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의 등록금은 이제 한 학기에 400~ 700만원을 넘나든다. 물론 국립대학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지만 일반 사립대의 경우는 거의 이 정도의 수준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대학원을 고려한다면 가히 박사가 되기 위해 드는 등록금만해도 1억을 훨씬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한국의 대학생의 수는 인구대비 가히 세계 최고의 비율을 자랑한다. 대학 졸업장의 유무가 아직까지도 한국사회에서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업을 위해서는 거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대학 졸업은 기본이고 그 외에 공교육에서 부족했던 영어와 기타의 적지 않은 조건들이 또 충족되어주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25 혹은 30이 다 되어가도록 때로는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는 몰라도 독일(오스트리아를 포함)은 다르다고 한다. 일단 그들은 학비가 한 학기에 100만원도 되지 않는다. 또한 그나마도 무료이었던 것이 근래에 들어와 학생신분이라면 주어지는 각종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사람들이 자꾸만 대학에 남아있으려 하기에 사회에 고급의 인력이 투입되지 못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 수백만원에 해당하는 학비를 대느라 알바에 치일 필요도 없으며 또 부모에게 크게 의지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나이가 20살이 넘어가면 이들은 자신들이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독립성을 일찌감치 배운듯이 보였다. 실제 그곳에 거주하는 분들로부터 들은 바로는 부모가 아무리 부자여도 자식에게 아르바이트를 시킨다는 것이다. 이건 부모 돈이지 너의 돈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아주 어릴때부터 각인 시킨다는 것, 또한 부모와 자식은 엄연히 별개의 존재라는 것을 당연시 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들에게도 꽤 부유한 집 중에, 과외나 상류층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가르치기 위해 학교 교육 이외의 많은 돈을 들이는 사람들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 통념과 실제 사회적 system 어느 쪽이나, 대학을 꼭 나와야 할 절박한 이유는 없다. 대학은 공부를 하기 위해 가는 곳인 만큼 실제로 공부에 관심이 없는 이들은 다른 쪽으로 자신의 진로를 개책해도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을 나온 이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이의 월급의 차이가 우리나라 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대학을 나와서 많은 돈을 번다 하더라도 세금에 민감한 독일 정부가 번 만큼 거두어 들인다는 원칙을 비교적 철저히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독일아니 오스트리아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적어도 세금에 있어서는 그곳이 자본주의 보다는 사회주의 시스템에 훨씬 가깝다고 했다. > 결국엔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주 자연스럽게 반드시 대학 교육은 필요로 하는 자들에게로 집중 될 수 있다. (이러한 물리적, 환경적 상황이 고려되지 못하면서 독일은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부모가 안보내, 라는 식으로, 머리와 꼬리 다 잘라 접근하는 말들은 사실 현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것일 뿐이다)
또한 널리 알려진바대로 독일에서 학위를 받기는 결코 쉽지 않아서 대학이 그저 등록금만 내고 어느정도의 학점만 따면 졸업할 수 있는, 실속없는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곳으로 전락하기에는 애당초 불가능 하다는 것 또한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국가임에도 대학생이 인구의 비율상 많이 낮다는 것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혹자는 그래도 대학을 나온 사람들과 대학을 나오지 않은 것은 다르다고 손쉽게 말하지만 나는 이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얼마전 독일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한 다큐를 한국 방송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곳의 기술자들은 다른 나라에서 한 번 검사할 것을 3~4번씩 점검하여 하나의 자동차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자동차 기술공이 대학을 나오는 비율로 구분되어진다면 독일 자동차의 명성은 우리보다 낮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건 바로 이런 숨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또 다른 비판, 즉 그래도 대학이란 곳이 일반의 교양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으니라는 식으로 정당화되는 지적에도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름난 대학을 나와도 철학서나 인문서 한번을 보지 못하거나 안보고 졸업하는 한국 대학을 감안하면 실제 어릴적부터 공교육에서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려고 노력하는 교육에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남에게 피해주는 행동인지 아닌지도 구분하지 못하고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과연 대학생의 비율이 세계최고라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른바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영어로 의사소통하는것조차 두려워지는 한국식 영어 공교육에서부터, 지식을 위한 지식만을 배우기 급급한, 새벽 2, 3시까지 대학 입학을 위한 암기식 공부를 위해 부모가 학원 앞에서 차를 대기 시켜 놓고 기다리는 한국의 교육이 과연 대학생의 비율로 그 질을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인지 나는 의심스럽다.
실제 내가 독일 북부의 한 도시에서 묵었던 집의 딸과 사위는 모두 독일에서 의사의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건 명예직이지 한국처럼 (물론 요즘 한국 의사들도 돈 벌기 쉽지는 않다고들 하지만 ) 빈부의 격차가 엄청 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의식이 변해야 한다고 쉽게 말하지만 사실 내가 보고 느낀 바로는 의식은 현실이라는 물리적 조건이 그에 상응하지 못하면 결코 그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의식적으로만 대학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한들 실제 졸업의 유무가 그 이후의 삶에 치명타를 가져다 주는 한국과 같은 시스템이라면 오히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 바보가 되기 싶기 때문이다.
배움이 장사가 되지 않는 곳, 지식과 더불어 무엇보다 생각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는 곳, 새로운 성인 세대가 20세 물리적 나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성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곳, 대학 졸업장의 유무가 빈부의 차이를 따라잡기 힘들만큼 벌려놓지 않는 곳, 돈은 버는 만큼 세금으로 나가지만 그만큼 사회보장도 보다 철저하게 관리 될 수 있는 곳, 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 한 방송사 프로그램의 '미녀들의 수다'라는 곳에서 독일인 처자 미르야(Mirja Maletzki)씨가 "한국 젊은이들은 부모님의 등골을 다 빼먹는다"라고 발언한 것이 잠깐 도마위에 올랐었나 보다. 하지만 그게 왜 그녀가 비난받아야 되는지 나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실제로 그녀의 말은 옳기 때문이다. 아니 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에 비하면,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이의 눈을 감안하면 더욱이. 하지만 (미르야씨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이 문제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만 그 화살이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은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도 내 부모의 등골을 빼먹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학기 80만 원 등록금이면, 대학의 졸업장의 유무가<물론 요즘은 졸업을 해도 문제지만> 치명적이지 않다면, 또한 설사 교육비라도 부모가 반드시 대주어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잡지 못하는 사회의 분위기라면 우리의 사정도 사뭇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2009.05.15 10:57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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