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정말 맞고 싶으세요?

[뉴스 속 건강 90] 주사처방, 득보다 실 많아

등록 2009.07.20 21:25수정 2009.07.20 21:2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주사는 빠른 효과를 보이는 반면 쇼크나 국소 감염 등의 부작용 문제를 항상 가지고 있다. ⓒ 엄두영


"의사선생, 주사 한 대만 놔줘…."


"어르신, 안돼요. 주사랑 약이 효과가 똑같은데 자꾸 주사만 찾으세요? 주사를 맞으시다가 부작용 날 우려도 있으니까 참으셔야 해요."

이런 대화는 시골의 보건지소에서라면 종종 목격할 수 있는 일상적인 대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주사제 처방 금지에 대한 설명을 하면 대부분의 어르신들에게는 간곡한 설득이 통하는 경우도 있지만, 버럭 화를 내고 다른 병원으로 가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는 제 마음도 편치 못합니다.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사제가 득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처방을 자제하려고 노력합니다.

지난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발표에 따르면 주사제 처방률은 2007년 4분기의 23.6%에 비해 2008년은 22.8%로 0.8%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2002년 4분기의 36.5%에 비하면 매년 조금씩 주사제 처방이 감소하여 20% 대 초반까지 내려와 있는 것입니다.

주사는 만병통치약?

일반적으로 병·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주사도 맞지 않고 병원 문을 나서는 것이 의사로부터의 진료행위를 제대로 받지 않고 나서는 것으로 오인하기 쉽습니다. 만약 주사를 맞고 나온다면 엉덩이를 문지르면서도 뭔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은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주사는 엄밀하게 경구 복용할 수 있는 약을 액체로 만들어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일반적으로 주사제를 처방하는 경우는 의학적으로 본다면 크게 두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주사제를 처방해서 빠른 의학적 효과를 보기 위한 경우이고, 두 번째는 경구 약물로 흡수되지 않거나 효과 보기 힘든 약물들의 효과를 보기 위한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사제가 경구 복용 약에 비해 효과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입니다. 한정호 청주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단지 빠르게 흡수되어 빠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효과가 좋게 느껴지는 것뿐"이라며 "경구 복용 약물은 효과가 좀 느린 대신에 오래가기 때문에 효과의 차이는 없다"고 말합니다.

심평원 관계자는 "주사제를 잘못 맞을 경우 맞은 부위에 감염이 발생할 수도 있고, 주사 약물에 대한 쇼크도 발생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의사나 주사를 맞으시는 분들은 이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야 한다"고 주사제의 부작용도 간과하지 말 것을 조언합니다.

경남과 전남, 왜 주사제 처방이 많나?

a

전국의 주사제 처방 현황 서울과 경기 지역의 주사제 처방률이 낮은 반면, 경남과 전남의 주사제 처방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번 심평원의 자료를 보면 요양기관 종별로는 의원이 25.1%로 종합전문요양기관(3.4%), 종합병원(8.7%)에 비해 높게 나타났고, 의원의 주사제 처방률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어 서울은 19.6%, 경남 35.4%, 전남 34.6%로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주사제 처방에 있어서도 병원 차이와 함께 지역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은 각 지역의 인구 분포에 기인합니다. 일반적으로 노인 환자들이 많이들 주사제를 원하는데, 이전에 병원에 왔을 때 주사를 통한 빠른 효과에 익숙한 세대의 경우 경구 약물보다 주사를 선호합니다.

경남이나 전남 같은 지역에서는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있습니다. 물론 일선 병의원에서 주사제를 남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환자들이 주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들이 주사제 처방을 거부한다면?

a

충북지역의 주사제 처방현황 충북 옥천군의 한 의원은 주사제 처방이 99.98%나 될 정도로 높다. 일부 병의원에서의 주사제 처방이 전국의 주사제 처방 빈도수를 올린다는 지적이 많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하지만 각 지역마다 90%가 넘는 주사제 처방을 보이는 병·의원들이 존재합니다. 충북 옥천의 한 의원은 주사제 처방이 99.98%나 된다고 하니 이쯤 되면 병·의원을 방문하는 거의 모든 환자에게 주사제를 처방한다는 소리입니다.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깁니다. 왜 의사들은 주사제 처방을 거부하지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한정호 과장은 "일부 병·의원들의 과도한 주사제 처방은 대부분 정직한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들에게 피해를 준다"면서도 "지방 중소도시나 시골에서는 주사를 놓아주지 않으면 그 환자가 다른 병·의원으로 가버리고 집단 보이콧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의료진의 노력만으로는 주사제 처방을 줄이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당장 젊은층의 의료행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젊은 부모들이 자식들과 함께 병원을 찾는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2005년 4분기 6.7%에서 2008년 4분기에는 4.9%로 꾸준한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일반과의 경우 38%에서 주사제 처방을 하는 것에 비교해볼 때 젊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주사제 처방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젊은 부모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주사제에 대한 꾸준한 계몽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심평원, 주사제 과다처방 발표하면 임무 끝?

심평원은 주사제 과다처방에 대한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을까? 심평원 관계자는 "매년 주사처방에 대해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면서 "적정급여 자율 개선을 통해 주사제 처방률이 높은 요양기관 관계자와 면담 및 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일선 병의원의 주사제 처방에 대한 발표와 함께 일선 병의원에 대해서는 계도와 계몽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소극적 대응만으로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 쉽지는 않습니다. 주사제 처방의 경우 의료인과 국민들의 인식이 함께 전환되어야 뚜렷한 성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사제 처방을 줄이기 위해서 심평원은 주사제 처방이 많이 나타나는 지역의 특징을 파악하여 맞춤형 홍보를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언론에서도 지속적으로 주사제 남용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꾸준히 홍보한다면 주사제 처방은 조만간 선진국 수준으로 내려갈 것입니다.
#주사 #주사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군산 갯벌에서 '국외 반출 금지' 식물 발견... 탄성이 나왔다
  2. 2 20년만에 포옹한 부하 해병 "박정훈 대령, 부당한 지시 없던 상관"
  3. 3 남자의 3분의1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고?
  4. 4 광주 찾는 합천 사람들 "전두환 공원, 국민이 거부권 행사해달라"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