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교육 앞서 '일제고사'부터 없애야"

울산 올 들어 3명째 숨져... 학부모단체 "성적지상주의 교육정책 전환해야"

등록 2009.07.06 16:48수정 2009.07.0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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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울산의 한 초등학생이 성적을 비관해 자살한 데 이어 7월 3일 울산의 한 여고생이 역시 성적과 친구문제로 자살하면서 성적지상주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울산에서는 올들어 공식적으로 성적을 비관해 자살한 청소년이 3명으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지역 학부모단체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성적지상주의 교육정책을 전환하고 일제고사를 폐지하라"고 촉구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올해 초 전교조 울산지부는 일제고사 등 성적지상주의를 반대하며 교사 서명운동을 벌였고, 지난 3월 31일 일제고사 때 학생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떠난 교사 3명에 대해 울산시교육청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중징계 절차를 밟자 전교조 교사들이 연일 규탄 집회 등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오는 7월 8일 울산에서는 9만4000여명의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광역수준 초등학업성취도평가를 기말고사라는 이름으로 강행한다. 이에 대해 학부모단체와 전교조는 "학력향상 정책과 이에 따른 일제고사 등으로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깊어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a  전교조 울산지부 소속 교사들이 지난 4일 울산시교육청에서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에 참가한 교사 3명을 징계하는 것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전교조 울산지부 소속 교사들이 지난 4일 울산시교육청에서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에 참가한 교사 3명을 징계하는 것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시사울산

전교조 울산지부 소속 교사들이 지난 4일 울산시교육청에서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에 참가한 교사 3명을 징계하는 것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시사울산

일선 교사와 전교조 등에 따르면 현재 울산의 각 학교에서는 학원식 맞춤수업과 각종 문제집 풀이 교육이 빈번하고 일부 초등학교는 일제고사 대비 사설모의고사까지 계획하는 실정이다.

 

학부모단체는 6일 기자회견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잇따른 울산지역 학생의 자살 사건을 겪으며 이 아이들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고 생각하고 그 책임을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학부모단체 "교육정책 전환을"

 

어린이책시민연대울산지회, 울산여성회, 울산장애인부모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울산지부는 6일 오후 2시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울산교육청의 성적지상주의 교육정책과 이에 따른 일제고사 강행은 입시경쟁교육을 강화해 아이들을 더욱 더 죽음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시급히 교육정책을 전환하고 일제고사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학부모들은 "며칠 전 한 명의 고등학생이 자신의 소중한 꿈을 키워갈 수 없는 교육현실을 비관하고, 더 이상 견디어 낼 마음을 잃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이같은 청소년 자살은 올해 들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세 번째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아이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20여 년 전 우리사회에 깊은 성찰을 주었던 한 여중생의 유서를 통해 그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며 유서를 소개했다.

 

소개된 86년 어느 여중생의 유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에는 "난 일등 같은 것은 싫은데, 앉아서 공부만 하는 그런 학생은 싫은데, 난 꿈이 따로 있는데, 난 친구가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은 엄마가 싫어하는 것이지. 난 인간인데, 난 친구를 좋아할 수 있고 헤어짐에 울 수도 있는 사람인데…. 나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기라고 하는 분, 항상 나에게 친구와 사귀지 말라는 슬픈 말만 하시는 분…. 공부만 해서 행복한 건 아니잖아? ..."라고 쓰여 있다.

 

학부모 단체는 "교사의 꾸중, 부모의 성적 채근, 사회의 등수 매기기를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그 아이의 마음도 이렇지 않을까 헤아려본다"면서 "그렇기에 이 아이들의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가슴 아프게 책임을 느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울산교육청은 '생명존중 및 청소년 자살 예방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며 "교육청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관련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한계가 분명해 학부모들의 의견을 모아 성적지상주의 교육정책을 전환할 것 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더 이상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죄를 짓지 말고 성적지상주의 교육정책을 전환하고 일제고사를 폐지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전교조 울산지부 도상열 정책실장은 "우리가 성적지상주의 결과에 대해 누누이 경고하고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울산교육감은 하루빨리 일제고사 폐지와 학력향상정책을 전환하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7.06 16:48ⓒ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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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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