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팬서비스 그리고 사회참여

등록 2009.07.28 18:23수정 2009.07.2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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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MB정부의 성격을 중도실용이라며 이해 못할 발언을 했던 황석영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그의 행동을 지지하고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그 비난은 아마도 애정과 관심을 주었던 사람이 느끼는 일종의 배신감에 기인했을 것입니다. 황석영이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시각과 인식, 그리고 그것이 투영된 그의 저작에 대해 지지를 보냈는데, 그의 시각과 가치관이 돌변한 것에 대한 허망함이나 배신감이었겠지요. 말하자면, 황석영은 자신이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을 엉뚱한 방향으로 풀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쳇말로 번지수가 잘못된 것이지요.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소위 스타라는 사람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또는 사회참여는 그 방향이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 걸까요?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거야 각 개인이 알아서 할 바이겠습니다만, 사회적 관계나 인지상정의 보편적인 가치를 고려할 때, 그것이 어떠해야 좀 더 바람직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자신이 받은 사랑과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일정 부분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노력은 여러가지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김장훈 같은 사람은 적극적인 기부활동으로, 권해효 같은 사람은 참여하고 행동하는 형태로, 그리고 차인표, 신애라 같은 사람은 사회적으로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일을 직접 실행하기도 합니다. 안성기, 김혜자 처럼 어려운 환경에 처한 어린이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활동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죠.

 

그런가 하면, 문제가 되는 작품에는 출연제의를 거절하거나 문제가 되는 기업의 광고출연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는데,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이 역시 사회적 기여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주체에 대해 협조를 거부함으로써 나름의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죠.

 

한편으론 사회적 기여활동에 인색한 스타들도 많습니다. 아예 사회적 기여에 관한 개념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대중으로부터의 인기를 단지 자신의 부를 채우는 데에만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어도 소위 정치적, 이념적 중립을 지킨다며 사회적 할동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지내는 사람도 있죠. 때론, 자신에게 사랑을 베푼 사람들의 이익에 상반되는 행동을 하면서 '찍지 마! X X, 열 뻗쳐서 정말...' 하는 막말을 뱉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스타 배우, 스타 가수, 스타 선수, 스타 작가 등이 바로 그 스타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주로 누구 때문인가요? 다시 말해, 누가 그들에게 열렬한 사랑과 관심을 쏟아주는 건가요? 그건 아마도 우리 주위의 평범한 시민들일 것입니다. 고급 오락거리보다는 TV 드라마에서 위안을 찾는 서민들, 클래식 공연보다는 삶을 담아낸 팝송에 귀 기울이는 청소년들, 고급 요트보다는 축구나 야구를 즐기는 사람들, 서민의 애환과 인권에 공감하는 양심있는 독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인간관계나 사회적 관계라는 것은 주고 받음을 전제로 합니다. 사랑을 받고 그에 대해 다시 관심과 애정을 주는 것이 곧 교류이자 소통이고, 인간관계를 유지해 가는 기본적인 방식일 것입니다. 스타가 대중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바로 이런 토대 위에서 가능할 것이고 또한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스타는 일방적으로 사랑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그렇게 받은 사랑을 형태를 달리 해서 다시 그 사랑을 베푼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이죠. 그것이 바로 인지상정의 인간관계, 보편적인 사회적 관계가 아니겠습니까.

 

그런 관점에서 황석영 사건을 돌아보자면, 그는 오랜동안 자신을 지지해주고 사랑을 베풀고, 그럼으로써 그에게 경제적으로 커다란 이익을 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독자들을 대변하는 아니, 대변하지는 않더라도 그들과 가치를 공유하는 자세, 그들을 향하는 시각을 견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사회적 관계를 일구어가는 사람의 도리인 것이죠. 그렇지 않고 그들의 가치에 반하는 언행을 한다면, 그건 일종의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나아가 배은망덕이라고 표현한다면 지나친 말이 될까요?

 

스타라는 존재는 스타로서의 자신의 지위가 근본적으로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를 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훌륭한 작품, 매력적인 노래, 신기록을 창출하는 신체적 능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정해주고 조건 없는 애정을 쏟아주는 사람에게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합당한 사랑의 환원활동을 하는 것이죠. 서민의 애환을 이해해주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고,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킨 기업과의 협력을 거부하고, 개인적인 이익을 떠나 양심의 편에 서는 것 등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지향하는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틀어지지 않도록 올바른 교양과 의식을 갖추는 것, 그리고 자신의 언행이 평범한 사람보다는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스타가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힘은 실로 막강하다고 하겠습니다. 대중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바로 그 대중들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팬서비스 정신을 갖추는 것, 그것이 바로 스타를 더욱 훌륭한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를 더욱 공평 타당한 방향으로 진전시키는 커다란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보편적인 사회적 관계, 사랑의 주고 받음에 적극적인 스타, 대중들은 바로 그런 스타를 갈망합니다.

2009.07.28 18:23 ⓒ 2009 OhmyNews
#대중스타 #황석영 #사회적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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