭지로 활동했다. 장종호와 이상옥은 그 전 가인의 '팔봉이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두 배우들은 대구 연극무대에서는 지명도가 없는 신인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만은 박봉과 어려움을 이겨낼만큼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극단과 노예계약을 하지 않아도 두 배우가 알아서 연습시간을 정하고 밤늦게까지 연습실을 지키고 때로는 직접 포스터와 전단지를 들고 뛰어 다니고 있다. 연극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장사의꿈'은 청운의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나 세상의 풍파속에 도시의 밑바닥을 떠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던 어느 청년과 주변의 이야기다. 원작자 황석영 선생이 1974년 '문학사상'에 발표한 단편소설 '장사의 꿈'이다. 35년전 소설속의 세상과 지금의 현실이 너무나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최근의 한 신인여배우의 죽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배우의 꿈을 안고 인생을 걸었던 젊은 신인배우가 죽음으로 인생을 마감하는 소설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죽음으로 부조리와 부패를 폭로했지만 세상은 진실을 숨기고 은폐하기에 바빴고 힘있는 자들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큰 소리 치고 있다.

배우를 꿈꾸는 미래의 누군가가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과 진실규명에 의한 책임자 처벌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부정부패의 관행은 세월의 흐름속에서도 약해지지 않았음을 연극'장사의 꿈'과 현실의 사건을 통하여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5월 16일부터 6월 14일까지 한달동안 원작에 충실하면서 가인에서 각색한 '장사의 꿈'이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작년에 극단 가인의 사무실 겸 연습실을 작은 무대로 만들었다. 관객 30명이 들어오면 꽉차는 무대이다. 배우들의 땀방울을 직접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무대이다. 아주 작은 공간에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

명덕네거리에서 반월당으로 오면 남문시장이 있고 남문시장 건너 편 태영미디어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극단 가인의 작은무대가 나온다. 물론 지하 소극장이다. 건물에 화려한 와인바는 없지만 입구 맞은편에 서민들의 피로를 푸는 휴식공간으로 유명한 도루묵(도루매기-사투리)집이 있다. 막걸리 맛으로 유명세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지하로 내려가면 아늑한 사무실 겸 관객 대기실이 거실처럼 꾸며져 있다. 연극무대를 연상시키는 대기실에서 차를 마시며 공연을 기다릴 수 있다. 작은 카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소극장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작은 공간에서 땀흘리는 연극인들의 땀방울은 미래의 희망으로 뿌려질 것이고 대구의 기초 공연문화도 튼튼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첨부파일
인터넷-홍보용-포스터.jpg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대구참여연대 소식지 '함께꾸는꿈' 3,4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사의꿈 #대구연극 #소극장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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