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5일장, -국산콩- 문구가 정겹다
곽진성
그 뒤바뀜 속에 얻은 것이 편리함이라고 답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너무나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시장에서의 가격 흥정 대신 할인마트에서 값싼 물건을 골라 사면 되고, 시장 아래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 대신 에어컨 바람을 만끽하며 물건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나아진 것 같은 그런 변화의 틈 속에서 잃은 것이 있지 않았을까. 혹 그런 뒤바뀜 속에 사람 사이의 정이 사라져갔다는 것은 필자의 과민한 억측에 불과할까?
계산적이고 이해타산적인 할인마트를 보며 한 움큼 더 퍼주던 재래시장의 상인들이 생각났던 것은 왜일까, 아마도 정 때문일 것이다. 외가 할머니 할아버지같이 때로는 정겹고, 또 때로는 투박했던 그 순박한 사람들이 전하는 감동, 문득 그 정이 그리웠다. 순박한 이들이 전하는 사람 내음 말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정이 넘쳐나던 재래시장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낯설어졌을망정 소멸하지 않았다. 아직도 그 정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이 재래시장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렇기에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안 보이게 되었을 뿐, 재래시장은 어느 외딴 한 곳에서 살아남아 오늘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로 가득 찰 그 한 가닥 희망을 기다리며 재래시장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전 유성 5일장에 가다 재래시장의 기나긴 역사에서 대전의 유성 5일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로 나라 전체가 어려움에 직면했던 1916년에 시장이 형성된 이후 근 90살 넘는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매달 4·9·14·19·24·29일에 열리는 유성 5일장은 원래 5일과 10일 열렸으나 비가 자주 내리는 바람에 바뀌었다고 한다.
4일, 대전 유성구 장대동에서 열리는 유성 5일장을 찾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취재 때문이었지만, 또 다른 이유를 꼽자면 재래시장의 사람 냄새가 그리워서였다. 그렇기에 나는 나대로 재래시장 모습을 상상하며 현장을 찾았다. 처음 가본 5일장은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조그마한 시장일 줄 알았는데 규모가 제법 컸고 파는 물건의 종류도 다양했다. 대전 안에 이런 곳이 있었나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