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9.06.14 09:59수정 2009.06.14 09:59
제1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들이 나란히 출간했다. 고학년 부문에서는 이은정의 <소나기밥 공주>가, 저학년 부문에서는 오주영의 동화집 <이상한 열쇠고리>가 그 주인공인데 이 작품들은 그 내용이 유독 눈에 띈다. 동화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장편동화 <소나기밥 공주>의 주인공 '공주'는 이름과 다르게 사는 것이 참 어렵다. 엄마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아빠는 술만 먹는다. 더군다나 그 아빠는 최근에 집에 들어오고 있지도 않고 있다. 공주 혼자서 지하 단칸방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 신세니 오히려 이름이 처연하게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다.
그래도 공주는 꿋꿋하다. 기죽지 않고 살아가려고 한다. 아빠가 재활원에 들어갔고 그로 인해 오랫동안 혼자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도 어려워하지 않고 학교도 열심히 간다. 돈이 없어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학교 급식을 '엄청' 많이 먹는 것으로 해결하니 안쓰러운 한편 대견하기도 하다.
하지만 공주는 아이였고 가난은 무서운 것이었다. 어른도 가난을 이기지 못하는데 하물며 아이가 제대로 버틸 수 있을까. 공주는 순간의 유혹을 못 이겨 이웃집에 배달 온 음식꾸러미를 훔친다. 너무 배가 고파서 그랬던 것이다.
그런데 왜일까. 도둑질한 것으로 배를 채워도 배가 부르지가 않다. 맛도 없다. 속이 더부룩할 뿐이다. 경찰이 와서 잡아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런 것일까? 대견스러웠던 공주였지만, 이제 생활뿐만 아니라 마음도 이름과 동떨어진 아이가 되고 만 것이다.
가난한 아이의 도둑질을 소재로 삼은 <소나기밥 공주>는 요즘 나온 동화들에 비하면 줄거리는 눈에 띄는 것이 없다. 하지만 철저하게 현실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는 것이나 어려운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희망'을 찾아내는 주인공을 만들었다는 점이 동화를 돋보이게 만든다.
동화란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눈에 보이는 것보다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이 더 많아야 한다. <소나기밥 공주>는 그런 미덕을 두루 지녔다.
저학년 부문의 <이상한 열쇠고리>는 어떤가. 아이들은 꿈을 꾼다. 또한 소원을 품는다. 욕심을 갖기도 하는데 그것들은 비현실적인 것이 많다. 예컨대,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램프 같은 것이 생기기를 바라는 것 등이 그렇다. 4개의 동화가 실린 <이상한 열쇠고리>는 그런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단지와 보물'에서는 보물로 유명해지고 주목받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상한 열쇠고리'와 '똥글이 파랑 반지'에서는 무엇이든지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욕심이 있고 '호야 선장의 우주여행'에서는 친구가 나하고만 놀아주기 바라는 욕심이 있다. 그 욕심은 마법의 도구를 만나 이뤄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단히 신나는 일 일 텐데,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진다. 누군가가 그만큼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체육복을 안 갖고 와서 체육복이 생겼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자 어디선가 체육복이 나타난다. 아이는 그것을 갖고 신이 나지만 대신에 누군가는 울어야 한다. 체육복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상한 열쇠고리>는 그런 모습 등을 통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바래야 하는 '욕심'과 '소원'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이것은 아이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책들이 좋은 내용과 달리 이야기가 재밌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계몽적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열쇠고리>는 반갑게도 그런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쓰고 있다. 이제 막 학교생활로 사회에 눈을 뜨는 아이들이 알아야 할 이야기를 즐겁게 전달해주는 동화인 셈이다. 동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해주니 책의 분량은 적지만 그 무게감은 제법 묵직하게 여겨진다.
소나기밥 공주
이은정 지음, 정문주 그림,
창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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