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 앞에서 촛불을 켜 놓은 채 저녁 식사를 하는 조문객들.
박상규
"이래 말하면 안 되지만, 노 대통령이 우리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주네예. 참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예. 노 대통령님, 맛있게 잘 묵겠습니더."
김영관(44)씨의 왼손에는 국밥 한 그릇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오른손엔 촛불이 들려 있었다. 그의 옆에 있는 초등학교 5학년 딸도 국밥과 촛불을 들고 있었다.
"보자, 자리가 어딨나. 저~기 있네. 지영아 절로 가자. 아빠 따라 온나."아버지와 딸은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천막 위로는 전등이 밝게 켜져 있었지만 부녀는 촛불을 끄지 않았다. 촛불 두 개는 딸과 아버지 사이에 놓였다. 아버지는 후후 불어가며 더운 국밥을 입안으로 떠 넣었다. 딸 역시 숟가락에 얹힌 뜨거운 국밥을 호호 불며 천천히 씹었다. 아버지가 "맛있나"라고 묻자 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26일 저녁 8시 특별할 것 없는 김해시 봉하마을의 한 풍경이다. 어둠이 내렸지만 조문객들의 발길은 줄지 않고 있다. 조문을 마친 사람들을 맞이하는 곳은 야외에 마련된 '식당천막'.
"배고프신 분들 이쪽으로 오세요! 식사하고 가세요! 국밥과 떡이 마련돼 있습니다! 식사하고 가세요~!"자원봉사자 양모(52)씨는 사람들을 식당천막으로 안내한다. 식당천막에서는 중년 여성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30여 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부는 밥을 푸고, 일부는 국을 끓인다. 외부에서 공수해온 밥은 그야말로 산더미이고, 쇠고기국이 펄펄 끓고 있는 대형 솥은 10개가 넘는다.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은 밀려들고 흰 쌀밥 위에 쇠고기를 담는 아줌마의 이마엔 뜨거운 국물 같은 땀방울이 송송 맺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