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4당과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7일 오후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쌍용자동차 파업노동자들을 연행하여 대량사법처리하려는 경찰과 정부당국을 규탄했다.
쌍용자동차 사태가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 경찰은 현재 한상균 노조 지부장 등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원 25명과 외부 인사 7명, 불법 행위 가담자 64명 등 96명을 연행해 경기 평택경찰서 등 7개 경찰서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의 연행조치에 대해 한국진보연대 등은 "파업노동자들을 대량사법처리하려는 것은 노사간에 어렵게 이룬 타협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새로운 분쟁의 불씨를 지펴 올리는 일"이라고 성토하며 "파업노동자들에 대한 대량사법처리를 그만두고 즉각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정부에 대해 "쌍용자동차의 회생에 수수방관했고 경찰력을 동원하여 무자비한 살인진압을 한 정부가 이제 와서 파업노동자들의 대량사법처리에 매달리는 것은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한 형태"라며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의 기자회견은 경찰과 한국진보연대 등의 갈등으로 예정 시작시간을 25분 넘긴 후에야 진행될 수 있었다. 경찰병력 80여명은 집회시작 20분 전부터 경찰청 정문 좌우측 인도에 3열로 길게 도열하여 기자회견을 막아섰다.
경찰측 담당정보관은 "경창철 앞은 안된다"며 "일단 장소를 옮겨라. 옮기면 우리가 보호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문 앞 기자회견 불허의 이유를 "시민 통행이 제한되고 횡단보도가 있으며 차가 드나드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국진보연대 등은 "경찰이 오히려 인도를 막아 시민 보행을 방해하고 있다, 위협하지 말고 기자회견을 보장하라"고 반박했다.
한쪽에서는 경찰측 책임자 손동영 경비과장과 권영국 변호사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손 경비과장은 "왜 이런데 나와서 기자회견을 하냐. 집에 가서 얘기하면 되지 않냐", "경찰은 시위를 하는 국민이 아닌 일반국민들을 위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권 변호사는 "경찰이 헌법을 알고나 있냐. 기자회견도 할 수 없으면 그게 어떻게 민주국가냐", "기자회견이든 집회·시위든 일반국민의 기본권이다"라고 응수했다.
한국진보연대 등은 기자회견을 강행하였으나 경찰 병력에 의해 차도 쪽 좁은 공간만을 확보할 수 있었고 기자들은 차도로 나가서 취재를 하는 형국이 됐다. 경찰은 한때 한국진보연대 등과 기자들 사이를 방패를 들고 막아섰으나 참가자들의 항의로 물러나기도 했다. 결국 경찰은 도열을 일부 해산하여 정문에서 20여 미터 떨어진 곳의 공간을 내주었다.
한국진보연대 이강실 대표는 "표현의 자유를 막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평택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헌법을 위배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생존권 요구가 구속 이유가 될 수 없다. 그 소리를 듣기 싫어서 기자회견도 막아서려 하는 것 아니냐"며 "과연 우리가 말 할 자유가 있나? 노동자가 생존권 투쟁을 할 권리가 있나? 이제 물음표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2009.08.07 17:13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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