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베지검은 7월 8일, 지난 2005년 4월 JR 후쿠치야마선(福知山線)에서 발생한 열차탈선사고의 책임을 물어 JR 서일본(西日本, 니시니혼)의 야마자키 마사오(66) 사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택기소했다.
일본에서 열차탈선사고로 해당선을 관리하는 철도회사의 최고관리자가 구속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만약 야마자키씨가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관리책임의 권한에 관한 새로운 판례가 나올 전망이다.
사망자 107명, 부상자 562명을 낸 이 사고는 전후 최대, 최악의 열차사고로 꼽히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후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는 효고현 검경과 함께 약 2년에 걸쳐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275페이지짜리 최종보고서를 작성 공표했다. (관련링크 철도사고 조사보고서 - JR서일본 여객철도 주식회사 후쿠치야마선 쯔카구치역~아마가사키역 열차탈선사고 PDF 화일)
당시 보고서는 사고를 일으킨 핵심 원인으로 "브레이크 조작의 실수로 인해 R304m 커브곡선에 시속 약116km/h 로 진입하는 바람에 탈선이 일어났다"는 일반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그리고 JR서일본은 사망한 열차운전자의 주의부족 및 실수임을 주장했다. 그들의 근거는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의 이타미(伊丹) 역에서 사고를 일으킨 전철이 이미 70m 오버런(over run)했다는 것과 다음 정차역이었던 가와니시이케다(川西池田) 역에 들어갈 때도 제대로 정지하지 못하는 등 극히 부자연스러운 운전을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이후 JR서일본은 낙후된 열차선로, 출근시간대의 살인적인 열차운행시각(2분에 1대꼴) 문제 등을 부분적으로 인정했지만 여전히 사건을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은 "운전자의 주의부족 및 실수"임을 주장해 왔다.
검찰 VS. JR서일본, 4년을 끈 공방전
이 주장은 사건이 일어난지 4년이 지난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어제(8일) 기소당한 야마자키 사장은 고베지검의 임의청취에 "운전사가 제한속도를 그렇게 심하게 초월해서 급커브길을 들어설 줄은 예측하지 못했다"며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고베지검의 주장은 다르다. 고베지검은 "해당 급커브길은 야마자키 사장이 철도본부장이었던 96년 12월 원래 600미터였던 커브길이 거의 반으로 축소된 것으로 자동열차정지(ATS, Automatic Train Stop) 장치 등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했었다"고 말해 양자는 팽팽하게 대립해 왔다.
양측의 공방이 지지부진하자 08년 9월부터 8개월간 특별수사에 착수했다 JR서일본 주식회사를 2차례에 걸쳐 수색하고 철도관계자 200명으로 부터 자문을 구한 끝에 고베지검은 자동열차정지(ATS)를 둘러싼 결정적인 증거를 입수, 야마자키씨를 기소하게 된다.
고베지검이 8일 발표한 기소장을 보면 "급커브길의 자동열차정지(ATS) 장치의 관리는 철도업계의 정기적인 관리업무에 들어가며, 1일 34회의 철도운행량이 94회로 늘어난 과도한 운행시각표로 인해 전복사고를 일으킬지도 모르는 급커브길의 관리 중요성을 경영진은 인식할 수 있었다"고 적혀져 있다.
또한 고베지검은 "(후쿠치야마선)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홋카이도 JR 하코다테선의 화물열차 전복사고가 일어났는데, 이때 야마자키 사장은 자동열차정지(ATS)를 달았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보고서를 접해 이미 자동열차정지(ATS)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기소방침이 전해지자 야마자키씨는 8일밤 기자회견을 통해 "내가 그만두는 것이 (JR서일본의)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시킬 수 있다"며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을 뿐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또 야마자키씨는 "검찰의 결정을 진지하게 받아 들인다"고 말하면서 피해자 및 유족들에게 다시 한 번 사죄하면서도 "하지만 검찰의 주장과 우리의 주장이 다르다"며 법정공방을 진행할 생각을 내비쳤다.
한편 유족들은 최고경영자 야마자키씨의 기소방침을 환영하면서도 구(舊)경영진 11명이 불기소처분을 받은 것을 아쉬워했다.
<마이니치 신문> 7월 9일자에 따르면 후쿠치야마 탈선사고로 가족친지를 희생당한 유족들의 모임인 '4・25 네트워크'는 "이익우선주의를 추구하는 기업의 더러운 본질이 드러났다는 점은 평가하지만, 왜 한 명만 기소된건지 이해가 안간다"며 고베지검의 방침에 불복, 검찰 재조사 신청(検察審申し立て)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박철현 기자는 일본 전문 뉴스사이트 <제이피뉴스>(www.jpnews.kr)'의 정치사회부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제이피뉴스>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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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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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후 최대 열차사고, 4년 만에 결론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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