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문경 하모 사기라카는 도자기 아이가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문경의 비지정 불상과 석탑을 찾아] ① 영남요

등록 2009.06.17 13:58수정 2009.06.1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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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처음 보는 문화재라 구미가 확 당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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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답사의 하일라이트 봉서사지 3층석탑 ⓒ 이상기


우리 문화유산을 사랑하고 찾아다니는 카페에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이 있다. 2003년 9월 3일에 생겼으니 그 역사가 6년쯤 된다. 내가 이 카페와 인연이 닿아 회원이 된 것이 2008년 1월이니 한 1년6개월쯤 전이다. 그간 글도 보고 글도 올리고 하면서 실제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여럿 생겼다.


그런데 지난 6월 1일 '알콩달콩 사랑방'란에 "문경의 석탑과 불상을 찾아 갑니다" 하는 공지가 올라왔다. 대승사 마애여래좌상 사진을 올려놓고 그 아래 다음과 같은 시를 적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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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사 마애여래좌상 ⓒ 이상기


          이 아래
          굴 하나 파 놓고
          내내 살아보고 싶다.

          이 곁에
          마음 두고 몸 놓고서
          내내 이름 없이 살아보고 싶다

         이 곁에 그저
         아무 흔적 없이
         머물러도 좋겠다.

답사 날짜는 6월 14일(일)이고 만나는 장소는 문경새재박물관이다. 그리고 톺아볼 것이 다음과 같은 비지정 불상과 석탑이란다. ① 문경새재박물관 앞 탑 2기, ② 성불암 탑, ③ 개운사 대웅전 뒤 탑, ④ 마애약사여래좌상, 관세음보살입상, ⑤ 봉서사지 삼층석탑, 석불좌상, ⑥ 석불좌상(비로자나불), ⑦ 반곡리 마애불좌상. 또 시간이 되면 비지정 위주로 몇 군데를 더 볼 예정이라는 것이다.


사이버 친구들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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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박물관에서 각자 자기 소개를 하는 사이버 친구들 ⓒ 김환대


아침 9시에 예성문화연구회 회원들과 함께 출발 이화령터널을 지나는데 전화가 온다. 벌써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문경새재박물관을 구경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 부지런도 하제, 창원과 포항, 안동과 하남 등에서 오는데 우에 이리 빨리 도착한 거가. 하긴 포항에서 7시에 출발했다카니 그럴 만도 하제. 새재박물관에 도착하니 다들 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온다.

이날 답사에 참여하는 사람이 모두 17명이다. 10명 정도는 서로 잘 아는 사이고 7명 정도는 초면이다. 그래서 잠시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렇지만 닉네임들은 사이버 상에서 벌써 친숙한 사이다. 닉도 가지가지. 누들스에서 보일러를 거쳐 삿갓, 정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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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리 반가사유상 앞에서 함꼐 한 사이버 친구들 ⓒ 누들스


오늘 안내를 맡아주실 분은 이곳 문경 토박이고 문창고등학교 교감으로 계시는 김경식 선생님이다. 그의 닉은 가인강산(佳人江山)이다. 산과 강을 벗 삼아 사는 멋진 사람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사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이렇게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게 다 요즘 유행하는 카페 덕이다. 올린 글과 댓글을 통해 어느 정도 각자의 개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인강산님이 오늘 답사를 위해 책과 자료 페이퍼를 나눠준다. 책은 문경시에서 발행한 『문경의 문화유산』(2009), 자료집은 '문경의 비지정 석탑과 불상 톺아보기'이다. 자료집을 보니 공지에 올랐던 것에 몇 가지가 추가되었다. 우선 무형문화재 사기장인 백산 김정옥 선생이 운영하는 영남요가 들어 있다. 그리고 동로면 생달리에 있는 석불좌상이 눈에 띈다.

오른쪽으로 도는 원점 회귀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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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읍 관음리와 수안보면 이륵리를 잇는 하늘재 ⓒ 이상기


오늘의 답사는 오른쪽으로 도는 원점 회귀 답사로 진행할 예정이다. 문경읍에서 동로면으로 간 다음, 남쪽으로 산북면과 산양면으로 답사가 이어진다. 산양면에서 34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호계면이 나오고 이곳에서 우리는 탑과 불상에 대한 탐사를 계속할 것이다. 그러니까 등산으로 말하면 일종의 링반데룽(Ringwanderung: 제자리로 돌아오기)이 되는 셈이다.

우리는 먼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문경읍 진안리 영남요를 들를 예정이다. 그리고 문경읍 상리에 있는 개운사에 들러 탑을 본 다음, 주흘산 500m 고지에 있는 성불암 오층석탑을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는 동북쪽으로 기수를 돌려 문경읍 갈평리 5층석탑과 관음리의 불상들을 들러볼 예정이다. 문경읍 관음리는 하늘재를 경계로 수안보면 미륵리와 마주하고 있다. 고개의 이쪽 관음이 이승(穢土)이라면, 고개의 저쪽 미륵은 저승(淨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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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산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동로면 생달리 석불좌상 ⓒ 이상기


우리가 다음으로 찾아갈 동로면은 문경에서 가장 오지 중 하나이다. 동로면 북쪽으로는 백두대간이 동서로 흐르고 그 가운데 황장산이 우뚝하다. 생달리 석불좌상은 바로 황장산 아래 위치하고 있다. 산양면 봉정리에서 보게 될 마애여래좌상과 관세음보살 입상은 김경식 선생님 외에는 본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모두들 기대가 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계면 반곡리에 있는 마애불좌상과 봉서리에 있는 봉서사지 삼층석탑을 찾아갈 것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봉정리와 봉서리는 행정구역만 다를 뿐 물길은 같은 하나의 생활권이다. 봉정과 봉서라는 이름도 봉황의 정수리와 봉황이 사는 곳이라는 뜻을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한자를 보니 봉정(鳳亭)이란다. 봉황루 또는 봉황정이 있던 자리라는 뜻 정도가 되겠다. 봉서(鳳棲)는 말 그대로 봉황이 깃드는 장소를 말한다.

백산 김정옥 선생은 없지만 그 예술혼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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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사기장 백산 김정옥 선생 ⓒ 영남요

영남요(嶺南窯)를 찾아가니 무형문화재 사기장(沙器匠)인 백산 김정옥 선생은 출타중이다. 대신 전수조교가 나와 우리를 안내한다. 작업장과 전시장으로 가다 보니 두 개의 현판이 눈길을 끈다. 하나가 도선불이(陶禪不二)이다. 도자 또는 도예와 선은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신토불이를 모방한 현대식 조어라 그런지 친근감은 덜한 편이다. 도선불이 때문인지 전시장의 이름도 백산선방(白山禪房)이다.

그런데 백산선방에 붙어있는 무한불성(無汗不成)이라는 글은 어감도 좋고 의미도 분명하다. 땀을 흘리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그 안에 김정옥 선생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크게 찻사발, 항아리, 병, 다기류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다시 백자와 청자, 청화백자, 분청사기, 달항아리(백자대호) 등으로 나누어진다.

그 중에서도 항아리 종류가 가장 완성도가 높고 또 예술성도 풍부한 것 같다. 달항아리는 언제 보아도 좋다. 흰색도 있고 옥색도 있다. 분청사기 장군도 좋고 분청사기 병도 좋다. 물고기 문양이 새겨진 청자도 우아하다. 찻사발은 크기가 작아서인지 벽에 도자장을 만든 다음 거기에 하나씩 넣어 전시하고 있다. 이 찻사발은 일본 사람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한다.

이들 완제품을 보고 나서 다시 작업장으로 나가보니 미완의 자기들이 널려 있다. 성형과정과 정형과정을 겪는 자기들이다. 성형되어 나온 도자기들이 있는가 하면, 여기에 그림을 그려 넣어 정형의 과정을 겪는 것도 있다. 이들 중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복숭아 모양 연적이다. 복숭아인 게 틀림없지만 쥐의 머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저기에 유약을 바르고 불 속에 들어가 구어지면 복숭아 연적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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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달항아리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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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백자들 ⓒ 이상기


시간이 있으면 좀 더 천천히 볼 텐데 시간 여유가 없다. 전수조교는 우리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려고 애를 쓰는데 우리가 너무 대충대충 보는 것 같아 미안하다. 영남요 작업장을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오늘 비가 온다고 했는데 일기예보가 적중한 셈이다. 아직은 맞을 만하다.

다음 행선지는 문경읍 상리에 있는 개운사이다. 개운사는 읍내 한 가운데 주택가에 있어, 박정희 대통령이 문경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할 때 머물렀다는 청운각과 관산지관이 있는 문경서중학교를 지난다. 관산지관(冠山之館)이란 문경현의 객사건물이다. 주흘산의 또 다른 이름이 관산이어서 아마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꼬불꼬불 몇 굽이를 돌아 민가 비슷한 곳으로 들어가니 거기 개운사가 있다.     

덧붙이는 글 | 1. 문경의 비지정 불상과 석탑을 중심으로 5회 정도 연재할 예정이다. 2. 영남요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은 www.youngnamyo.com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작품을 직접 보고 싶은 사람은 문경시 문경읍 진안리 16번지 문경요나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30번지 본화랑(www.bongallery.com)을 찾아가면 된다.


덧붙이는 글 1. 문경의 비지정 불상과 석탑을 중심으로 5회 정도 연재할 예정이다. 2. 영남요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은 www.youngnamyo.com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작품을 직접 보고 싶은 사람은 문경시 문경읍 진안리 16번지 문경요나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30번지 본화랑(www.bongallery.com)을 찾아가면 된다.
#문경시 #불상 #석탑 #영남요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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