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위원회 위원사진 맨 왼쪽의 최창의 의원과 맨 오른쪽의 이재삼 의원의 노력과 호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핵심 공약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임정훈
지난 23일 밤 경기지역 초등학생들의 밥줄이 반토막 나고 말았다. 경기도교육위원회(교육위)가 만든 작품이다. 교육위는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이 저소득층 초등학생 무상 급식 확대를 위해 제출한 추경 예산 171억원을 반토막냈다. 86억여 원을 삭감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학생인권조례 제정 관련 예산 2970만원을 없애고 혁신학교 추진 예산 28억 2700만원도 몽땅 지워버렸다. 모두 김상곤 교육감의 핵심 공약 사업들이다.
초등생 무상급식은 1단계로 2009년 9월(2학기)부터 도서벽지, 농어촌, 300명 이하 소규모 도시지역의 초등학생 153,520명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려던 것이었다. 이는 "이념과 색깔을 동반하는 정치적인 문제를 넘어서 헌법에 보장된 의무교육의 실현으로 보아야 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육복지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의의가 크다"는 공감대 아래 모든 도민의 환영과 기대를 모았던 일이다. 그러나 23일밤 벌어진 교육위의 쿠데타로 참담한 지경이 됐다.
학생인권조례와 혁신학교 추진 역시 학생과 학부모들의 기대를 모았던 것들이다. 그러나 교육위 참관을 하고 온 학부모의 글에 따르면 최아무개 위원은 생활지도 운운하며 학생인권조례 시기상조를 외쳤다.
김진춘 전 교육감 시절에도 전국 최초를 외치며 대대적으로 학생인권헌장 제정이 추진됐다가 교과부며 다른 시도교육청 눈치보기에 급급해 결국 스스로 꼬리를 내린 바 있다. 경기지역의 학생 인권 문제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조아무개 위원은 "혁신이란 가죽을 벗겨 새롭게 한다는 뜻으로 학교들에 그런 고통을 겪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고도 한다. 난독증도 이보다 지독한 난독증이 없다. 학교가 고통을 겪을까봐 혁신학교를 추진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것이다. 공교육 개혁의 모델로 인정받던 혁신학교가 졸지에 학교에게 고통을 주는 정책으로 변했다. '혁신(학교)'이 가죽을 벗기는 고통이어서 혁신학교 정책 예산을 모두 날려버려야 했다면 도대체 어떤 교육정책 예산이 온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더욱이 교육위 쿠데타가 일어나기 하루 전 (22일) 도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다양화 실현을 위한 혁신학교 공청회'에서 김상곤교육감과 다른 생각을 가진 반대 진영에서도 부족한 부분의 일부 보완을 요구했을 뿐 혁신학교 정책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바 있다.
그런데 정작 교육문제를 담당하는 교육위에서는 제대로 된 토론이나 설명보다는 논리도 안 서는 윽박지르기로 일관하다 결국은 예산 전액을 한 방에 날려 버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들 교육위원 모두가 교육 관료 출신이거나 학교장을 비롯 청소년 단체장 등을 지낸 이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교육의 본질과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교육자로서의 자존심이나 객관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해바라기가 되고 말았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아군인가 적군이가 하는 것만 확인했다. 교육자로서의 영혼을 팔아넘긴 것은 이미 옛날이다. 더 이상 그들을 교육자 운운하는 건 경기교육의 수치요, 묵묵히 교육 현장을 지키는 대다수 교원들에게 오물을 뿌리는 일과 다르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