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품으로 돌아온 청남대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충청권 현안사업

등록 2009.06.01 10:05수정 2009.06.0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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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누구도 생각지 못한 대통령 별장 반환을 추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접근이 철저히 차단된 청남대를 지역민에 선뜻 돌려줬다. 대통령 스스로 탈 권위주의를 직접 실천한 상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마지막 남은 대통령 전용 별장인 '청남대(남쪽 청와대)'. 국가 1급 경호시설로 4중의 경계철책이 설치됐던 이곳이 지난 1983년 대청호반에 들어선지 20년 만인 2003년 4월 18일 첨여정부 노 전 대통령의 반환 약속에 따라 일반인에게 개방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이같은 지역민을 위한 배려(?)는 수도권으로부터 소외되고 푸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도민들에게 더 이상 중앙정부로부터 소외되지 않았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당선 전인 지난 2002년 10월 말 충북 청주를 방문해 "국민대권의 시대가 열렸다. 청남대를 낚시터 등으로 개방해 주민들에게 돌려주겠다"며 청남대 개방과 주민반환을 공약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이후 취임 11일 만인 2003년 3월 6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청남대 개방 및 주민 반환 공약과 관련해 "충북지사와 협의해서 처리하라"고 정무수석실에 지시한데 이어 같은달 17일 "이왕이면 주민들이 꽃구경을 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청와대와 충북도간 청남대 개방 준비가 급물살을 탔다. 당시 이원종 충북지사도 청남대 반환을 환영했다.

 

지난 1983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 지시로 지어진 청남대(184만4843㎡)는 대청호 주변을 경계구역으로 설정해 지역주민의 재산권을 철저히 제한해 왔다. 청남대는 그동안 철저히 베일에 싸여 국민과 대통령 간 '거리감'의 상징이었으며 지도상에도 표시되지 않았다가 일반에 공개된 것도 1999년이 처음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여름휴가와 명절휴가를 비롯하여 매년 4~5회, 많게는 7~8회씩 이용하며 20여년간 모두 88회 400여일을 이곳에서 보냈다.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속에 대통령에게는 커다란 결단이 요구될 때가 많았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정운영의 중대한 고비에서 청남대에 머물며 정국에 대한 구상을 했고 이때 내린 결단들은 역사를 뒤바꿔왔다. 이 때문에 '청남대 구상'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된 청남대는 각종 소문도 무성했으나 외부에 공개되자 소문 만큼 호화스럽지는 않았다. 청남대 개방 이후에는 역대 대통령의 별장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홍수처럼 밀려들면서 개방 첫 해만 53만여명이 찾는 등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모았다.

 

특히, 지난 2004년 한해 동안에만 방문객 수가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자리잡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청남대 개방 기념식에서 "대선 후보 시절 청남대를 주민에게 돌려주겠다던 약속을 지키게 됐다"며 "국민과 함께 여러분과 함께 결정하고 이것을 이용한다는데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방 6주년을 맞는 지금의 청남대는 큰 폭의 방문객 감소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2005년 73만7000여면으로 크게 줄더니 관람객 수가 4년만에 절반으로 추락했고 연간 10억원대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인터넷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신청자가 많았던 개방 첫해와 상당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개방 당시 "청남대가 관광 명소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만큼 전문경영인제도를 위한 외부 경영체제 개편 등 현재의 운영체계와 사업 방향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충북경실련 관계자는 "청남대 개방은 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과 시민단체 주민들의 요구해 의해 성사됐던 사안이었던 만큼 시민단체와 주민, 충북도가 머리를 맞대 청남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6.01 10:05ⓒ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청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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