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에서 덕만을 보필하는 죽방역을 맡은 배우 이문식.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면서 웃음과 재미를 주는 등장인물이 있다. 고도(류담 분)와 짝궁이 되어, 덕만(이요원 분)의 곁을 지키는 죽방(이문식 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신라에 갓 들어온 탓에 아무 물정 모르는 덕만에게 "문노를 찾아주겠다"며 접근해서 소액의 사기를 친 것이 인연이 되어 덕만과 가까워지게 된 죽방은 이후 덕만과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친구 사이가 되었다.
28일에 방영된 제20부에서는, 덕만을 도와 진평왕에게 비밀상소를 올린 일로 인해 죽방이 설원(전노민 분) 앞에 끌려가 문초를 당하는 장면이 묘사되었다. "누가 그런 일을 시켰느냐?"는 설원의 물음에 대해, 일단 자기 목숨은 건져야 하니까 죽방은 "덕만이 시킨 일"이라고 사실대로 불었다. 이로 인해 미실(고현정 분) 측에서 덕만의 정체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상황이 조성되었다.
낭도 죽방의 활약상을 보면서, 우리는 화랑도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박중훈·정진영 주연 영화 <황산벌>에서 묘사되었듯이 화랑은 10대 청소년들이었고 그런 화랑을 따르는 낭도 역시 청소년들이었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기존 관념이다.
그런 통념을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나이 40이 넘어 보이는 죽방의 존재가 여간 어색한 게 아니다. 자기 자신도 그게 어색했던지, 덕만·죽방·고도가 낭도로 함께 편입된 장면이 묘사된 제8부(6월 16일 방영)에서 죽방은 "내가 이 나이에 낭도가 되어야 하느냐?"며 자랑 섞인 푸념을 하기도 했다. 어디를 보나, 드라마 속 죽방은 일반 낭도들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예외적인 낭도'다.
나이 든 죽방은 어떻게 화랑이 되었을까'화랑도' 하면 흔히 청소년 조직을 연상하는, 위와 같은 우리의 통념은 과연 어디에서 생긴 것일까? 그 출발점은 어느 역사학자의 해석이었다. 그 학자는 누구일까?
화랑도를 연구했다면 당연히 한국인 학자가 아닐까? 그렇지 않다. 흥미롭게도 그는 미시나아끼히데(三品彰英, 1902~1971년)라는 일본인 학자다. 한국인 학자들을 대신해서 화랑도 연구를 개척한 그는 "화랑도의 기원은 삼한 시기 촌락공동체 내부의 청소년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화랑도의 기원을 삼한시대의 청소년 조직에서 찾은 것은 그의 인식 속에 선입견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선입견이란 '화랑도는 청소년 조직일 것'이라는 인식이다. 그런 선입견이 작용했기에 신라 이전의 청소년 조직에서 그 기원을 찾으려 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화랑도를 청소년 조직이 아니라고 인식했다면, 그는 분명히 신라 이전의 다른 조직에서 그 기원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
미시나아끼히데의 영향을 받은 탓에, '나의 조국'이란 노래에서 "삼국통일 이룩한 화랑의 옛 정신을" 찬미한 박정희는 20대 초반의 청년 예비장교들을 화랑도의 이미지와 연관시켰다. 우리가 드라마 속의 죽방을 보면서 '낭도가 왜 저렇게 늙었어?'라는 느낌을 갖는 것은 기본적으로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의 이미지 조작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오늘날 20대 초반의 청년 예비장교들은 과거의 그 어떤 군사조직 못지않은 값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화랑도의 이미지를 청년 군사조직에 국한시키는 것은 화랑도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이해를 방해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화랑도를 청년 군사조직에 국한시킬 근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60살을 넘긴 뒤에도 화랑도 안에 머문 '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