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쑥부쟁이의 마지막 외침

[4대강 정비 '生生뉴스' 미래세대가 간다]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지는 여주 바위늪구비

등록 2009.07.15 15:24수정 2009.07.1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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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따른 강의 유량 변화가 심한 우리나라는 강변의 환경이 사시사철 다른 모습을 띤다. 장마철에는 강의 수위가 높아져 주변이 모두 잠기다가도, 다른 때에는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의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이때 강변에는 물이 차고 빠지는 지역이 필연적으로 생기게 되고, 이 지역을 환경이 교란된다 하여 '교란지'라 한다. 강변에 넓게 펼쳐진 교란지는 강이 사시사철 모습을 바꾸며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된다.

 

이러한 교란지의 대표적 예가 바로 여주의 바위늪구비이다. 이곳은 남한강의 중하류지역에 본류와 주변의 지류를 따라 공급된 토사들이 퇴적되는 대표적인 강 습지이다.

 

4대강 사업의 보 건설로 수몰되는 바위늪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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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경관의 여주 바위늪구비 ⓒ 환경운동연합

아름다운 경관의 여주 바위늪구비 ⓒ 환경운동연합
 

바위늪구비는 빼어난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다양한 종류의 수생식물과 육상식물, 조류 등 생물자원이 풍부하며 매년 많은 철새가 모여든다. 이러한 바위늪구비의 생태·경관적 가치는 2008년 내셔널트러스트의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에서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여주의 아름다운 바위늪구비가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바로 4대강 사업 때문이다.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따라 한강에는 여주 지역에만 여주보, 강천보, 이포보가 건설된다. 보는 일정한 유량을 확보하기 위해 연중 강물을 찰랑찰랑한 상태로 채워, 결국 우리 강을 사시사철 변화하는 '살아있는' 모습에서 고정된 하나의 거대한 호수로 만들어버린다.

 

 바위늪구비 역시 보가 건설되면 빼어난 자연 경관과 생태적으로 가치 있는 습지들은 강물 속에 잠기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바위늪구비가 훼손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바로 멸종위기종 '단양쑥부쟁이'다.

 

바위늪구비에 남은 단양쑥부쟁이의 마지막 서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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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단양쑥부쟁이. 바위늪구비가 사라지면 단양쑥부쟁이는 이 지구상에서 영영 자취를 감추게된다 ⓒ 여주환경연합

멸종위기종 단양쑥부쟁이. 바위늪구비가 사라지면 단양쑥부쟁이는 이 지구상에서 영영 자취를 감추게된다 ⓒ 여주환경연합

 

단양쑥부쟁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식물로, 강변의 교란지에서만 살 수 있다. 또한 쑥부쟁이 종류 중에 가장 드물게 발견되며,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 고유종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단양에서 충주에 이르는 남한강변 자갈밭에 널리 분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80년 충주댐 건설로 인해 수몰되어 사라지고, 현재는 바위늪구비의 군락이 유일한 서식지다.

 

따라서 바위늪구비가 4대강 정비에 의해 수몰되게 되면, 단양쑥부쟁이는 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동행한 여주 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4대강 정비에 의한 단양쑥부쟁이 군락의 수몰 위협은 현 정권의 재벌·기업 중심적 정책 추진에 의한 서민의 고통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며 "바위늪구비는 멸종위기 1급인 흰꼬리수리를 비롯하여 2급 식물인 단양쑥부쟁이 군락 및 멸종위기 2급 어류인 돌상어가 관찰되는 등 생태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곳으로, 4대강 정비에 의해 남한강변 수킬로미터에 달하는 습지가 사라질 것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멸종위기종의 위기는 비단 여주의 단양쑥부쟁이뿐만이 아니다. 4대강 사업의 5.7억㎥의 준설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종은 민물고기 종류로, 한국 고유종인 흰수마자와 얼룩새코미꾸리 역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우려가 크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천편일률적인 4대강 정비 사업은 사시사철 변화하는 우리의 강을 인간의 입맛에 맞게 고정시켜 옥죄고 있다"며, "4대강은 수변 생태계를 살리는 것이 아닌, 오히려 죽이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4대강 사업을 '4대강 살리기'라고 말하고 있으니 정말로 한심할 따름이다.

 

단양쑥부쟁이의 마지막 외침을 지켜줄 수 있을까

 

지난 24일, 바위늪구비에 직접 서서 바라본 남한강의 모습은 자연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또한 강변을 따라 줄지어 솟아 있는 단양쑥부쟁이의 모습은 강과 육지, 강 습지가 함께 어우러진 우리 원형의 자연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 시대, 이 공간에서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단양쑥부쟁이의 가치는 무엇일까. 4대강을 개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현 정부에게 경제와 효율을 넘어선 환경, 생명과의 공존이라는 가치를 바위늪구비에 홀로 서서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단양쑥부쟁이의 마지막 외침을 우리가 지켜줄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환경운동연합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 #4대강 #남한강 #단양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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