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10명중 2명 "입국과정 뇌물 줬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실태조사 결과 ... "송출 비리 여전"

등록 2009.08.12 16:38수정 2009.08.1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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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10명 중 2명 정도는 입국과정에서 송출업체 등에 뇌물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의 노동실태를 분석한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소장 이철승)는 "이주노동자들은 입국과정에서 과다한 송출비용의 형태로 뇌물을 지급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왔고, 사회문제로 이슈화 되어왔다"면서 "이주노동자들은 공식·비공식 경로의 입국과정에서 송출비리의 희생자가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상담소는 2005년, 2007년, 2009년에 걸쳐 '질문지를 이용한 표본조사'를 실시했는데, '뇌물을 지급했다'는 응답자가 2005년 19.4%, 2007년 15.6%, 2009년 17.5%로 조사되었다. 상담소는 3회에 걸쳐 같은 지역에서 조사한 노동실태의 변화와 추이를 분석하였다. 상담소는 5월 26일부터 7월 27일까지 마산․창원․김해․밀양․통영․양산․부산 지역 노동자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응답자의 국적은 인도네시아 12.8%(51명), 스리랑카 12.8%(51명), 필리핀 11.8%(47명), 중국한족 11.3%(45명), 방글라데시 10%(40명), 베트남 10%(40명), 네팔 9%(36명), 파키스탄 8%(32명), 우즈베키스탄 4.3%(17명), 태국 3.5%(14명), 몽골 2.3%(9명), 캄보디아 1.5%(6명), 중국조선족 0.8%(3명), 인도 0.8%(3명), 키르키즈스탄 0.8%(3명), 카자흐스탄 0.3%(1명), 미얀마 0.3%(1명), 러시아 0.3%(1명)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취업한 뒤 신분증(여권, 외국인등록증)을 압류 당해 기본권을 침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철승 소장은 "산업연수생제도 하에서 이탈 방지를 위한 고용주의 자구책으로 정당화되고 행정당국에 의해 묵인되어 왔다"고 밝혔다.

여권 압류 줄었지만, 기본권 침해 형태 여전

여권 압류(사용자는 보관으로 주장함)는 2005년 47.9%, 2007년 27.1%, 2009년 25.8%로 줄어들었고, 외국인등록증을 압류 당했다는 응답자도 2005년 16.4%, 2007년 6.8%, 2009년 7.3%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의 개인 신분증을 압류당하는 기본권 침해 행태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2005년 11.1시간, 2007년 11.4시간, 2009년 10.62시간으로 큰 변화가 없다. 월 평균임금은 노동시간과 야간잔업의 횟수에 따라 결정되고 있는데 2005년 111만 원, 2007년 126만 원, 2009년 132만 원으로 조사되었다.

이철승 소장은 "이주노동자는 숙련의 정도와 노동생산성 등 노동력의 가치가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으며 임금 인상 요인에는 최저임금의 매년 인상분 이상이 반영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그는 "특히 현행 고용허가제에서는 사업장 이동 횟수의 제한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사용자와의 1년 계약 기간이 끝나도 임금이 더 높은 곳으로 사업장을 이동하는 것이 사실상 봉쇄되어 저임금을 감수하고 일할 수밖에 없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노동자의 근로조건 12가지 항목(노동시간, 휴일, 작업량, 임금․보상, 급식, 작업안전도, 숙소시설, 의료혜택, 고충처리, 휴게시설, 인격적 대우, 외출) 중 가장 불만족한 한 가지 항목만을 표기하도록 한 응답하도록 했는데, ▲임금 28.6%(42명), ▲인격적대우 12.2%(18명), ▲작업량 9.5%(14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들은 직장 생활에서 가장 불만족한 애로사항으로 ▲낮은 임금수준 19.4%(31명), ▲임금체불 16.9%(27명), ▲외국인에 대한 차별 13.8%(22명) 순으로 응답했다.

직장 내 폭행 피해 경험 11.5%

직장 내 폭행피해 경험에 대해, 응답자의 76.0%(304명)가 '없다'고 응답했지만, 11.5%(46명)가 폭행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직장 내에서 상당수의 이주노동자가 폭행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관련행정기관의 주의가 요구된다.

이중 고용허가(E-9) 응답자는 47.8%(2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에서의 이주노동자 폭행은 국가와 공공기관이 관리와 제도운영의 책임지고 있는 제도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폭행 가해자는 '한국인 노동자'가 54.2%(26명)로 가장 많았으며, '직장 관리자' 25%(12명), '사장' 10.4%, '기타' 8.3%, '직장 외국인노동자' 2.1%(4명) 순이었다.

폭행 당한 이유는 '외국인이라서'라는 응답이 37.5%(18명)로 가장 많았고, '한국어를 이해 못해서' 20.8%(10명), 작업 중 실수 16.7%(8명), '말, 행동이 상대방의 오해를 일으켰다'와 '모르겠다', 그리고 '기타'가 각각 6.3%(3명), '일을 잘 못하는 이유 때문에' 4.2%(2명), '문화 차이' 2.1%(1명) 순이었다.

이철승 소장은 "폭행이 발생한 주요 원인으로는 명령 체계나 의사소통 문제가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면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에서의 업무는 명확한 직무상의 지시 체계가 없기 때문에 모든 현장의 한국인 동료들로부터 결국은 지시를 받고 있는 현실로, 갈등과 시비의 소지가 높기에 폭행의 사소한 원인을 방치하는 결과가 폭행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애로사항으로 ▲언어문제 26.7%(54명), ▲금전문제 21.3%(43명), ▲브로커에 의한 갈취 13.4%(27명) 순으로 응답했다.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와 보건안전교육 실태는 매우 심각한 상태로 조사되었다. 정규건강진단을 실제 받아 보지 못한 이주노동자가 2005년 37.0%, 2007년 41.2%, 2009년 30.8%로 조사되었다. 작업장에서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산업안전보건교육을 받아 본적이 없다는 응답이 2005년 41.8%, 2007년 45.8%, 2009년 38%로 조사되었다.

또  '산업재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주노동자가 2005년 27.3%, 2007년 42.2%, 2009년 32.5%로 산업재해빈도가 높은 추이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산업재해를 당한 후에 전적으로 이주노동자의 개인비용으로 치료하는 비율이 2005년 23.4%, 2007년 31.0%, 2009년 16.2%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는 산업재해를 당해도 치료비용을 상당수가 자신이 직접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절반 이상 이주노동자 한 달 생활비 30만 원 이하

이철승 소장은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이 근무하는 작업 현장이 얼마나 열악한 곳인지를 보여주는 것임과 동시에 위험요인이 많은 사업장일수록 강화되어야 하는 안전교육이 제대로 실시되고 있지 않음을 드러내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며 "영세한 사업장에서 안전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은 언어적인 문제로 인해 쉽지 않은 문제이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들이 한 달 평균 본국으로 송금하는 금액은 2005년 72.48만 원, 2007년 88.02만 원, 2009년 85.58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들은 한 달 수입의 약 64%를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는 한 달 생활비로 30만 원 이하(56.6%)로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장은 "외국 인력이 유입된 이후 정부 정책의 기조는 산업연수생 제도에서 고용허가제로 바뀌었지만, 비전문 외국인력을 필요로 하는 국내 제조업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대표되는 임금 착취적 구조 속에 안존하고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정부가 숙련 기능 인력을 양성하려는 노력 없이 부가가치 창출이 낮은 한계기업의 저임금 전략에 맞추기 급급한 초과착취 구조를 유지하는 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인권 침해는 불가피한 산물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미등록 체류자를 줄이기 위해 제도를 바꾸거나 인권침해 비난을 무릅쓴 공권력을 동원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 10명 중 2명은 5년 이상 장기 미등록 체류자라는 사실에서도 정부 외국인력 정책의 획기적 전환에 대한 필요성은 분명해진다"고 덧붙였다.
#이주노동자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이철승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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