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세부 선택 화면
박준규
나는 이 선택사항 체크를 함에 있어 또다시 장시간을 망설여야 했다. 뇌사상태가 되었을 때 내 장기들을 기증할 것이냐, 내가 죽었을 때 기증할 것이냐 아니면 살아서도 장기일부를 기증할 것이냐에 수없이 많은 갈등이 생겨서다. 선택을 하면 바로 내일이라도 누군가에게 기증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고 이런저런 묘한 기분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그 세 가지 유형 중에서 나는 '사망 시 장기기증'이란 것에만 체크를 하고 (등록)저장 버턴을 누르고 말았다. 즉, 내가 죽었을 때 내 각막, 신장, 췌장, 췌도를 타인에게 기증한다는 것에만 동의한 것이다. 끝내 나는 비겁한(?) 장기기증희망등록을 한 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