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연대하듯, 박종태와 연대하라

박종태가 죽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었다면 노무현의 죽음은 없었을 것이다

등록 2009.06.01 20:56수정 2009.06.0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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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태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마치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는 참가자들.
'박종태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마치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는 참가자들.오마이뉴스 장재완
'박종태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마치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는 참가자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그의 죽음은 명백한 타살이다. 죽음을 선택한 건 그였지만, 그를 죽음 외에 아무 것도 선택 할 수 없는 극한 상황으로 몰아 넣은 건 이명박 정부의 탄압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가 아니다. 서른 여덟 살 화물차 운전 노동자 고 박종태씨 이야기다.

 

 화물연대 고 박종태씨
화물연대 고 박종태씨민주노동당
화물연대 고 박종태씨 ⓒ 민주노동당

고 박종태씨의 죽음은 택배 수수료 30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3월 15일 대한통운 광주지사는 택배 노동자에게 약속한 수수료 30원 인상을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노동자들은 계약서상 사측 업무영역인 분류작업을 거부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사측은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는 문자를 보냈고, 3월 17일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 전원 해고(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맞서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장이었던 박종태씨는 해고자 복직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대한통운은 일체의 대화를 회피했고,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해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연행하고, 박종태씨에게는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

 

한 달 반 이상 이어진 투쟁에도 불구하고 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박종태씨는 4월 29일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이기자"라는 글을 남기고 사라졌고, 5월 3일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저의 죽음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최소한 화물연대 조직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것, 힘없는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지 43일이 되도록 아무 힘도 써보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기 위해 선택한 것입니다."

 

그가 남긴 유서에 담긴 죽음을 선택하게 된 이유이다. 그가 떠나간 자리에 아내와 열 살 딸 아이, 일곱 살 아들 아이가 남았다.

 

그는 죽었으나 달라진 건 그리 많지 않다. 대한통운은 일간지 광고를 통해 그의 죽음이 대한통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할 뿐 해고자 76명의 복직을 위한 대화는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분노를 물대포와 방패를 동원하여 진압했고, 언론들은 노동자들이 죽창을 들었다며 딴지를 걸었다. 그의 절박한 호소는 더 큰 메아리가 되지 못한 채 유족과 동료 노동자들을 애 태우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슬프고 애통한 일이다. 그 역시 자살이라는 형태를 띠었으나 실상은 이명박 정부의 정치보복에 의해 타살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를 추모하기 위해 봉하마을로, 시청 앞으로, 전국 각지에 설치된 분향소로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그를 위해 흘리는 눈물이 바다를 이루고,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그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치러졌고, 그의 뜻을 이어 받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노동자 박종태 역시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한 사람이다. 박종태씨의 동료들은 그를 '참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자기 것처럼 여기고, 해고된 76명의 생계를 걱정하며 자기의 목숨까지 내 놓은 사람이다. 바보 노무현이라고들 하지만, 난 박종태씨야말로 이 시대의 바보라 생각한다. 누구보다 착하고 따뜻하게 살다 간 바보 노동자 박종태.

 

박종태씨가 생을 마감한 지 벌써 한 달, 하지만 그의 장례는 아직 치러지지도 못했다. 그가 목숨을 내 놓으면서까지 복직을 원했던 대한통운 택배노동자 76명도 자기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후에도 국민의 저항을 두려워 하며 광장을 틀어 막고 영정을 파손하는 패륜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런 정부가 이름없는 노동자의 죽음에 어떤 식으로 대할 지 불을 보듯 뻔하다. 박종태씨의 희생에 대한 연대가 절실하다. 이명박 정부의 탄압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저항하는 이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난 사람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두고 흘리는 그 눈물의 진정성을 믿는다. 그 눈물에는 이런 애통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뭔가를 해야겠다는 다짐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그래서다. 지금 광장에 선 사람들이 바보 노무현을 대하는 그 마음으로, 참 따뜻한 사람 박종태 역시 기억하고 연대해야 한다. 박종태가 죽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었다면 노무현의 죽음은 없었을 것이다.

 

6월 3일은 고 박종태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지 한 달째 되는 날이다. 고 박종태씨의 빈소는 대전중앙병원에 마련되어 있다.

#박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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