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낭만을 느끼고 싶다면 대천으로

등록 2009.06.30 10:22수정 2009.06.3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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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스스로를 정리할 때가 왔다고 느낄 즈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 하루의 낭만여행이다. 이런저런 일에 매여 시간이 하루밖에 없다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면, 기차를 타고 서해 대천해수욕장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8:10 am
느릿한 무궁화호의 정취를 타고 서울을 벗어나자 논과 산, 그리고 하늘만이 차창을 채운다. 이 넓고 푸른 곳이 모두 한국일진대. 고 비좁은 서울 하늘 아래서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버티는 우리 모습이 과거를 좇아 아스라이 흘러간다. 저만치 달음박질친 과거와 함께 부끄러운 내 마음도 멀어진다.


12:00 pm
대천역에 도착하면 해수욕장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탄다. 보령시를 작다고만 생각해 걸어갈 수 있으리란 생각은 금물이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이십여 분이 흐르자, 짭조롬한 바다냄새가 먼저 맞는다. 눈앞에 펼쳐진 끝없는 수평선. 서해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해넘이와 완만한 바다 경사렷다. 아직은 6월이라 조심스레 발을 적시자 그리 차갑지 않은 미네랄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참 시원하다.

대천해수욕장은 갯벌이 아니라 모래사장으로 이뤄져 있다. 덕분에 어린 시절 책으로 집 만들던 추억을 하며, 고운 모래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집에서 싸온 감자와 김밥을 먹고 나니, 해가 머리 꼭대기에 내리 쬔다. 바다로 풍덩 빠질 때는 바로 이때다! 그동안 갈고 닦은 수영 실력을 필히 뽐내리라. 짠 바닷물을 두어 번 먹는 건 곤욕이지만, 물 위에 둥둥 떠 하늘을 대면하는 기분은 그만이다. 매년 물보다 사람 속에서 해수욕하는 데 진절머리가 났다면, 고요한 6월의 대천해수욕장이 최고의 고즈넉함을 선사할 것이다.

3:00 pm
하루 코스로 숙박을 생각하지 않고 왔다면 아직 개장하지 않은 탓에 씻을 곳이 마땅치 않을 터. 이럴 때 대천해수욕장에서는 걱정이 없다. 해수욕장 바로 근처에 보령머드체험관이 있기 때문이다. 성인 기준 5000원으로 보령의 대표상품인 머드도 체험하고, 목욕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다. 다만 남, 녀가 따로 쓰게 되어 있고 생각보다 넓지 않아서 온 가족이 여유롭게 머드 체험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목욕을 마쳤을 땐, 바다의 풍부한 미네랄과 머드 성분으로 보드랍고 탱탱해진 피부를 느낄 수 있다.

4:00 pm
이젠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대천항으로 가보자. 버스도, 회 먹으러 가는 내 마음도 갈매기처럼 날아가는 듯하다. 대천항은 꽤 큰 편이다. 바다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고, 육지에는 자연산 횟감을 파는 집들이 소란스럽다. 광어, 도미, 우럭, 멍게……. 이게 정말 웬 떡이냐. 이집 저집 다니며 싼 곳도 찾을 겸 구경을 다닌다. 2인분어치 갖가지 횟감을 단 돈 2만원에 사들고 상추, 초고추장까지 마련해 부두로 걸어간다. 마침 그늘도 드리워져 있어 두꺼운 박스로 자리를 만든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갈매기의 '끼룩'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그곳에서 큼지막한 상추에 회를 싸 먹는다. 입 속에 넣자마자 씹혀버리고 마는 고 신선하고 부드러운 갑오징어가 마냥 행복하게 한다.  

6:00 pm
대여섯 시 무렵이면 역으로 가야 한다. 11시 전에 서울에 도착해야 지하철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진 보령의 바다, 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리운 먼 곳이 되어버릴 터. 아쉬움은 바다에 남기고 발길을 돌린다. 열차 시간까지 여유가 있다면 역 근처의 논, 밭을 둘러보거나 보령 이마트에 가보는 것도 괜찮다.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이마트를 상상했다면, 아니다. 이마트로 가는 길, 단 한 명의 사람도 없었는데 이것이 바로 진정한 6월의 보령이었다. 고요함 그 자체. 길가 민들레 꽃씨만이 산들거리며 존재를 알릴  뿐이다. 농사짓는 농부의 등 뒤로 해가 어물거리기 시작하면, 이젠 집으로 향할 시간이다.


PS. 대천해수욕장에서는 7월 11일부터 19일까지 보령머드축제가 열린다. 보령머드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축제로 국제적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7월 12일에는 '아시아드림콘서트'가 열려 가수 비, 2PM, 다비치, FT아일랜드, 백지영 등이 출연한다. 구체적인 일정과 내용은 www.mudfestival.or.kr로 들어가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루 코스가 아니라면 원산도, 외연도, 장고도, 삽시도 등 섬과 무창포해수욕장, 성주산 자연휴양림 등의 관광명소도 가볼 만하다. 음식은 간재미 회무침, 쭈구미, 키조개요리 등이 유명하다. 자세한 사항은 www.boryeong.chungnam.kr, 보령시청 관광과 041)932-2023으로 문의하면 된다.
#대천해수욕장 #보령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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