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갈월동 사랑나눔푸드뱅크를 찾은 한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매장에서 물품을 고르고 있다.
유성호
기초수급자 매월 1만명씩 증가... 기부액은 '주춤'대부분의 푸드뱅크는 푸드마켓과 함께 운영되고 있다. 푸드마켓은 기업이나 일반 시민으로부터 기탁 받은 음식이나 생필품을 일반 슈퍼마켓과 같이 진열해두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든 상설 무료마켓이다. 운영자가 식품을 일괄적으로 기탁 받아 수요자에게 일괄적으로 나눠주는 푸드뱅크와 달리 수요자 처지에서 원하는 식품을 필요할 때에 제공받을 수 있다.
푸드마켓은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저소득층 가정이 회원제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기탁물품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좀 더 많은 회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월 1회 네 가지 품목씩으로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80㎡ 남짓한 용산 푸드마켓에는 치약·샴푸·쌀·밀가루·간장·식용유·초콜릿·과자·휴지 등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다. 용산구에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3000명이 넘지만 푸드마켓을 이용할 수 있는 회원은 1300명 정도다. 그럼, 나머지 1700명은? 푸드마켓을 관리하고 있는 송재호씨는 "기초수급자들에게 다 줄 수 있을 만큼 기부량이 충분하지 않다"며 설명했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기초수급자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며 12월 152만9239명까지 줄었다가 올 1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매월 1만 명 이상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기부의 손길은 정체돼 있거나 오히려 줄고 있다.
1998년 푸드뱅크가 도입된 이래 기부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최근 2~3년 사이에는 기부량이 감소하면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2005년 기부액이 현금으로 환산해 395억7735만원이던 것이 2008년에는 422억6287만원으로 미미한 증가를 보이는 데 그쳤다.
송재호씨는 "마켓에 오시는 회원 중에는 가져갈 물품이 없다거나 더 달라면서 짜증내는 분들도 계신다"며 "한 분이 오셔서 더 달라고 하면 줄 수는 있지만, 여러 명이 한꺼번에 더 달라고 하면 못 준다. 그럼 다른 사람들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전 10시 10분경 푸드마켓을 찾은 전금순(76) 할머니는 매장 곳곳을 뒤지면서 연신 "가져갈 게 별로 없어"라는 말을 하소연하듯이 되뇌였다. 전 할머니는 우선 쌀·밀가루·샴푸를 챙겼다. 하지만 "라면이나 국수가 있었으면 좋겠는데"라며 네 번째 상품을 선뜻 찾지 못하고 헤맸다. 전 할머니는 소금과 조미료를 몇 번이고 들었다 놨다 하면서 한참 고민을 하더니, 결국 소금을 들고 씁쓸히 돌아섰다.
물론 물량이 부족한 것에 대해 불평을 하는 회원은 극소수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그나마 생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고마운 마음으로 기부품을 받아가고 있다.
정미례(70세)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6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방세 30만원과 전기세·난방비 등을 주고 나면 10만 원가량이 남는다고 한다. 정 할머니는 "여러 가지로 먹는 것이 수월치 않다"며 "다행히 이렇게 (회원)카드를 줘서 쌀 같은 것을 가져다 먹고 있는데, 죽지 않고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할머니에게 "더 필요한 게 있는데, 없어서 못 가져가는 게 있느냐"고 물었더니, "우리가 뭣이 잘났다고 그런 것을 생각하겠느냐. 주면 주는 대로 먹어야지"라며 정색을 하고는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