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도장 공장을 점거중인 쌍용자동차 노조에 대한 강제 진압을 시작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회원들과 노조원들이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박희태 대표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쌍용차 사측이 '청산형 회생계획' 절차에 들어가면, 사측과 담보채권자인 산업은행만 이득을 볼 뿐, 농성 조합원을 비롯한 모든 쌍용차 직원들이 실직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절차상 산업은행, 즉 정부 측 4/5 동의가 없으면 청산형 회생절차를 제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과정에 정부가 관여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방적 정리해고 반대, 자동차산업의 올바른 회생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4일 오후 3시, 쌍용차 평택공장 인근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며 정부 주도의 기획파산설을 주장했다.
날개 다는 상하이차... 유출한 기술 이용도 '프리패스'이 자리에 참석한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에 따르면, 임금채권이 담보돼있지만 변제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사실상 3개월치 임금, 3년치 퇴직금, 재해보상금 외에는 받아내기 어렵다.
반면, '먹튀' 논란을 빚은 상하이자동차는 이득을 본다. 쌍용자동차 법인이 해체되기 때문에 이후 쌍용차에서 유출한 기술을 이용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파산절차보다 시간이 단축되고 자산매각도 유리하기 때문에, 사측과 채권자 입장에서도 손해볼 것이 없다.
이 자리에서 이종탁 범대위 정책팀장은 "쌍용차 사측이 지난 2일 일방적으로 교섭결렬을 선언한 뒤 곧바로 청산형 회생계획안을 발표하고 농성장을 단전한 것은 일련의 '청산' 시나리오"라면서 "교섭은 쌍용차 파산의 책임을 노조에 전가하고 이후 상황을 대비해 시간을 벌기 위한 계산에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팀장은 "청산을 하려면 자산 매각을 위해 파업을 진압해야 한다"면서 "사측은 교섭결렬 선언을 하면서 이미 농성장 무력진압을 시도할 생각이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도료를 오랫동안 놔둬 굳으면 도장공장 재가동이 불가능한데도 단전조치를 한 것은 빠른 진압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범대위는 "현 법정관리인은 주주의 이해관계와 채권단 이익만을 고려하고 있어 올바른 쌍용차 회생을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법정관리인 해임과 새 관리인 선임을 요구했다. 이후 범대위는 청산형 회생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전체 쌍용차 노동자의 고용이 불안정해지는 만큼, 파업 참가자-비참가자의 분리를 넘어선 공동 대응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