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북녘 동포와 700만 재외동포 여러분, 국가유공자와 내외귀빈, 그리고 100만 외국인 주민 여러분!
90년 전, 나라를 잃은 우리의 지도자들은 낯선 땅 상해에서 피눈물을 삼키며 임시정부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가 결코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 없는 독립 국가임을 만천하에 알렸습니다. 64년 전 오늘, 삼천리 방방곡곡은 감격과 환희의 물결로 뒤덮였습니다. 막혔던 혈관이 뚫리고, 감겼던 눈이 활짝 떠지는 날이었습니다. 온 겨레가 하나 되는 날이었습니다. 61년 전 오늘, 이곳 광화문에는 자랑스런 태극기가 펄럭였습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나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음을 선언했습니다.
* 그 때 광화문에 펄럭이던 태극기를 과연 자랑스럽다고만 할 수 있겠습니까? 식민통치를 떨쳐내고, 미국에 의한 위임통치에서 벗어나, 우리의 정부가 수립되었다는 것은 실로 의미 있다 하겠습니다만, 대단히 불완전하여 아쉽고, 서글픈 정부수립이었다고 생각지는 않으십니까?
해방정국에서 민족적 단일성을 결집하지 못했고, 이념의 벽도 넘지 못했으며, 그것으로 인해 분단은 기정사실화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해방과 독립의 주체들에 의하여 정부가 수립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역사에 오점을 남긴 정부수립이었다고 생각한다면 편견이라 하시겠습니까?
해방 이후 정부가 수립되기까지 김구, 여운형 선생 등 수많은 독립의 지도자들이 흉탄에 비명을 달리했고, 그 분들의 살해 배후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분들은 식민지 조국의 해방을 위해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삶을 초개처럼 던질 수 있었던 '애국의 화신'들이었습니다. 결국 그분들이 흘린 피를 먹고 수립된 정부라 규정한다면 비약이라 하시겠습니까?
반면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들이나 그 후예들, 일제의 법조인들, 독립운동가를 추격, 체포, 고문했던 일제의 경찰이 근간이 되어 수립된 정부였다고 한다면 과거에 얽매여 미래를 보지 못하는 단견이라 하시겠습니까?
'자랑스럽다'는 것이 스스로의 자위여서는 안되며 또한 잘못을 덮기 위한 포장이어서는 더욱 안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허물을 인정하고 허물을 다시 쓰지 않아야겠다는 의지를 담을 때 진정 자존과 자랑스러움의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시 광화문에 펄럭였던 태극기는, 역사와 민족 앞에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 우리를 질책했을 거란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는지요?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이 허물을 곱씹고 자각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올바른 자세여야 한다면, 결국 그 태극기는 결코 자랑스러움만을 보여주는 상징일 수 없겠지요. 대통령의 말씀에 이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광복과 건국을 기념하는 이 자리에서 저는 기적의 역사를 만든 우리 위대한 국민에게 다시 한 번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우리 국민은 파란만장했던 60여년 현대사 속에서 희생과 헌신을 통해 희망과 기회를 찾아냈습니다.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영웅입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순국선열의 혼은 우리가 물려받은 가장 고귀한 유산입니다. 우리가 순국선열을 기억하는 한 대한국민은 만세에 빛날 것입니다.
*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30년간 피땀 흘린 애국 민주인사들의 희생은 고귀한 유산이라 할 수 없는 것인지요? 이들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 기피이거나 아니면 독재의 후예로서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자 하는 의식의 일단이 표현된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서 저는 위대한 우리 국민이 만든 '기적의 역사'를 세계사의 큰 흐름 속에서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1948년, 우리는 세계 사회에 대한민국을 등록시켰습니다. 세계 사회에서 우리는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나라를 세운 지 불과 이년 만에 6.25 전쟁이 일어나 많은 나라들이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전쟁과 빈곤에 허덕이는, 세계가 불쌍히 여기는 나라였습니다.
2009년,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대한민국은 이미 점이 아니라 파동입니다. 대한민국이 만든 자동차와 전자제품, 선박 등 주요 제품이 전 세계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만든 품목 가운데 400여개가 세계 일류 상품입니다. 대한민국은 모두가 가까이 하고 싶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21세기에 접어든 오늘, 세계가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21세기는 지구촌 시대입니다. 21세기는 자유의 시대입니다. 21세기는 녹색환경의 시대입니다. 국가의 특수한 이익과 지구촌의 보편적 이익이 분리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외교와 경제가 분리될 수 없고, 나라 안팎의 일이 분리될 수 없습니다. 민족만을 앞세운 좁은 시야로는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세계를 지평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써야합니다.
* 지구촌 시대는 이미 18세기에 개시되었습니다. 서구의 탐험가들이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던 시기 이미 세계화는 시작된 것입니다. 그들의 식민지 침략의 세계화는 지구촌의 비극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실제적 대항체로서 민족주의 또한 태동했고, 제국주의적 세계화에 대항하는 '민족'은 버릴 수 없는 소중한 가치였습니다.
특히 일제 치하의 질곡 속에서 우리는 '민족'이라는 단하나의 버팀목에 의지하여 독립을 위한 영혼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 '민족의 영혼'을 갉아먹은 일제의 앞잡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민족해방' 대신 일선동조, 만선일체, 타율성론, 정체성론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대 대통령의 최지근거리에 있는 뉴라이트라는 일련의 세력들이 또다시 타율성론, 정체성론의 미망을 우리에게 전파하고 있습니다. 일제 통치가 한국 근대화의 시작이었다는 소위 '식민지 근대화론'을 역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그 뉴라이트의 주요 멤버들이 대통령의 정부 기관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것이 대통령께서 '민족'을 좁은 시야라고 규정하는 것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은 과민한 상상일까요?
지금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습니다. '민족'의 가치를 버린다면 통일의 가치 또한 제대로 세워질 수 없습니다. 분단된 조국과 민족의 통일은 실용으로 저울질 할 만큼 그렇게 하찮은 가치가 아닙니다. 통일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운명이어야 합니다. 통일을 이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4대 강국의 휘둘림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들과 당당히 겨뤄서 한민족의 존립기반을 견고히 다질 수 없습니다.
우리의 먼 후손들에게도 '한미동맹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는 떳떳치 못한 유산을 물려줄 심산이십니까?
물론 저는 21세기의 새로운 세계화, 지구촌화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또한 부정할 수도 없겠습니다. 그렇지만 '민족'을 경시해서는 안됩니다. 한민족과 대한민국이라는 우리의 입장에서 세계화의 물결에 조응할 수 있어야 하고, 분단된 현재를 극복하기 위하여, 그리고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북한을 분리해내기 위해서도 '민족'이라는 가치는 우리 내부에 살아 있어야 합니다. 좁게 볼 것은 좁게 보고, 넓게 볼 것은 넓게 보는 지혜로움 역시 우리가 견지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의 '민족' 경시 발언은 온당한 언급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19세기말 개화기에 유길준 선생이 개화의 손님이 아니라 개화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창했듯이 우리는 21세기 지구촌 시대의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정부가 출범 초부터 그토록 글로벌 외교와 리더십에 총력을 기울였는가 하는 이유입니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음을 보고 드립니다.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물샐틈없는 한미공조를 이루었습니다. 호주, 중국, 인도, 일본, 러시아를 비롯하여 아프리카, 아세안, EU, 중남미, 중앙아시아, 중동 등 세계 모든 나라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런 글로벌 외교를 바탕으로 경제 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극복하는 모범국가가 되고 있습니다. G20의 당당한 의장국으로서 녹색성장과 자유무역이라는 의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얼마 안 있어 세계인구의 절반과 FTA를 맺는 세계 유일한 통상국가가 될 것입니다.
* '한미공조'는 필요한 것이지만 절대적 가치일 수 없습니다. 한미공조야말로 우리가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입니다.
특히나 '공조'라는 것은 서로의 필요에 의하여 서로의 주도권이 인정되고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어야 빛이 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일방의 주도권이 통용되는 힘의 우위에 기대려 한다면 그것은 공조가 아니라 종속이 되는 것입니다. 최근 대통령의 정부가 보여준 일련의 대북정책에 있어 공조라기보다는 종속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면 기우일까요?
비록 성과는 미미하지만 6자회담의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가 보여준 적절한 균형자 역할이 훨씬 돋보이는 '대미공조'라 주장한다면 '친북좌파 정권'을 두둔하는 철없는 행동이라 나무라시겠습니까?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FTA 협상들에 대한 찬․반의 의견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미국과의 FTA는 이미 노무현 정부에서 체결된 사안이며, 아세안과의 협상 역시 노무현 정부 때에 진전이 있었고, EU와의 협상 또한 그 당시 대강의 계획이 잡혀 있던 사안입니다. 대통령의 정부에 들어와 그 연장선에서의 노력을 과소평가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일련의 과정과 성과를 대통령께서 총력을 기울이셨다는 글로벌 외교의 성과만으로 독점하려 한다거나, 과대 포장하는 것으로 국민을 현혹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광복의 빛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고, 오늘의 대한민국은 더 큰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국가의 이익과 세계의 이익을 조화시키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나라와 지역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이 요구됩니다. 21세기 문명사를 이끌 미래 비전을 주도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고, '지구 전체를 한 가족으로 여기는 국제질서'를 구현해야 합니다. 배려하고 사랑받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합니다.
* 마치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이 아닌지 착각할 정도입니다. 대단한 수사입니다.
현시점에서 한국의 역량을 객관화시켜 놓고 볼 때, 애석한 마음 간절하지만, 과연 세계 체제 속에서 우리 국가의 이익과 세계 이익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또한 21세기 세계사적 미래비전을 주도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도 솔직하게 다시 성찰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민족 내부에서조차 적대 정책을 고집하고 오로지 대미 의존적 정책에 몰두하고 있는 대통령의 정부가 '지구 전체를 한 가족으로 여기는 국제질서'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인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문명사와 세계사의 큰 맥락에서 추구해야 할 중도 실용의 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세계 속의 대한민국은 강합니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은 무한한 가능성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우리 안을 들여다보면 결코 낙관만 할 수 없습니다. 민주화는 우리 사회를 참으로 역동적으로 만들었습니다. 평등의식을 고양하고 권위주의를 약화시켰습니다.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북 분단도 모자라 지역이 또 나뉘어 있습니다. 노사의 극한적인 대립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사소한 갈등도 완충지대가 없이 극단적인 충돌로 치닫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갈등에서 나타나는 역동적인 힘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다면 발전의 잠재력은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 대통령의 정부가 들어서기 전 대한민국 국민은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져왔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정부에 들어와 민주주의는 퇴행의 길로 접어들었고, 남북간의 대립은 격화되어 모든 대화의 채널이 끊긴 지 오래입니다. 또한 남한 사회 내부의 갈등은 어느 때보다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민주주의 퇴행과 대립, 그리고 갈등의 소용돌이는, 바로 대통령의 정부에서 원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지난 10년 역사를 대통령과 대통령의 정치세력들은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소위 '원상회복'을 구실로 무자비한 숙청을 단행했고, 10년간의 대북경제교류를 '퍼주기'로 매도하고 있으며, 10년간 대한민국을 담당했던 주체들을 '친북 좌파'로 낙인찍고 있습니다. 국민 다수가 원하지 않는 개발 사업과 미디어 정책을 대의민주제라는 절차를 오용하여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이성적 일방통행 하에서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현상이겠지요.
분열과 갈등을 뛰어넘어 화합과 통합의 구심력을 만들어내려면 중도 실용의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중도는 좌와 우의 어설픈 절충이 아닙니다. 중도는 대한민국을 이끌어왔던 헌법 정신, 즉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이를 더욱 발전시키려는 관점입니다. 중도는 기계적 평균이 아닙니다. 중도는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잡는 것입니다. 중도는 미래를 향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역사의 길목을 선점하는 것입니다. 중도는 국가 발전이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위민(爲民)의 국정 철학'입니다. 실용은 중도를 실현하는 방법론입니다. 실용은 국민의 삶과 괴리된 관념과 구호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실용은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는 우리 마음 속의 편견과 장벽을 허무는 것입니다. 실용은 창조적 실용이어야 합니다. 바람직한 변화와 개혁을 위해 가장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너무 쉽게 둘로 갈라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러한 이분법은 우리의 삶을 메마르고 초라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중도실용은 우리가 둘로 나누어보았던 자유와 평등, 민주화와 산업화, 성장과 복지, 민족과 세계를 모두 상생의 가치로 보자는 것입니다.
* 실체가 잡히지 않는 대단히 현학적이고 수사적인 논리입니다.
대통령의 정치세력이 얘기하는 '잃어버린 10년'의 전에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가치가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사실도 없습니다.
87년 아니 엄밀히 말한다면 92년까지의 대한민국은 국가주의 독재체제였습니다. 이때까지의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말씀하신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유린한 시대였습니다. 물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성장과 개발의 방식이 유효했고, 이는 개발독재의 공업功業으로 인정해야 하겠지만, 그것을 위하여 포기해야 했던 수많은 가치와 그로 인해 산적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배태한 과오過誤를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무엇이 '이상'이고 무엇이 '현실'이라는 것인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역사의 길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난망입니다. 따라서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왜 균형을 잡겠다는 것인지, 또한 그 실체는 무엇이며, 그것이 역사의 길목을 선점하는 것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명확히 잡히는 바가 없습니다. 결국 '위민의 국정철학'이라는 것은 과연 적실성이 있는 것인지 저는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다만 자유와 평등, 민주화와 산업화, 성장과 복지, 민족과 세계를 상생의 가치로 보겠다는 점에 대해서, 기대는 해보겠지만 간단치 않은 문제를 지극히 편의적으로 단순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대단히 관념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중도'의 가치가 수도권의 중산층을 놓치지 않기 위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국민들의 의혹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 전망합니다.
녹색성장이야말로 이런 중도 실용의 가장 전형적인 가치이자 비전입니다. 우리는 이미 녹색성장을 통하여 환경이 경제를 살리고, 경제가 환경을 살리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OECD 각료회의에서는 우리가 주도한 녹색성장을 공식 강령으로 채택했습니다. 자유주의가 차갑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적 약자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따뜻한 자유주의'를 추구합니다.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중시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저의 오랜 소망입니다. 한국 민주주의가 증오의 감정에 휩싸여 있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화와 합리적 절차를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추구합니다. 따뜻한 자유주의의 필요조건이 윤리와 책임이라면 성숙한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은 법치입니다.
* 성숙한 민주주의 필요조건을 법치라 생각하십니까? 일면 타당한 말씀입니다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생각합니다. 현대의 모든 국가조직은 항상 법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히틀러, 스탈린, 김일성 역시 법을 통한 체제였습니다.
법의 내용이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고 국민을 위한 질서에 기여하느냐가 문제일 것이고, 따라서 그 법의 성안과 제정과정이 철저히 민주주적이었느냐의 문제일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자발성과 자율성에 근거한 가치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은 법치라기 보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국가의 법체계를 가지고 국민의 자율성을 속박한다거나 간섭하기 이전에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제대로 만들어진 법을 준수하는 것이 오히려 민주주의의 본모습이라 판단됩니다.
그리고 정부 역시 제대로 만들어진 법 앞에서, 국민을 위한,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행정을 펼치는 것이 전제조건이 되겠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통령의 정부는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보는 교만함이 농후합니다. 그래서야 성숙한 민주주의를 논할 게재가 될 수 없겠지요.
저는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따뜻한 자유주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대통령직속으로 '사회통합위원회'를 구성할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정치의 선진화 없이 나라의 선진화는 없습니다. 저는 그간 원로들과 종교지도자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국민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한 가지 공통된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국민 통합이라는 절실한 과제를 생각할 때 우리 정치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국민 통합을 위해 계속해서 더 많은 의견을 듣겠습니다. 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 여러분께 호소하고자 합니다. 정치 선진화를 위해 우리 모두가 이제는 나서자는 것입니다. 정치 선진화의 요체는 '깨끗한 정치'와 '생산적 정치'입니다. 한국 정치는 여러 번의 정치개혁을 통해 과거보다 깨끗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대선을 치루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불법 대선자금의 고리를 끊었습니다. 재임 기간 동안 누구로부터도 불법 자금을 받지 않는 대통령이 될 것임을 다시 한 번 약속하는 바입니다. 친인척 비리에 대해서는 추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상시 감시체제를 강화할 것입니다. 이에 머물지 않고 공직 사회의 부정에 단호히 대처할 것입니다. '토착 비리' 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권력형 비리'와 '토착 비리' 근절을 위한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입니다. '생산적 정치'는 국민과 나라를 중심에 두는 정치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입니다. 하지만 너무 잦은 선거로 국력이 소모되고 있습니다. 한 해도 선거가 없는 해가 없습니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재보궐 선거 등이 이어지고 그럴 때마다 정치적으로 갈라진 우리 사회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국정을 운영하는 데도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선거의 횟수를 줄이고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비생산적인 정치의 뿌리에는 지역주의 정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행 선거제도로는 지역주의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의정 활동도 국정보다는 지역이 우선하게 됩니다. 여기에 100년 전에 마련된 낡은 행정구역이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효율적인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벽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역주의를 없애길 원한다면 선거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지역주의를 극복하자고 아무리 말해도 선거제도를 그대로 두는 한 극복할 수 없습니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진통제로만 다스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문제는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이 지역에 매몰되지 않고 의정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구역 개편은 제가 이미 여러 번 그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정부는 국회에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국회의 결론을 존중할 것입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자발적으로 통합하는 지역부터 획기적으로 지원해서 행정구역 개편을 촉진하고자 합니다. 정치 개혁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여야는 국민의 편에서 논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어렵지만 정당의 이익을 떠나 정치의 선진화와 나라의 미래에 대해 깊이 숙고하여 정치개혁을 이루어 주시기 바랍니다. 정치개혁은 여야의 합의와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범국민적 논의 기구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신년 연설을 통해 금년 한 해를 비상경제정부로 운영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한 경제 위기 속에 어려워진 민생을 촘촘히 챙기는 국정을 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해가 바뀌어 몇 달이 걸리던 부처업무보고를 역사상 처음으로 연말에 끝내고, 재정 집행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했습니다. 매주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처방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1년간, 숱한 위기설이 우리를 흔들었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해냈습니다. 지금 한국 경제는 OECD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긴장을 늦춰서는 안됩니다. 고용과 투자, 그리고 내수가 살아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정책 기조는 이명박 정부 내내 실천하고, 대한민국이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할 방향입니다. 정부는 경제가 좋아져도 가장 늦게 혜택이 돌아갈 서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심하고 있습니다. 희망근로사업을 비롯하여 보육지원정책, 등록금 지원정책 등 다양한 친서민정책을 통하여 서민 생활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집 없는 서민들이 집을 가질 수 있는 획기적인 주택 정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노점을 하는 분이든 일용직 근로자든 적은 돈을 구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겠습니다.
특히 정부는 소득, 고용, 교육, 주거, 안전 등 '민생 5대 지표'를 새롭게 개발하겠습니다. 이를 수시로 점검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도를 꼼꼼히 챙기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절실합니다. 오래 전 제가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강당 한 쪽 벽면에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전사한 학생들의 이름이 동판에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참전 용사들의 대부분이 사회지도층의 자제였다는 점입니다.
지금도 세계에서 존경을 받는 지도층 인사들은 봉사와 나눔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지도자가 되려면 나라를 위해 먼저 헌신하고,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아름다운 풍토를 우리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 민족은 오래 전부터 남에게 덕을 베풀면서 사는 일을 오복(五福) 가운데 하나로 여겨왔습니다. 200년 전 온갖 역경을 뚫고 제주도 최고의 부자가 되었던 김만덕 할머니는 4년 간 최악의 흉년이 들자 전 재산을 내놓아 수만 명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이에 대해 "은혜의 빛으로 세상을 밝혔다"고 그 뜻을 기렸습니다. 봉사와 나눔은 축복과 사랑입니다. 행복은 사랑에서 시작하여 나눔에서 완성됩니다.우리가 행복한 사회를 꿈꾼다면, 봉사와 나눔이 넘쳐나야 합니다. 오늘도 나눔의 미담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봉사와 나눔의 문화가 새로운 정신 운동이자 생활 운동으로 뻗어나가길 진심으로 고대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동포 여러분,
이 자리를 빌어 저는 북한 당국에 간곡히 촉구합니다. 핵무기는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장래를 더욱 어렵게 할 뿐입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지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북한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고 남북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합니다. 북한이 그런 결심을 보여준다면 우리 정부는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구상을 추진할 것입니다.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국제협력 프로그램을 적극 실행할 것입니다.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고위급 회의를 설치하고 관련국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경제, 교육, 재정, 인프라, 생활향상 분야에 걸친 대북 5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입니다.
* 우리국민 모두는 우리 민족이 처한 조건 속에서, 현실적 필요에 의하여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하고 있을 것이며, 따라서 북한의 핵개발에 반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문제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역시 일관되게 견지해왔던 대북정책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정부가 북한의 핵개발을 '수용할 수 없는 도발'이라 규정하는 점에 국민들은 지지를 보낼 것이며, 이 점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대통령께서 제시한 북한 지원책에 대해서는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북정책에 있어 대통령의 정부가 밝혀 온 기본 원칙은 '상호주의'였습니다. 이 '상호주의'는 간단히 말해 우리의 요구에 북한이 응한 만큼 우리도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신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립하는 당사자들이 서로간의 약속 이행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으며, 또한 약속 이행의 과정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인지 아둔한 저로서는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설령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한다 해도 대통령은 시시콜콜히 그 약속 이행을 감시하고 확인해야 할 터인데, 북한 당국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또한 대통령의 정부가 출범한 순간 이후부터 모든 남북간의 교류는 중단되기 시작했고 남북간의 대립은 첨예화되었습니다. 물론 대통령의 정부는 북한을 고립시키는 전략에 집중했을 뿐, 북한에 대한 지원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제 2차 핵실험은 금년 5월의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북한 핵개발의 포기를 전제로 광범위한 대북 지원책을 제안한다는 것이 과연 진정성이 있는 제안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5대 개발 프로젝트의 내용에 있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 정부들의 경제, 문화 교류도 비판하고 비난했던 대통령의 정부가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 재정, 인프라, 생활향상까지 개발하겠다는 발상은 무엇인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혹시 북한 정부를 위탁 관리하겠다는 '야심'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말은 쉽게 할 수 있겠습니다만 진정성과 현실성이 담보되지 않은 말은 구두선에 불과하며, 따라서 스스로의 품위만 손상당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습니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함께 남북간 재래식 무기의 감축도 논의해야 합니다. 불과 4km를 사이에 두고 이토록 중화기와 병력을 반세기 이상 집중시키고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눈앞에서 총부리를 겨누면서 어떻게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무기와 병력을 서로 줄이고, 뒤로 물러서야 진정한 평화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남북이 재래식 무기와 병력을 감축하면 막대한 예산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는 남북이 함께 경제를 일으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제는 이런 문제들을 두고 남과 북이 만나서 대화해야 할 때입니다.
* 이쯤에 와서는, 대통령의 대북 제안이 그저 구색을 맞추기 위한 정도, 또는 국내용 선전 멘트라고 판단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남북간의 군축협상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신다는 건데, 국민들은 실소를 금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서해교전을 걱정하면서 온 나라 안에 국지전의 위기감이 넘치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군축을 제안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북한의 입장에서 만일 핵을 포함한 군축 협상을 한다면 미국과 협상을 하려고 할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북한이 남한 정부와 핵포기, 군축협상을 할 것이라 생각하시는 모양이지요?
대통령 주변의 전략가들을 내치셔야 하겠습니다. 생각이 부족한 것이 아니면 실현 불가능한 사안을 던져 놓고 모양새를 갖추는 영악한 잔머리로 대국민 전술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정치세력이 '친북좌파 정권'이라 낙인찍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조차도 경제, 문화 교류를 통해 서로간의 신뢰를 확보한 후 군축을 협의해야 한다고 했는데, 노골적으로 대북 적대감을 표출해 온 대통령께서 느닷없이 군축협상을 제안한 것에 대해, 상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혀를 찰 수밖에 없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실언이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정부는 언제, 어떠한 수준에서든 남북 간의 모든 문제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분명히 밝혀두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임시정부 수립 90년, 광복 64년, 건국 61년을 맞아 우리 모두 다짐합시다. 세계 속에 우뚝 선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다짐합시다. 지금 대한민국은 선진일류국가 진입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선진일류국가의 기초를 닦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배려하고 윤리가 살아 있고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는 풍요로운 사회를 넘어 성숙한 사회를 지향합니다. 분열하면 작아지고 통합하면 커집니다. 우리가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서로 옆 사람의 손을 잡으면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다함께 약속합시다. 광복의 빛을 영원한 축복의 빛으로 이어갑시다. 더 큰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갑시다. 21세기를 대한민국의 시대로 만듭시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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