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의 기운 때문일까, 모든 것이 나른해 지는 5월은 내게 있어서 힘든 시기였다. 계획한 일 마다 실패해서 마치 내가 인생의 낙오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은 견딜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신경이 날카로워져 가족에게, 동료에게, 연인에게 해서는 안될 말까지 나도 모르게 내질러 놓고 뒤늦게 밀려오는 후회감, 모든 일상에 따라다니는 짜증이 나를 점점 한심한 인간으로 몰아넣었다.
이러한 응어리는 연인과 데이트를 해도, 친한 동료와 소주잔을 기울여도 풀리지가 않아서 점점 지쳐가는 나를 달래기 위해 그날은 학교대신 처음으로 하는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보기로 결심했다. 여행지는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신도라는 섬으로 정했는데, 이 섬은 드라마 풀하우스의 촬영지여서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 이었다.
신도로 들어가는 배를 탈 수 있는 삼목선착장을 가기위해서는 710번 버스를 타야 되기 때문에 나는 동인천역에서 306번 버스를 타고 서부공단 정류장에서 710번 버스로 갈아탔다.
삼목선착장에서 신도로 들어가는 배는 1시간 간격으로 있어 11시 10분배에 올랐다.
혼자 하는 첫 여행 때문인지 내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고, 실패로 인해서 힘들어했던 시간들이 떠올라 배에 오르는 순간부터 눈물이 흘렀다.
신도에 도착하니 막상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표 파는 곳 아저씨께 도움을 받아서 1시간 마다 신도-시도-모도를 운행하는 공영버스를 탈 수 있었다. 마을회관에서 내리면 자전거를 빌려주는데, 이곳이 풀하우스의 입구라고 한다. 자전거는 모두 1인용으로 2시간에 2천원이다.
신도는 버스 교통이 미약하여 자가용을 가져오지 않으면 여행하기 매우 힘든 섬이었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8분정도 가면 풀하우스의 촬영지가 나오는데, 관람비는 5천원이다. 플하우스 촬영지를 대충 둘러보고, 근처 바닷가에 엉덩이를 붙였다. 아까 도움 받은 표 파는 곳에서 산 캔 맥주를 혼자 마시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니 또 눈물이 흘렀다.
모든 첫 경험은 사람을 이렇게 가슴 벅차게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지쳐있던 일상에서 일탈하여 여행을 왔기 때문일까. 그동안의 응어리가 풀리면서 지금껏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저질렀던 만행이 미안해져 가슴이 아파왔다. 다른 곳도 둘러보고 싶었지만 당장은 가족들이 너무나 보고 싶어서 자전거를 타고 마을회관에 돌아왔다.
30분을 기다리고서야 공영버스에 올라서 4시 30분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랜만에 웃으면서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니, 텅 비었던 마음이 채워지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혼자만의 여행은 힘들었던 마음을 달래주고,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공간을 허락해 준다. 또 엉엉 울다보면 가슴속의 응어리가 다 녹고 문득 외로움이 찾아와 주위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준다. 내겐 벅찬 첫 경험이었다.
2009.05.27 08:48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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