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등 신발 수선 늘어 "경기 불황 탓"

보관 중이거나 한 번 더 신기 위해 수선하는 경우 잦아

등록 2009.06.29 20:19수정 2009.06.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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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구두수선하는 박채호씨 경기불황으로 조금이라도 아껴보고자 신발을 수선하여 신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사진은 하이힐을 수선하는 모습)

구두수선하는 박채호씨 경기불황으로 조금이라도 아껴보고자 신발을 수선하여 신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사진은 하이힐을 수선하는 모습) ⓒ 정상선


수개월씩 찾아가지 않고 중국산 부품 사용 등으로 애로사항도 많다고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인해 예전에는 그냥 버렸을 구두나 신발, 샌들 등을 수선하여 재사용하거나 의류 리폼 제품을 사용하는 알뜰한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떨어지거나 닳은 신발류를 예전에는 버렸을 것인데도 다시 꺼내어 수선하여 신거나 전혀 다른 옷을 만들어 입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버리기가 아까워 구입가격이 만만찮은 새 신발을 구입하기보다는 한 번 더 신기 위해서 수선하는 알뜰 족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수선을 맡기고 찾아가지 않거나 외상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지난 25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촌동 광주은행 사거리에 있는 박물관처럼 특이하게 생긴 구둣가게에서는 손님들이 맡긴 여러 켤레의 구두, 샌들 등을 수선하느라 바쁜 손놀림을 보이고 있었다. (사진)

특히 3-4명의 여자 손님들이 신발 수선을 맡기고 기다리고 있었다.

구두수선을 맡긴 30대 여성 김모씨(회사원)는 "굽과 아래 부분이 닳고 낡아서 버리려고 했지만 경기도 어렵고 그냥 버리기가 아쉬워 올 여름 한 철 더 신기 위해서 수선을 하고 있다" 면서 "요즘 주변을 보면 비싼 새 신발을 사기보다는 수선을 하여 다시 신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40대 여성도 샌들을 수선하기 위해 맡겼는데 한번 교환을 했던 것이라 또 교환하기가 미안해서 수선해서 신으려고 왔다고 한다. 끈이 자꾸 빠져서 아예 꿰매 신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모주부(38, 광산구 소촌동)도 "굽만 갈려고 왔었는데 주인아저씨가 다른 곳까지 꼼꼼하게 손을 봐줘 깨끗하고 편하게 잘 신을 수 있게 되었는데 수선비까지 싸게 받아 너무 기분이 좋다"고 하면서 주인아저씨가 너무 친절하고 잘해서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그는 "청바지를 치마로 만드는 리폼 품도 자주 만들어 입게 되는데 새로 사는 것보다는 저렴한 비용으로 맘에 드는 옷으로 만들어 입을 수가 있어서 너무나 만족한다"고 말한다.


구둣가게 주인인 박채호(49)씨는 "경기가 어렵다보니 새 신발을 구입하는 부담을 느낀 나머지 많은 손님들이 헌 구두나 운동화 등 신발을 가지고 와서 수선해서 신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재료비도 많이 올랐지만 수선비 등을 따지지 않고 조금만 받고 해주기 때문에 수선해서 신는 일이 많다"면서 "요즘은 하루에 10여 의 손님들이 수선을 맡기고 있는데 사실 구두 닦는 것보다는 남는 게 별로 없지만은 경제도 어렵고 손님들의 사정을 생각해서 다른데 보다는 저렴하게 해주고 있어 손님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격은 보통 닦는데 2천 원을 받고 수선하는 데는 종류에 따라서 2천 원에서 일만 원까지 받고 있는데 다른 데보다는 저렴하다고 한다. 그는 인근에 단골손님이 많고 일부러 멀리서도 알아보고 찾아오는데 비싸게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씨는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많은 고객들이 신발 수선을 맡겨놓고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일 년 이상씩 찾아가지 않는다는 것. 그러다보니 보관하는 데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으며 처분하기가 곤란해 때로는 발에 맞는 신발이 있으면 그냥 주기도 하고 저렴하게 팔기도 한단다. 그래서 미리 선불을 받을까도 했지만 손님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아 그러지도 못하고 있어 손해만 보고 있단다.

또 다른 애로사항으로는 수선을 하다보면 특히 여성용 하이힐의 경우 뒷굽에 중국산 나사못이 박혀 있는 경우가 많아 뽑아내는 데 애를 먹는다고 한다. 국산의 경우는 잘 빠지는데 중국산은 납으로 되어 있고 끝이 둥그럽게 되어 있어 잘 빠지지 않고 때로는 부러져 버려 구두 굽을 잘라내야 하는 일까지 발생한다고 한다. 때문에 애당초 나사를 박을 때 국산을 사용해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때로는 구두수선을 하고 나서 돈이 없다면서 나중에 가져다 준다 해 놓고 찾아오지 않는 손님들도 가끔 있기도 한단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가져오겠지 하고 믿어본단다. 가끔은 찢어지거나 끈이 찢어져 떨어진 가방을 수선해달라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가방수선은 기계가 없어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박씨는 "어떤 여자 손님은 한꺼번에 다섯 켤레씩 들고 오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수선이 늘었다"고 한다. 반면에 남자손님들의 경우 구두 닦는 일은 조금 줄어들었단다.

때마침 밑바닥이 분리되어 떨어진 운동화를 꿰매달라고 맡기고 갔던 한 20대 남자 손님은  튼튼하게 꿰매진 운동화를 보고 "이렇게 수선하여 신을 수 있어 좋다"면서 만족한 듯 기분 좋게 나가기도 한다.

이곳에서 보고 있으니 구두를 닦는 경우보다 수선을 하는 일이 8대 2 정도로 많은 것 같다.

박씨는 수선하는 손님들이 많으면 돈도 많이 벌어서 좋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일감이 늘어난 것 같지만 실상은 싸게 받고 찾아가지 않는 게 많고 또는 외상하고 주지 않은 경우가 많아 남는 게 많이 없어서 소득은 그리 많지가 않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광주드림에도 송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광주드림에도 송고했습니다.
#구두수선 #박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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