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9.06.26 14:52수정 2009.06.26 14:52
오늘(26일) 아침 뉴스에서 다음주 화요일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은 아버지는 어머니께 "오늘 감자캐야 겠네" 하시며 아침밥을 자시고 밭으로 나가셨습니다.
어머니도 감자캐기에 필요한 종이상자들을 챙겨 뒤따라 집을 나섰고, 저도 짐을 챙겨 밭으로 향했습니다. 도서관 가는 길에 감자캐는 것을 도와드릴 생각이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철쭉 묘목을 심어놓은 윗밭으로 가는 길은, 지난 18일 OBS경인TV와 함께 공촌천 자연형하천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되돌아가는 길에 목격했던 빌라 주변 하수관거 공사장 때문에 복잡했습니다.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 윗밭에서 이르자, 비닐하우스에서 외발수레를 가지고 나온 어머니와 만나 종이상자를 수레에 싣고 아랫밭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 길에 황당한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18일에는 별탈 없던 고추밭 옆 길이 파손되어 있었고, 그 파손된 길을 누군가 급히 감추려 콘크리트로 발라놓았습니다.
이를 보자 어머니는 불같이 화를 내셨습니다. 하수관거 공사를 하던 이들이 중장비로 비좁은 농로를 오가면서 길을 망치고 밭을 망쳐놨다고 말입니다. 공촌천 자연형하천공사를 한다 뭐다 해서 이 같은 일들을 한두번 겪은 것이 아니라서, 어머니는 밭주인 허락도 없이 길을 내 땅을 빼앗고 밭을 망쳐온 사람들을 나무랐습니다.
하수관거 공사로 길 파손하고 밭 망친 인천서구청
환경부 지침도 무시한 국내최대 생태통로 공사중인 계양산 징매이고개를 관통해 계양구에서 서구를 잇는 8차선 도로인 경명로가 나고 주변에 빌라와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윗밭은 야트막한 산 언덕을 사이로 윗마을과 아랫마을 사람들이 아침마다 밭일을 나가던 양 갈래길에 자리했습니다. 그래서 윗밭은 옛부터 사람들의 통행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달구지-경운기-트랙터를 몰아도 절대 길을 벗어나지 않았고, 오가며 밭을 망치거나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지 않았습니다. 언덕이 순신간에 사라지고 도로와 빌라가 들어서면서 밭 옆으로 새로 길이 났는데, 이 과정에서 땅을 빼앗기다시피 했고 낯선 주민과 외지인들이 가까운 윗밭에 쓰레기를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 했습니다. 저희 밭 뿐만 아니라 이웃 주민들의 농경지까지 더럽혔고, 농작물에도 피해를 입혔습니다.
지난 5월 철쭉 묘목을 심기 위해 아버지께서 힘겹게 밭을 갈아 비닐을 씌워놓았는데, 누군가 윗밭 비닐 위를 짓밟아 놓기도 했습니다. 여름이면 고추나 호박이 열리는데 이것도 남아나질 않습니다. 다 자라지도 않은 애호박을 눈에 띄면 따가질 않나, 비닐하우스까지 들어와 고추모 등 농작물을 몰래 가져가기도 합니다. 대체 누가 그러는지 잡히지 않았지만, 옛날과는 너무나 달라진 마을 때문에 농사짓기가 정말 힘듭니다.
특히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인천서구청과 공사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건설업체 때문에, 가뜩이나 '빚농사'로 힘겹게 먹고 사는 농부들의 마음을 지치게 했습니다.
관련해 하수관거 공사를 하다 밭과 맞닿은 길을 파손해 놓고도, 밭주인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밭 위에 길을 낸 건설업체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습니다.
하수관거공사 시행자라는 건설업체는 자신들이 공사를 한게 아니라 하청업체가 해서, 공사를 한 하청업체 담당자가 전화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말만 해왔습니다. 전화번호를 남겼지만 3시간이 지나도 전화는 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하청업자는 전화를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에 인천서구청에 민원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인천 서구 구민이자 이 땅을 지켜온 밭주인인 농부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재산상의 피해를 입혀온 서구청에 빌라와 길과 맞닿은 밭과 농로 주변에 펜스를 쳐달라고 말입니다.
맘껏 땅과 밭을 빼앗더니 이젠 농심마저 무시하는 인천서구청의 안일한 행정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습니다. 치밀한 계획과 완벽한 시공을 내걸었지만, 늘상 시민들에게 불편만 끼치는 '공사판' 지자체 정말 밉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6.26 14:52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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