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긴장관계 되니 위조화폐·마약 이야기 나와"

강정구 동국대 교수 강연... "북 관련 이야기는 검증 없이 공공연하게 기사화"

등록 2009.06.19 11:00수정 2009.06.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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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동국대 교수. ⓒ 윤성효

강정구 동국대 교수. ⓒ 윤성효

 

강정구 동국대 교수(사회학)가 '북핵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강 교수는 1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초청으로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와 노동자의 자세"에 대해 강연했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화가 나고 답답하다"는 말부터 했다. 2005년 4~6월 사이 남북 긴장 상황을 설명한 그는 "실제 당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전쟁위기였는데, 국민들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지금은 실제 위기가 엄청 더 표면화되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노무현 정권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한반도에 전쟁은 있을 수 없다는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5자 회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6자 회담은 북-미간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린 것인데, 양자회담으로 하는 게 초보적인 요건이다, 그런데 미국은 북-미간 양자 회담은 있을 수 없다고 해서 하지 않았고 그래서 원탁회의를 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5자 회담을 주장한다, 5자가 모여 북한을 압박해서 굴복시키겠다는 구두로 출발한 게 5자 회담이었고, 그러니 6자 회담이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13 합의(2007년)의 중심 내용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해 설명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평화체제는 북한이 요구하는 핵심사안이다. 동시행동의 원칙이 2․13합의였다. 그 합의 내용은 한반도의 비핵화이지 북의 비핵화가 아니다. 한반도에는 북만 있는 게 아니다. 남한과 미군도 있다. 비핵화란 한반도에 핵무기, 핵전쟁, 핵무력이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미국과 한국정부뿐만 아니라 언론까지 한반도의 비핵화는 마치 북의 비핵화인 것처럼 말하는데, 그것은 합의 정신을 훼손시키는 것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핵심 요소를 없애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를 누가 일으키고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위기국면이 되면, 이제까지 사람들은 따져보지도 않고 북이 그렇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즉흥적이고 직관적으로 튀어나온다. 그것이 체질화되어 이데올로기화, 맹목적 믿음이 되어 있다. 1962년 10월 미국과 쿠바 사이 전쟁이 터졌을 때 한반도에도 전쟁위기가 닥쳤다. 주한미군이 바로 소련을 공격할 수 있었다. 주한미군 때문에 한반도가 전쟁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후 세 차례 전쟁위기도 다 미국이 주도한 것이다. 주한미군이 물적 토대에다 한미군사동맹을 갖고 전쟁위기를 일으키고 있다."

 

강정구 교수는 "한반도 전쟁 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가 필요하다"면서 "그 다음에 남북 군비 축소 등을 통해 서로 공격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동시에 북한이 중국과 맺고 있는 군사동맹도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은 원칙준수주의 전략"

 

강정구 동국대 교수. ⓒ 윤성효

강정구 동국대 교수. ⓒ 윤성효

보즈워스 전 주한대사 등이 올해 2월 3일 평양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강정구 교수는 "이때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군사동맹 폐기가 논의된 것 같은데 근본적으로 북한과 미국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었다"면서 "요즘 이런 사태의 단초는 지난 2월 3일쯤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정구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무시·기다림' 정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시정책'이나 '기다림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엉터리며, 그런 말은 미국이 붙였다"면서 "한국언론은 분석하지도 않고 앵무새처럼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대북도발정책이다"고 말했다. 북에 대해서는 '원칙준수주의 전략'이라 설명했다.

 

"북은 벼랑끝전술이 아니고 원칙준수주의 전략이다. 미국이 협정을 이행하지 않으니까 협정이행을 위해 광명성 2호를 발사하는 등 대결구도로 가는 것이다. 협정을 맺은 뒤 파기하고 엉터리로 몰고 가는 게 미국이다. 초법적 국가니까, 미국이 엉터리로 가더라도 굴복당해 왔다. 그런데 북한은 굴복당하는 게 아니라 원칙준수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옆에서 보면 아슬아슬하게 가는 것 같다."

 

강 교수는 "노무현 정부는 위기 속에서도 어쨌든 전쟁만은 안 된다는 확고한 정책이었는데, 이명박 정부는 한판 붙자는 자세로 접근하고 있으니 걱정이 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작전전개 조건인 6개의 북한 상황이 있는데, 그중에는 '대규모 자연재해'도 들어 있다. 재해가 나면 구호품을 보내야지 왜 군대를 보내나. 그것은 북한을 잡아먹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항상 의연하게 대처한다고 하는데, 이게 과연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냐."

 

국지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강정구 교수는 "전쟁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국지전의 가능성은 있다"면서 "서해상에서 서로 발포까지 나올 수는 있고, 그러면 북은 지대함 미사일을 쏠 가능성이 있다, 합참의장은 입체작전을 통해 미사일 발사체를 파손하겠다고 하는데, 작전권은 미국이 갖고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면, 그런 말은 수사적인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 일을 치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그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북이 핵을 갖고 있고 중국이 통제할 수 있으며, 오바마 정부가 도덕성을 기반으로 들어섰다, 여러 측면으로 볼 때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당분간 북의 대미봉쇄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타나면서, 여기자 문제(현재 북한 체포) 등 여러 가지 끈으로 인해 북미간 협상 국면으로 가고, 주한미군 철수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YS-클린턴과 MB-오바마, 유사한 측면 상당히 있다"

 

노동자들은 강정구 교수한테 질문을 쏟아냈다. "미국이 경제위기를 전쟁으로 돌파하려고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전적 해석이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2차 전쟁을 통해 경제 위기를 해소한 측면은 있지만, 지금 자본주의 위기를 전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베트남과 이라크 전쟁은 미국경제의 발목을 잡아 왔다. 경제위기를 넘기려면 3차 세계전쟁이 일어나야 한다. 미국은 전쟁을 통해 세계 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새롭게 짜는 것이다. 거기에서 대상은 중국과 러시아다. 그러면 다 죽는다. 그 정도가 아니면 세계 자본주의 위기 문제는 세계전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국지전을 통해 미국의 경제가 더 심화되어 왔다."

 

"김영삼(YS)-클린턴 정권과 이명박(MB)-오바마 정권을 어떻게 비교하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강 교수는 "유사한 측면이 상당히 있다"고 답했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한판 붙자는 것이다. YS는 미국이 항공모함을 배치하고 미국시민 소개령을 내리고 할 때 큰일 났다고 해서 클린턴한테 전화를 해서 32분간 싸워 막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은 뒤에 거짓말로 드러났다. YS가 전화했다고 한 그 시간에 클린턴은 다른 행사장에 있었다. MB는 YS와 비슷한 모습이다. 오바마와 당시 클린턴은 비교가 된다. 무력행위를 배제한다는 차원에서는 차이가 있다."

 

"통일은 가능하냐"는 질문에, 강정구 교수는 "가능하다, 어떤 식이냐가 문제다, 이명박 정부처럼 자유민주주의 흡수통일을 하자는 것은 결딴난다"면서 "6․15공동선언이나 연방제통일방안으로 간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멀리 기다릴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북이 그런 채비를 하면 10년 안에도 가능하다"면서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우리의 힘을 얼마나 발휘하느냐가 문제다"고 덧붙였다.

 

조만간 <시련과 발돋움의 남북현대사>라는 제목의 책을 펴낼 예정이라고 소개한 그는, "북한이나 남한은 시련을 엄청나게 겪었다"고 말했다.

 

"남북이 시련을 겪었지만 좌절하거나 나락으로 떨어진 게 아니라 그래서 발돋움해 왔다. 남한의 역동성은 굉장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전과 이후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북도 초강대국인 미국과 대결하면서 자주권을 유지해온 나라로 이는 세계적으로,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을 것이다. 그 대신에 엄청난 시련이 동반되었다."

 

최근 북한 후계 구도 등과 관련해 나오고 있는 온갖 보도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김정일 후계자로 김정운이 중국 후진타오를 만났다는 등 온갖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북에 관한 온갖 이야기가 나오고 공공연하게 기사화되고, 학문하는 사람도 지껄인다. 진실이냐 아니냐 검증할 게 필요 없도록 되었다. 그러니까 북에 관한 한 사실이든 아니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기 마음대로 한다. 그런 과정에서 북은 악마가 되어 있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는 18일 저녁 창원 소재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핵 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와 노동자의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 윤성효

강정구 동국대 교수는 18일 저녁 창원 소재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핵 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와 노동자의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 윤성효

 

"북은 가공의 악마가 되어 가고 ..."

 

최근 언론에 자주 거론되고 있는 북의 위조화폐와 마약 제조에 대해서도 강정구 교수는 강하게 비판했다.

 

"긴장 관계가 되니까 당장에 위조화폐며 마약 이야기가 언론에 나온다. 2007년 이후 일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위조화폐와 마약을 북이 제조했다면 계속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 그동안 잠잠하다가 왜 지금 나오는 것이냐. 달러를 위조할 수 있는 고급 기술을 북이 가지고 있을 수 없다. 그것은 누가 만들겠나. 미국 CIA 내지 중국 군부에서 만들어 그것을 북에 뒤집어씌운 것이다."

 

"마약 밀매 조작도 있었다. 미국과 호주는 2003년 4월 시가 1억6000만 달러 상당의 헤로인 6개 꾸러미를 북이 밀수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화물선 봉수호 마약밀수사건'으로 단정 짓고 북한 정부 관여로 '북한 악마 만들기'에 박차를 가했다. 호주 법정에서 재판한 결과 2006년 3월 봉수호 선장 등 4명의 북한 선원은 무죄를 받았다. 혐의 없음이 증명된 것이다. 호주가 배상해 주어야 할 판에 놓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북에 관한 한 검증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이야기를 하면 누구도 제동 거는 사람이 없다. 그런 과정 속에 가공의 악마가 된 것이다. 우리가 자성해야 한다."

2009.06.19 11:00 ⓒ 2009 OhmyNews
#강정구 #북핵위기 #남북관계 #위조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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