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3월10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서 교육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남소연
공정택 교육감님, 안부를 묻는 인사로 시작하기에는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교육감님이나 학교에서 쫓겨나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의 교사로 생활하고 있는 우리 아홉 명의 해직교사들이나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 그리 여의치 않아서 민망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10일), 평생 가 볼 일이 있을 것 같지 않던 법원에 갔습니다. 교육감님의 선거법 위반 관련 고등법원 선고공판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지요. 지난해 겨울 국회에서 교육감님과 대면했으니 6개월만인가요?
지난 겨울 그 추위를 견디며 120여 일간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살았는데 우리는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시면서 천막도 치지 못한 채 난로 하나 달랑 켜놓고 침낭에 들어 잠자고 있는 우리들을 승용차 창문 너머로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생각했습니다.
'거 봐라. 내가 시키는 대로 안 하니까 그 꼴 되지. 아주 생고생 해봐라.'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시며 출근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참 이상하지요. 우리 해직교사들은 몸은 좀 힘들었지만 마음은 참 편안했습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 앞에서 당당했습니다. 교육감님처럼 부정과 비리로 내몰린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사랑한 죄로 우리 스스로 선택해서 쫓겨났기 때문이겠지요.
청렴도 꼴찌 서울교육청, 역시 이유가 있었군요"저들은 순진한 학부모와 학생들을 꼬드겨 일제고사를 거부하도록 했으므로 일벌백계로 엄히 다스려서 한국 교육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지난해 국회 교육위에서 우리 아홉 해직교사 문제를 어찌 처리할 것인지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일흔 중반의 나이답지 않게 당당하고 단호하게 대답하던 교육감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교육감님이 수장으로 있는 서울시교육청이 일제고사와 관련한 교사 파면과 자율형사립고 문제로 늘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있어서 그런지 취재진이 재판정 복도까지 채울 정도로 언론의 관심이 뜨겁더군요.
재판장님이 판결문을 읽으실 때 교육감님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습니다. 담담하려고 애쓰는 흔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판결문의 내용은 간결하더군요.
'부인이름의 차명계좌로 관리하던 돈 4억 원을 재산등록에서 누락시킨 것은 고의적인 것으로 봐야 하며 4억원을 모으는 과정도 투명하지 못하고 뇌물성 혐의가 짙으며 따라서 선거의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봐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가 인정되는 바 원심인 150만원 벌금형을 확정한다.' 교육감님은 재판과정에서 부인 통장에 4억원이나 되는 돈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차명으로 관리하던 그 돈도 부인이 가까운 친지에게 빌려준 것을 최근에 돌려받은 것이라고 하셨더군요. 연금 이외에 별다른 수입도 없는 일흔 넘은 할머니 통장으로 현금으로 수천만원씩 십수 회에 걸쳐 입금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더욱이 그 할머니의 남편이 서울시교육청의 인사권과 인허가권을 가진 교육감이라면….
교육감님이 서울교육의 수장으로 있던 지난 몇 년 간 서울시교육청이 전국의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가 청렴도 조사에서 꼴찌를 했다는 사실이 이 상황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가의 세금이나 경제 관련 인허가권을 다루는 업무를 하는 국세청이나 재경부가 꼴찌를 했다면 두 부처에서 열심히 근무하시는 공무원들에게는 좀 미안한 말씀이지만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교육기관인 서울시교육청이라면 좀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지막 뒷모습만이라도 아름답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