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자전거 보험, 들어야 할까요?

상해보험으로도 충분한 자전거 보험, 왜 들라는 건지

등록 2009.07.16 17:38수정 2009.07.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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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자전거를 타고 은행에 들러서 일을 보는데 창구에 있는 여직원이 헬맷과 장갑을 낀 제 복장을 유심히 보더군요. 자전거 타는 것에 관심이 있나보다 하고 질문을 하면 잘 대답해줘야지 했는데 막상 들려온 질문은 "혹시 자전거 보험 들으셨어요?" 하는 것입니다. 살짝 허탈해하면서 아직 안 들었다고 대답했더니 당장 보험 안내장을 꺼내면서 설명을 해주더군요.

"혹시 자전거 보험 들으셨어요?"

a  자전거를 애용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중 하나가 자전거의 파손과 도난에 대한 걱정입니다.

자전거를 애용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중 하나가 자전거의 파손과 도난에 대한 걱정입니다. ⓒ 디씨갤


이미 인터넷 자전거 카페에서 자전거보험 얘기를 읽었던 저는 궁금했던 사항에 대해 직접 확인도 할 겸 "자전거 보험이라는 취지는 좋은데 자전거 파손이나 도난에 대한 보상이 없는 게 사실인가요?"하고 물어봤습니다. 자전거를 애용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의 하나가 자전거의 일부 용품이나 차체 전부를 도난 당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동네 마트 앞에 아끼던 자전거를 묶어두고 장을 보고 나오니 자전거 거치대에는 끊어진 자물쇠만 덩그러니 남아 있던 쓰라린 기억이 있답니다. 그런 일은 매우 잦아서 인터넷 자전거 카페들에는 도난 자전거를 신고하는 게시판과 도난 예방과 방지를 위해 자기 자전거의 실사진과 차대번호를 등록하는 게시판이 있을 정도랍니다. 오죽하면 자전거 관리 명언 중 하나가 '자전거가 내 시야에서 안 보인다면 그건 내 것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라!'랍니다.

결정적인 약점을 건드린 듯 허를 찔린 표정의 담당자는 "자전거는 자동차와 달리 감가상각을 측정할 수 없어 파손시 보상가격 산출이 어렵고, 자동차처럼 등록이 되어있지 않아 악의적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도난시 보상이 어렵다"고 말하더군요. 이에 저는 "자전거도 도로교통법상 이륜차 차량인데 보험상품 개발시 차처럼 파손이나 도난에 대한 대책이 어느 정도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했더니 다른 보험사의 자전거 보험 상품에도 자손, 자차에 대한 내용은 없다는 것으로 넘어 가더군요.

자손, 자차 보장이 '쏙' 빠진 자전거 보험

a  여러 보험회사에서 자전거보험을 판매하고 있으나 하나같이 자손,자차에 대한 보장내용은 없습니다.

여러 보험회사에서 자전거보험을 판매하고 있으나 하나같이 자손,자차에 대한 보장내용은 없습니다. ⓒ 금융감독원


대신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가 나서 다쳤을 경우 보상이 좋다고 합니다. 제가 들른 K은행은 S화재의 자전거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어린이용 자전거 보험의 경우 1년에 2만 7천원만 내면, 자전거나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때 하루 2만원씩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며, 자전거를 타다 후유장해를 당하면 5천만원, 일반 후유장애를 당하면 4천만원의 보험금을 탈 수 있다고 설명해 주더군요. 대인, 대물배상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이나 다른 사람의 자전거를 치었을 경우에도 보험처리를 해주고요.


한 마디로 현재의 자전거보험은 자기 자전거의 파손이나 도난시의 보상은 빠진 반쪽짜리 보험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제가 자주가는 인터넷 자전거 카페에는 이런 무늬만 자전거 보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많이 보입니다.

그냥 일반 상해보험과 보상범위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으니 기존에 상해보험이 있으면 가입하지 말라고 하는 자출인(자전거타고 출퇴근 하는 사람)도 있구요. 어차피 자전거가 도로교통법상의 차량이니 교통사고를 보상하는 일반 상해보험을 들어도 사고 보상을 받는 건 마찬가지니까요.


자전거를 애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가봐도 부실한 자전거보험상품을 만든 보험회사들의 고민도 엿보입니다. 자전거보험이란 게 기본적으로 보험액수가 적다보니 보험개발, 운용에서부터 수수료까지 하면 수익이 적을 수밖에 없으므로 보험회사들이 좋아할 리 없습니다. 정부가 "자전거 이용확대"를 부르짖으며 이런 보험상품을 만들어 팔라고 하니 자손, 자차보상도 없는 반쪽짜리 보험 상품을 어거지로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들도 참 딱하기만 합니다.

<서울신문> 15일자 보도는 자전거 보험에 대해 보험사와 자전거 이용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지난달 22일 삼성화재가 출시한 자전거 전용보험은 현재까지 9000여명이 가입했지만 도난, 파손 등에 대한 보상이 제외돼 반쪽짜리 상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른 보험사들은 저가 상품에 대한 설계사들의 관심 부족, 수요측정 불가 등을 이유로 출시를 미루고 있다."

정부여, 정책에 자전거족을 이용하지 말라

대운하에 이은 4대강 개발 사업 홍보에 감초처럼 들어가버린 녹색 자전거사업. 국민들이 운하와 4대강 개발 사업에 호감을 가지게 하고자 공약한 전국을 잇는 자전거도로 구축에 이어진 것이 자전거보험입니다.

자전거를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이용하지 말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도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자전거를 애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자전거의 파손과 도난에 관련하여 많이 나오는 아이디어 중 실현가능하고 효과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적어 보았습니다.

ㅇ 자전거의 차대번호등록 의무화 : 자전거에도 고유한 차대번호가 적혀 있으므로 등록 의무화를 하면 분실과 도난의 방지와 예방이 되며 자차보상이 되는 제대로 된 자전거 보험상품을 가능하게 합니다.
ㅇ유료 공영 자전거 주차장 의무화 및 주차인 관리 : 유료화 하더라도 파손과 도난에서 안전하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것입니다.

PS) 서울시 강남구는 구민 전체를 대상으로 자전거보험을 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무늬만 자전거보험이지만 정부의 녹색성장사업은 사는 동네에도 차별을 두는 건지 섭섭하네요.
#자전거보험 #자전거 #녹색성장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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