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독한' 콜라주, 눈물이 나네요"

초대형 콜라주 '에르미타주 박물관', 대한한공 제작 UCC 화제

등록 2009.06.30 11:40수정 2009.06.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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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에르미타주 콜라주 동영상 대한항공이 후원하는 에르미타주 박물관 한국어 작품 안내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산학협동 차원에서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학생 67명이 참여해 10일간에 걸쳐 완성했다. ⓒ 대한항공


실내체육관 바닥 한가운데 가로 15.6미터, 세로 9.6미터 크기의 대형 흰색 종이가 펼쳐진다. 수 십여 명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종이 위를 오간다. 또는 기어간다. 종이가 너무 커서 사람들이 콩알만 하게 보인다. 10여 명이 종이 위에 흩어져 자리를 잡고 앉더니, 사진 한 장씩을 들고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밑그림이다. 이내 굵은 매직으로 그림 선을 따라 덧칠을 한다.

듬성듬성 모둠별로 완성된 그림이 하나로 이어지자, 대형 건물의 외관이 위용을 드러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이다. 프랑스 루브르, 영국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불리며 매년 세계 각국에서 260만 명 이상이 찾는 러시아 최고의 문화 명소다.

종잇조각 수만 개로 재탄생한 에르미타주 박물관

이번엔 잡지다. 수십 명이 앉아서 잡지를 본다? 아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마구 찢는다. 낱장으로 찢긴 잡지가 색깔별로 수북이 쌓인다. 다시 대형 종이 위로 몰려간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찢어온 잡지에 딱풀을 발라 밑그림에 붙이기 시작한다. 밑그림 그릴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잡지를 찢어 붙이며 작업에 몰두한다.

종이, 헝겊 등을 찢거나 오려 풀로 붙이는 미술기법인 콜라주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다닥다닥 붙어서 움직이는 수백 마리의 개미들이 빠른 속도로 집을 짓는 것 같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의 빠른 이동이 시간이 꽤 흘렀음을 짐작게 한다. 하늘과 바닥 등 배경 작업이 끝나자, 사람들은 건물 외관에 집중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이 종잇조각 수만개로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콜라주가 거의 완성되자, 사람들이 종이 위를 기어가거나 날아가는 모습을 연출하며 즐거워한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사람들은 다시 다른 종이에 매달렸다. 이번엔 조금 작은 종이에 어디서 본듯한 미술작품이 그려지고, 다시 종이를 붙인다. 이 콜라주는 대형 종이 위로 옮겨졌고, "고갱 <과일을 쥐고 있는 여자>"라는 소개 문구가 나타난다. 로댕의 <청동시대>, 세잔의 <담배 피는 사람>, 조르조네의 <유디트> 등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소장된 세계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그런 식으로 에르미타주 박물관 콜라주 곳곳에 추가됐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왜 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음 장면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이 대한항공 비행기의 콜라주를 만들기 시작한 것. 완성된 비행기 콜라주가 에르미타주 박물관 콜라주 위로 날아간 뒤, '에르미타주 박물관 한국어를 만나다'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그리고는 작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콜라주 위에 드러누웠다. 위에서 보니, 박물관 앞 광장에 잔뜩 모여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들은 각자 개성 어린 몸짓으로 고된 작업이 끝난 뒤의 기쁨을 한껏 표출했다.


이 콜라주는 대한항공이 후원하는 에르미타주 박물관 한국어 작품 안내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기획 작품이다. 산학협동 차원에서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학생 67명이 참여해 10일에 걸쳐 완성했다. 사용된 잡지만 3240권이고 딱풀은 319개였다.

이 모든 작업을 담은 UCC 영상은 인터넷에 올라온 지 이틀만에 조회수 6만 건, 댓글 및 스크랩 3000건을 넘어섰고, 베스트 영상으로 등극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거대한 제작 규모나 완성도도 그렇지만, 학생들의 지치지 않는 열정에 누리꾼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럭키세븐), "정말 독하다"(구르는콩)" 등의 찬사를 보냈다. 그래서 이 작품의 별명은 '독한 콜라주'가 됐다.

작품 제작에 참여했던 이규호(26·단국대 시각디자인학과)씨는 "세계적인 박물관에 한국어 서비스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이 같은 대형 작업에 참여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루브르 박물관에 이어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인 에르미타주 박물관에도 한국어 작품 안내 서비스가 시작되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색적인 대형 콜라주 작품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측은 이 콜라주를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기증해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어로 생생하게 느끼는 에르미타주의 감동"

한편, 대한항공은 29일 오후 3시(현지시각)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후원 협약을 맺고 한국어 작품 안내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이 협약식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미하일 보리소비치 피오트롭스키 박물관장, 이규형 주한 러시아대사 등이 참석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에르미타주 박물관 측과 박물관 관람객에게 배포되는 안내가이드 맵 및 박물관 특별전의 포스터 제작을 향후 5년 동안 후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조양호 회장은 협약식에서 "이곳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은 자국어 안내가 없어 예술품에 대한 감동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다"면서 "대한항공 후원으로 새롭게 서비스되는 멀티미디어 가이드는 우리 국민들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한국어 작품안내 서비스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290여 만점의 작품 중 주요 작품 352개에 대해 이뤄진다. 음성 녹음은 방송인 김성주씨와 연극인 손숙 씨가 맡았다.

그동안 에르미타주에서는 자국어인 러시아어를 비롯해 영어·독일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 등 서양어 6개 언어에 대해서만 작품 안내가 제공됐다. 한국어 서비스는 중국∙일본어보다 앞선 것으로 동양어로서는 최초다.
#독한콜라주 UCC #에르미타주 박물관 #박물관 한국어 서비스 #대한한공 #단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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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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