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길 배웅,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이름없는 두 '노의 남자'의 마지막 배웅... 전속사진사 장철영, 운전기사 최영씨

등록 2009.05.28 23:00수정 2009.05.2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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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미공개 사진] 휴일 손녀에게 과자를 주려고 하면서 장난을 치는 노무현 대통령. (2007.9.13)

[미공개 사진] 휴일 손녀에게 과자를 주려고 하면서 장난을 치는 노무현 대통령. (2007.9.13) ⓒ 고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 제공


[전속 사진사 장철영씨] "영결식 사진 촬영,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사진만 100만장 찍은 것 같습니다. 영결식 사진 촬영도 제 몫인데···.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이름 없는 '노의 남자'. 그는 끝내 울먹였다. 황망히 하늘을 쳐다보며 눈물을 훔쳤다. 장철영(38). 그는 대통령 노무현의 전속 사진사였다. 2003년 11월 청와대에 들어가 노 전 대통령의 사진만 찍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약 100만장에 이른다. 그에게 대통령 노무현은 유일한 모델이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다가 27일부터 공개된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은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의 사진 속에서 노 전 대통령은 손녀와 과자를 먹고, 자전거를 타고 있다. 때로는 담배 한 개비 입에 물고 서류를 보고 있으며, 참모들과 회의를 하다가 지쳐 소파에 누워 자고 있다.

사실 장씨는 경호원 다음으로 노 전 대통령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남자였다. 노 전 대통령이 잠들어 있는 호텔 거실도 출입했고, 전용기도 함께 탔다. 외국 순방에도 함께 동행했고, 노 대통령이 손녀와 함께 자전거를 탈 때도 힘껏 달려가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가 누른 카메라 셔터를 통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노무현이 잡혔고, 수많은 '노간지'는 탄생했다. 이번에 노 전 대통령 미공개 사진을 공개하기 위해 오래된 사진을 고르면서, 그는 통곡하고 말았다.

"아버지 같고 동네 아저씨 같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는데···. 정말 가슴이 무너져서 혼났습니다."


장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적인 사진들이라 그동안 공개하지 못했던 것들인데, 많은 국민들이 그리워해서 유가족과 이야기해 공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은 사진 속의 '인간' 노무현을 좋하지만, 사실 노 전 대통령은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고 장씨는 전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노 전 대통령님은 '고마해라, 됐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누군가 사진을 자꾸 찍으면 신경이 쓰이고 부자연스러워지니까요. 형식적이고 딱딱한 분위기를 무척 싫어했던 분이었습니다."

그런 노 전 대통령도 가끔은 그가 찍은 사진을 맘에 들어했다. 장씨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손녀와 함께 과자 먹는 사진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장씨는 노 전 대통령에게 그 사진을 작은 액자에 담아 선물했었다.

a  [미공개 사진] 회의를 마치고 잠시 소파에 누워 휴식하는 노무현 대통령. (2007.1.31)

[미공개 사진] 회의를 마치고 잠시 소파에 누워 휴식하는 노무현 대통령. (2007.1.31) ⓒ 고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 제공


또 장씨는 대통령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할 수 있는 극소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공식적인 행사 사진을 찍을 때 종종 "가운데로 가십시오"라는 말을 하며 '연출'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은 그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자네는, 나에게 명령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야."

하지만 이제 장씨는 더 이상 자신의 '유일한 모델'에게 명령할 수가 없다. 그는 모델을 잃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더 이상 '고마해라, 됐다'라고 말할 수 없는 처지다. 장씨는 29일 노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기록해야 한다. 그에게는 가혹할 수밖에 없는 임무다.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 장철영씨의 손가락은 무척 떨릴 것 같다.

[21년 운전기사 최영] 청와대도, 봉하마을도, 그리고 영결식까지

또 한 명의 이름 없는 '노의 남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을 배웅한다.

최영(45). 그는 24살이던 1988년부터 지금까지 21년 동안 노 전 대통령의 차를 운전했다. 최씨가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건 1988년 13대 총선에서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부터다. 

a  2008년 8월 13일. 생가마당에서 방문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님. 손녀 서은양이 신기한 듯 관람객들을 보고 있다.

2008년 8월 13일. 생가마당에서 방문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님. 손녀 서은양이 신기한 듯 관람객들을 보고 있다. ⓒ 고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


이후 최씨는 단 한번도 노 전 대통령 차의 운전대를 놓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낙선을 하든, 장관을 하든 늘 운전대를 놓지 않았다. 그리고 청와대에도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들어갔고, 퇴임 후에도 가족과 함께 봉하마을로 내려왔다.

결국 최영씨는 29일 영구차 운전까지 맡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여의도 국회와 청와대로 모셨던 최씨. 노 전 대통은 그런 최씨의 도움을 받아 흙으로 돌아간다.

29일 운전대를 잡은 최씨의 손 역시 떨릴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최영 #장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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