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직 총사퇴를 촉구하며...

시대의 공범자가 되지 않으려면

등록 2009.07.23 10:07수정 2009.07.2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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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권의 화두는 '장악'

 

이명박 대통령 집권 시기는 우리 역사에 있어서 가장 수치스러운 시대로 기록될 듯하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이 위장 전입, 자녀의 위장 취업, 선거법 위반 유죄 판결로 인한 의원직 박탈 등 역대 대통령 중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는 최악의 도덕성을 가진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더라도 날로 어려워지는 서민 경제를 살려보라는 뜻이 담겨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당선 이후 대통령의 행보는 자신을 지지해준 국민을 배신하는 길을 지속적으로 걸어왔다.

 

취임 이후 대통령이 집중한 문제는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 살리기'가 아닌 '장악'이었다. 정부 조직 내에서 민주세력 집권 10년의 그늘을 지우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검찰 조직을 장악했으며, 임기와 독립성이 보장된 국가 기관의 기관장들을 협잡으로 사퇴시키고 자기 사람을 심는 데 주력했으며,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귀결된 작년 총선에서는 '절대 안정 과반수'를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조차도 '장악해야할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으로서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척박한 의식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연장선에서 어제 있었던 한나라당의 미디어 관련법 날치기 강행 처리 기도는 국가 기관에 이어 언론마저 장악하려는 대통령 장악의지의 화룡점정이라 할 터인데, 이 법안 가결이 기정사실화 된다면 이 나라 국민 절대 다수는 국가가 아닌 권력에 충성하는 국세청의 눈치를 봐 가면서, 검·경에 사상과 양심을 검열당해야 하고, 투기 자본의 무한 횡포를 감내하면서도 자본에 잠식당한 언론의 '이것이 바로 시대의 흐름이니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등 신문 방송의 입체적인 세뇌에 의해 올바른 판단의 자유조차 속박 당하게 될 것이다.

 

구색용(具色用) 국회, 들러리 야당

 

권력 분립이 민주주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며, 민주사회에서 의회(국회)는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할 막중한 권한과 책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거론하기조차 새삼스럽지만 지금은 할 수밖에 없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보장한 의결 과정은 다양한 이견의 인정과 자유로운 토론과 합의 그리고 합의가 여의치 않을 때에는 다수결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다.

 

언론 종사자 80% 이상, 전문가의 70% 이상, 전체 국민 65% 이상 그야말로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반대해온 미디어 관련법이지만, 친 박근혜계 의원을 포함한 여당의원이 180석에 육박하는 의석 분포에서는 한나라당이 굳이 무리수를 쓰지 않더라도 아주 합법적으로 통과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이런 의석 구도에서 전체 의석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야당은 거대 여당의 무한 독주에 소수의 반대 의견도 있었다는 사실 정도를 기록으로 남겨 민주주의의 요건을 갖추는 구색(具色)으로서의 역할 밖에는 달리 쓸 모가 없다. 즉, 현재 야당의원들이 정권 폭주의 미필적 공범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야당이 4년 내내 합법성을 담보 받은 거대 여당의 독주를 의장석을 점거하는 몸싸움으로만 막아낼 수는 없는 일이니 여당은 야당에게 포기하지 않을 만큼의 당근을 던져주고 야당을 조롱하면 그 뿐인 것이다.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하며 민심을 국정에 반영하지 못하는 대의기관이 왜 필요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고작해야 공룡 여당의 불의한 행보에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야당이 왜 있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불행하게도 우리 국민은 지난 몇 년 동안의 선거에서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말았다.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한나라당 정권을 창출한 선택 자체가 어리석다는 뜻은 아니다. 정권이 폭주하기 시작 했을 때 이를 효율적으로 견제할 장치를 국민 스스로 떼어내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어리석다는 것이다.

 

불의한 정권을 부끄럽게 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에게 과연 역사적 소명감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소명감이 진정이라면 그들은 자신의 지지자와 국민 앞에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모든 것을 걸고 싸울 수 있다는 결연함을 보여줘야만 한다.

 

선택의 여지는 전혀 없다. 야당 의원 전체가 금배지에 대한 미련을 훌훌 털어 버리고, 숫자의 논리에 함몰되어 있는 공룡 여당에게 '야당 없는 정치를 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무도한 정권을 스스로 부끄럽게 하여 세상과 역사 앞에 조롱거리로 만드는 것, 이것이 야당이 현실의 벽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는 모든 것을 버리고 결연하게 싸워나가는 자만이 진정한 승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과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7.23 10:07ⓒ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과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언론법 #국회 #의원직총사퇴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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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오디오 사진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다양성의 존중,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절대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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