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청와대 대변인과 한상률 국세청장이 지난해 3월 10일 오전 7시30분 경기도 과천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 앞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
또 하나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한 전 청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내용을 직접 보고했는지, 어떤 내용을 지시받았는지 여부다. 또 국세청이 검찰에 세무조사 결과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을 누락했는지도 의문이다.
청와대는 작년 11월께 한 전 청장의 이 대통령 직보 여부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지만, 정치권과 국세청 주변에선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박지원 의원은 "한 전 청장이 세무조사 결과를 민정수석실을 거치지 않고, 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말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박 전 회장 개인의 탈세행위 등의 자료를 확보했고, 이 과정에서 박 전 회장 여비서의 수첩 등을 입수해 한 전 청장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의 원본'으로 알려진 것이 이것이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한상률 리스트'라고도 한다.
또 세무조사 결과를 5개 항목으로 나눠 한 전 청장에게 보고했으며, 이 가운데 검찰에 넘어간 것은 3개 항목이었다는 것이다. 나머지 2개 항목에는 주로 현 여권 인사와 전, 현직 검찰 간부 등 권력기관 인사에 관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달 검찰은 박연차 리스트의 원본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국세청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 인사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 등을 벌이기도 했다.
세 번째로 한 전 청장이 미국으로 떠나는 과정에서 정치적 배후 여부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한 전 청장은 태광실업 세무조사 건으로 현 정부로부터 나름대로 신임을 얻은 것으로 보였지만, 올해 초 뜻하지 않은 '그림 상납' 의혹과 부적절한 골프회동 사건이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특히 작년 연말께 경주의 골프회동과 저녁식사 자리에는 이상득 의원과 친분 있는 포항지역 인사들과 이명박 대통령의 동서인 신아무개씨까지 동석했다. 청와대는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한 전 청장에게 구두로 주의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MB 취임 1년 만에 대통령 친인척 등 연루된 인사청탁비리?게다가 이 자리에서 한 전 청장이 '충성주'를 마시면서 '차기 국토해양부 장관 자리를 부탁했다'는 발언까지 나돌았지만, 한 전 청장은 올해 초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후, 그가 돌연 미국으로 출국한 것은 지난 3월 15일. 이미 참여연대에서 한 전 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지만, 그는 미국으로 떠났다. 검찰은 이때 대검 중수부를 동원해 본격적인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개시할 때였다.
<한겨레>는 지난 3일자 신문에서 일부 여당 의원의 말을 인용해, "한 전 청장을 정권의 핵심 실세 2명이 미국으로 내보낸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한상률 리스트에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들어 있으며, 죽은 권력에 서릿발을 내리기 위해 한 청장을 미국으로 보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한 전 청장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과연 박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에 현 정권 실세가 얼마나 개입돼 있느냐다. 한 전 청장은 검찰의 이메일 조사에서 이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자신을 상대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박연차-천신일-한상률'로 이어지는 세무조사 무마 로비 커넥션의 그림은 얼추 맞춰진 셈이다. 하지만 한 전 청장은 이상득 의원의 세무조사 지시 의혹과 자신의 기획 출국설 등에 대해선 뚜렷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전 청와대 비서관인 추부길씨를 구속하고, 천신일 회장과 일부 여당 정치인 등에 대해선 불구속 기소 처리하는 쪽으로 사건을 일단 마무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전 청장에 대한 소환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인 방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 쪽에선 한 전 청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향후 정치권에 끼칠 영향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자칫 대통령 친인척과 연루된 대형 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는 폭발성 때문이다. 말 그대로 불씨만 당기면 어디로, 어떻게 불똥이 튀어 대형 화재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 전 청장은 지난달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3~5년 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현 정부 임기 안에는 국내에 들어올 의사가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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