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그만침 혔으믄 잘 혔쥬, 양심있게"

고 노 전 대통령 분향소, 군산시민회관 등 네 곳 설치

등록 2009.05.27 11:07수정 2009.05.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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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군산 시민문화회관 제1전시실에 설치된 분향소, 분위기는 차분했고,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군산 시민문화회관 제1전시실에 설치된 분향소, 분위기는 차분했고,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 조종안

군산 시민문화회관 제1전시실에 설치된 분향소, 분위기는 차분했고,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 조종안

 

군산시는 25일 오후 5시 시민문화회관 제1전시실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설치하고 24시간 추모객을 받고 있다. 시민회관 건물 입구에는 노사모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추모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분향소 관리책임자 군산시 임용기 산림녹지과장은 각 과에서 과장을 비롯한 8명이 차출되어 장례식이 끝나는 오는 29일 오전까지 번갈아가며 추모객 안내 및 분향소 관리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날 시민문화회관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24시간 후인 26일 오후 5시 현재 추모객은 1800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가 25만 남짓 되는 지방 소도시에 분향소가 네 곳인 것을 고려하면 적잖은 숫자로 파악된다.

 

분향소에는 강봉균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과 문동신 군산시장, 시 의장 및 노무현과 유시민을 지지하는 단체에서 보낸 화환만 진열되어 있지, 한나라당 군산지구당이나 보수단체에서 보낸 화환은 보이지 않았다.  

 

추모객들의 다양한 표정

 

a  엄마, 언니와 함께 왔다는 황서연 양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정성스럽게 쓰고 있다.

엄마, 언니와 함께 왔다는 황서연 양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정성스럽게 쓰고 있다. ⓒ 조종안

엄마, 언니와 함께 왔다는 황서연 양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정성스럽게 쓰고 있다. ⓒ 조종안

 

엄마랑 언니랑 함께 왔다는 황서연(8)양은 하얀 종이에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 5년 동안 우리나라를 돌봐주시고 돌아가시다니요...좋은 데로 가고 대한민국은 잊지 마세요. 사랑합니다"라는 편지를 정성스럽게 써나갔다.

 

소룡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황양에게 "노무현 대통령을 아세요?"라고 물으니까 "잘 모르는데 엄마가 사진도 보여주고 얘기도 들려줘서 알았어요, 슬퍼요"라고 대답했다. 황 양은 수줍어하면서도 묻는 말에 또박또박 대답했는데, 헤어질 때는 상냥한 목소리로 "안녕히 가세요!"라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a  명록에 기록하는 추모객들. 하나같이 무겁고 진지한 표정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명록에 기록하는 추모객들. 하나같이 무겁고 진지한 표정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 조종안

명록에 기록하는 추모객들. 하나같이 무겁고 진지한 표정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 조종안

 

분향소가 차려진 제1전시실에는 차분한 가운데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혼자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오는 추모객이 많아 눈길을 끌었고, 표정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가 국민에게 주는 충격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a  분향을 마치고, 울먹이며 나오는 군산 기계공고 1학년 김관용 군. 서거 후에 노 무현 대통령을 알기 시작했다는 김 군은 급우들에게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분향을 마치고, 울먹이며 나오는 군산 기계공고 1학년 김관용 군. 서거 후에 노 무현 대통령을 알기 시작했다는 김 군은 급우들에게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 조종안

분향을 마치고, 울먹이며 나오는 군산 기계공고 1학년 김관용 군. 서거 후에 노 무현 대통령을 알기 시작했다는 김 군은 급우들에게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 조종안

 

분향을 마치고 울먹이며 나오는 군산기계공고 1학년 학생 셋을 만나보았다.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누구인지 잘 몰랐으나 돌아가시고 나서 인터넷을 통해 일본이나 미국 등 외교에는 당당하고 국민에게는 고개를 숙일 줄 아는 겸손하고 깨끗한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울음을 참지 못했다.  

 

울먹이면서도 묻는 말에는 차분하게 답변하는 김관용군은 "내일 학교에 가면 분향하면서 느낀 소감과 인터넷을 통해 배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보를 급우들에게 설명해줄 것"이라면서 대통령님이 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규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만침 혔으믄 잘 혔쥬, 양심있게"

 

a  영정 앞에서 발을 뗄 줄 모르고 흐느끼는 할머니(왼편). 느린 충청도 사투리였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절규로 느껴졌다.

영정 앞에서 발을 뗄 줄 모르고 흐느끼는 할머니(왼편). 느린 충청도 사투리였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절규로 느껴졌다. ⓒ 조종안

영정 앞에서 발을 뗄 줄 모르고 흐느끼는 할머니(왼편). 느린 충청도 사투리였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절규로 느껴졌다. ⓒ 조종안

 

할머니 한 분은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 앞에서 자리를 뜰 줄 모르고 흐느꼈다. 아들이라도 죽은 것처럼 근심과 슬픔이 얼굴에 가득했는데, 필자가 다가가 인사하자 "그짓말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보다 맘이 더 아퍼유"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무척 서러우신 것 같은데 왜 혼자 오셨어요?"

"나 혼자 살은게유.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혼자 살고. 그려서 비통헌 맘으로 힐차(휠체어) 타고 왔어유."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는데요?"

"일흔네 살유. 국민일보를 보거든요. 저 혼자 살어도 신문이 와유. 교회를 믿응게. 근디 신문을 봉게 여기서 분향을 헌다고 나왔드라구유. 병원에 가니라고 나와가꼬 혹시 허는가 안 허는가, 봉게 참말로 헌데유. 그려서 혈압약을 타가꼬 감서 이렇게 들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언제 들었어요?"

"23일 날 아침부텀 지금까정 쭉 커니 지켜봤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으면 말해주세요." 

"억울허게 죽은 거 같어서 너무 맘이 아픕니다. 전두환 대통령 같은 양반들은 지금도 쩡쩡허게 부끄럼 없이 사는디, 그것 쪼곰 혔다고 혀서, 이 양반이 독헌 분이 아니라 이렇게 가신 것 같어가지고 마음이 더 아픕니다. 내가 내나 울었습니다.(울음) 너무 맘이 아퍼서···. 저 이렇게 풍신난디 사진을 쩍으믄 뭐 헌데유."

 

"할머니 사진을 찍어서 신문에 내도 괜찮겠지요? 그리고 처음에 무엇이 좋아서 노무현 대통령을 찍으셨나요?"

"우리는 늙었응게 모르는디, 큰아들이 서울서 사는디 전화가 왔어유, 노무현 찍으라고..그려서 지네 아버지가 '야 노무현은 국회의원 나와서 두 번이나 떨어졌는디 그런 양반이 어떻게 대통령을 허시겄냐!'라고 허니께 아들이 아니라고 험서 이번에는 젊은 분이 돼야 헌다고 혔어유. 그려가지고 우리는 찍었지유. 누가 되믄 얼마나 잘 허겄어유. 그만침 혔으믄 잘 혔쥬 양심있게. 저는 그렇게 생각헙니다. 너무 맘이 아픈게유 자다가도 깨지고요. 생각허믄 너무 슬퍼유."

 

"감사합니다. 할머니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고민하지 마세요."

 

죄인 같다는 이만수 전 시의장

 

a  상주가 되어 추모객들을 맞이하는 이만수 전 시의회 의장(맨오른쪽에서 두 번째). 몸은 피곤하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상주가 되어 추모객들을 맞이하는 이만수 전 시의회 의장(맨오른쪽에서 두 번째). 몸은 피곤하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조종안

상주가 되어 추모객들을 맞이하는 이만수 전 시의회 의장(맨오른쪽에서 두 번째). 몸은 피곤하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조종안

 

검은 양복을 입고 추모객을 맞이하는 이만수 전 군산시의회 의장은 매향리 사격장을 군산 앞바다 직도사격장으로 옮기려고 할 때 투쟁으로 맞서면서 참여정부와 노 대통령을 비판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군산발전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이 전 의장은 자신이 노사모 리더이면서도 노 대통령을 비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군산 시민과 군산 발전을 위해 보상금을 더 많이 타내려는 것이었지 결코 '노짱'의 정책을 반대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돌아가시고 나니까 죄인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전 의장은 직도사격장 문제를 해결하려고 12만이 넘는 서명운동과 열사흘 반나절 동안 단식투쟁을 해서 군산발전기금을 얻어낼 수 있었는데 당시 참여정부와 싸웠던 것을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군산에는 시에서 설치한 문화회관 제1전시실을 비롯 월명공원 아래 흥천사, 군산대학교 교내, 문화동 강봉균 의원 사무실 등 네 곳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객을 받고 있다. 문동신 군산시장을 비롯한 전북지역 기초단체장들은 25일 김완주 전북 지사와 함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5.27 11:07ⓒ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서거 #분향소 #노짱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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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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