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재산 331억원 장학사업 내놓는다
대선직전 헌납 약속 19개월만에 지켜

청 "재임중 기부, 세계정치사 유례없어"... 남은 재산 49억원

등록 2009.07.06 12:00수정 2009.07.0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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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장학사업에 내놓기로 했다.

이 대통령의 재산기부 문제를 위해 지난 3월 발족한 '재단법인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송정호 위원장(전 법무장관)은 5일 "이 대통령의 재산 331억4200만 원을 청소년 장학사업에 출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 대통령은 6건의 건물, 토지 등 부동산과 예금을   '청계'(淸溪)라는 이름의 장학재단을 설립해 기부하기로 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선거 직전인 2007년 12월 7일 방송연설을 통해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로부터 19개월 만에 재산기부가 현실화한 것이다.

 청와대가 밝힌 이명박 대통령의 기부재산과 잔여재산 내역표로 빌딩 3채(토지와 건물로 나누면 총 부동산 6건)의 내역이 담겨 있다.
청와대가 밝힌 이명박 대통령의 기부재산과 잔여재산 내역표로 빌딩 3채(토지와 건물로 나누면 총 부동산 6건)의 내역이 담겨 있다. 청와대 제공

추진위에 따르면, 이번 기부금은 서울 서초동의 영포빌딩과 대명주 빌딩, 양재동 영일빌딩 등 이 대통령이 지난해 말에 재산신고를 한 빌딩 3채에 대한 감정평가액 395억 원과 예금 8100만 원에서 임대보증금 등 부동산연관채무 64억3천여만 원을 뺀 금액이다.

추진위는 "이 대통령의 잔여재산은, 미국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채권(LKe-Bank 청산지분 30억 원)을 제외하고 나면 논현동집(44억2500만 원)을 포함해 49억600만 원이 남는다"고 밝혔다. LKe-Bank 소송채권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재산으로 계산은 돼 있지만, 승소한다 해도 (지난 대선 때 BBK사건으로 구속 중인) 김경준씨로부터 이 돈을 받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송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재산기부 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1995년 발간한 자서전 '신화는 없다'를 통해서였다"면서 "그 이후 공인으로 나설 때부터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씀해 오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단 설립에 대한 발표가 다소 늦어진 것은 어렵고 깨끗하게 모은 한 개인의 소중한 재산이 한 푼이라도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여러 방법에 대해 심사숙고를 거듭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학사업 재원은 연간 부동산 임대수입 11억 원

재단법인 '청계'는 이 대통령이 기부한 부동산의 임대수입을 주요 재원으로 장학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현재 기준으로 한 달에 9천여만 원, 연 11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추진위는 이번 주 초에 법인설립 신청서를 교육청에 제출하고, 허가서가 나오는 즉시 대통령이 기부한 재산을 법인명의로 이전할 계획이다. 송 위원장은 "법인허가에서 최종완료까지는 보통 3개월 정도가 걸리지만, 사전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1개월 이내로 앞당겨 최대한 빨리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단법인 이름을 '청계'(淸溪)로 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청계천 복원 사업을 하기 전부터 쓰던 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문명은 '청계'가 외국인이 발음하기 쉽지 않고 의미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Lee Myung-bak & Kim Yoon-ok Foundation'(약칭 Lee & Kim Foundation)으로 하기로 했다.

설립될 재단 이사장은 송정호 위원장이, 이사는 김도연 울산대 총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류우익 서울대 교수(전 대통령실장), 문애란 퍼블리시스웰콤 대표,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전 청와대 수석), 유장희 이화여대 교수, 이상주 변호사, 이왕재 서울대 교수, 이재후 김&장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등 9명이, 감사는 김창대 세일이엔씨 대표와 주정중 회계사(삼정 컨설팅 회장)가 맡기로 했으며 사무실은 영포빌딩에 두기로 했다.

이 대통령쪽은 이번 재산기부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송 위원장은 "이제 대통령께서는 물질적 욕심이 없을 것으로 믿는다"며 "오직 성공한 대통령으로서 성공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욕심 하나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최고 지도자 재임 중에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한 것은 세계 정치사에 유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제 인생은 우리 현대사가 빚어낸 드라마의 한 축소판"

이 대통령은 이날 낸 "'재단법인 청계'의 설립에 즈음하여"란 글에서 "제 인생은 우리 시대의 많은 분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현대사가 빚어낸 드라마의 한 축소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독하게 가난한 집안의 자식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대한민국이 '기적의 역사'를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또 그 역동적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재단법인 청계 설립자 이명박'이라는 이름으로 쓴 이 글에서 그는 "제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를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꽤 오래 전부터였다"면서 "저에게 이런 마음이 영글도록 한 뿌리는 어머니"라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는 많이 배우지 못하셨고 정말 가난했지만 늘 남을 위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셨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사회가 물질로서만 아니라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제 진실한 소망"이라면서 "오늘의 제가 있도록 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글을 마쳤다.

이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친서민' 행보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재산기부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지 주목된다.
#이명박 #재산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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