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의 순간에는 자그마한 불편함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서평] 발명연구단의 <위대한 발명, 탄생의 비밀>

등록 2009.08.04 10:04수정 2009.08.0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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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발명, 탄생의 비밀 발명연구단 지음. 케이앤피북스 ⓒ 윤석관

▲ 위대한 발명, 탄생의 비밀 발명연구단 지음. 케이앤피북스 ⓒ 윤석관

인간들은 생활상의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조금 더 편리한 것을 탄생시켜왔다. 저 먼 옛날 구석기에서 신석기 그리고 청동기의 유물들은 우리에게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갑자기 생뚱맞게 어떤 인류학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떤 기준에서 사람임을 판단해야 하나요?"

 

"사람이라면 두 가지 기준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직립보행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고, 둘째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돌아다닌다는 것이지요."

 

아, 이것은 단지 동물적인 기준에서의 사람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요소들일 뿐이다. 현대의 사회적 인간이라면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요소들이 추가될 테지만 그것들은 이 글의 목적과 관련이 없으므로 생략한다.

 

어찌 되었건 간에 이 책 <위대한 발명, 탄생의 비밀>은 우리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해서 우리들에게 30가지나 되는 제품들의 발명의 뒷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창의와 혁신은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아주 사소한 것들,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64쪽)

 

그렇다. 이 책에서 대부분 등장하는 발명품들은 모두가 불편함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왜 사진을 바로 볼 수 없냐" 며 투정하는 딸의 한 마디에서부터 폴라로이드 사진가 탄생되었고, 부엌일에 익숙하지 못했던 아내가 걱정스러워 쉽게 상처를 싸맬 수 있는 반창고가 만들어졌고, 오타가 허용되지 않는 타이퍼들의 세계에서 '화이트'(수정액)가 탄생되었다.

 

하지만 편리한 물건을 만들어냈어도 이것이 자동으로 대박이 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물건들은 상용화 시키고 상업적인 성공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장 필요했던 것이 사람들의 '입소문'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발명가들은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제품을 홍보했고 마침내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던 것이 지금까지 남아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발명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발명자들은 수많은 시간을 그것 하나와 씨름했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난번에 읽었던 <기적의 사과>라는 책에서도 기무라씨는 무농약 사과재배를 위해서 9년의 기간 동안 사과 하나만을 붙잡고 그 고난 속을 꿋꿋이 헤쳐 나갔음을 기록한 이야기들이 그득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오늘 날에 존재하는 발명품을 만들어낸 사람들 역시 기무라씨와 같은 발걸음을 내딛었었다는 사실을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되었다. 아이디어는 한 순간에 뚝딱하고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것을 제품화 시키고 상용화 시키는 데는 모든 인생이 투여될 만큼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나열된 발명품 중에서는 썩 유쾌하지 못한 동기에 의해 발명된 제품들도 몇 가지 눈에 띄었다. 그 유쾌하지 못한 동기란 바로 '전쟁' 이었다.

 

나폴레옹은 전쟁 시 물자보급의 원활화를 위해서 통조림 발명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보관하기 쉽고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음식물은 군대의 이동시에 가장 필요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개발된 라면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던 그 때 우동집에서 사람들이 줄줄이 서있는 것을 발견하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들이 단순히 편리함을 위해서 찾는 많은 제품들의 탄생에는 고통스러운 과거가 존재하고 있었다.

 

전쟁이 만들어낸 발명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쟁의 무기개발에 의해서 탄생된 '어두운 아이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에 사용되는 '테플론'이라는 소재는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한 탱크의 소재로 사용되었고, 살상용으로 개발된 '마이크로파'는 음식을 익힐 수 있는 '전자레인지'에 적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에 어떤 책에서 언급했던 세계대전이 일으킨 결과물 중 하나가 기억이 난다. 그 당시의 국가들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막대한 자본을 무기개발에 투입했었고, 그 때문에 비약적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했다는 이야기였다. 지지부진하게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기술개발이 '전쟁'을 통하여 조직화 되고 거대화되었다는 측면은 있지만 그래도 가슴속에 남아있는 찝찝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발명품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과연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거대자본이 투여된 어마어마한 성능의 발명품들이 위대한 것일까? 아니면 개개인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작은 편리함을 주는 것들이 위대한 것일까? 나는 후자 쪽에 더욱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렇다고 전쟁이 낳은 결과물들을 하찮은 것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들이 좋은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낳은 끔찍한 결과를 다시는 마주하고 싶진 않다. 그리고 '전쟁'이 낳은 원폭의 상처를 다시금 되새김질하고 싶지는 않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8.04 10:04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발명, 탄생의 비밀

발명연구단 지음, 이미영 옮김,
케이앤피북스, 2009


#위대한 발명, 탄생의 비밀 #발명연구단 #이미영 #케이앤피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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