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군 상대로 한 소송 변호하는 군 고문변호사

주민들, "창피한 일" 실소... 홍천군, "법적으로 문제 없다"

등록 2009.08.17 12:17수정 2009.08.1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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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군수 노승철)의 법률문제 및 소송대리를 하도록 위촉된 고문변호사가 도리어 홍천군을 상대로 하는 행정소송을 변호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홍천군과 동막리 주민들에 따르면, 동막리 전직이장인 B씨가 홍천군을 상대로 '이장직권 해임처분'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지난 3월에 제기했고 이 소송을 홍천군의 고문변호사인 A씨가 수임해서 변론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홍천군은 '이장 해임'이 조례규정에 의해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확신을 주장 할 뿐 고문변호사로부터 체계적인 법률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홍천군은 변호사의 도움 없이 직원들의 힘으로만 법정 심리에 임하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주민들은 한편의 코미디에 조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자치기관이 웃지 못 할 처지에 놓인 것을 씁쓸해 하고 있다. 

지역주민을 더욱 어리둥절하게 하는 것은 A고문변호사가 홍천군과 법정 싸움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홍천군을 변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A고문변호사는 '동막리 154KV 변전소 설치 반대 위원회'가 지난 3월 홍천군을 상대로 낸 '변전소 설치 허가 취소' 소송에서 홍천군의 소송대리자로 사건을 맡고 있다. 

그러면 홍천군은 어떻게 해서 이런 웃지 못할 상황에 놓였을까? 이 사건은 홍천군의 무분별한 허가에서 시작됐다. 청정지역에 걸맞지 않게 '기피시설 백화점'이라 불릴 정도로 154kv변전소 설치, 태양광 발전소 등 굵직한 허가를 내 주어 사업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의 충분한 대화나 설명 없이 홍천군의 독단으로 사업이 결정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발행위 허가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주민들의 반감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허가가 이루어지기 전만 해도 호형호제 했던 이웃들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서로에게 등을 돌리면서 불신의 골은 깊어졌고 법정싸움까지 벌어지는 안타까운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와중에 지난 1월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며 전직 이장인 B씨에 대해 주민들이 불신임을 선언하게 됐다.

홍천군은 이장조례 규정에 의거 주민들의 입장을 수용하여 B이장을 해임했다. 이에 B씨는 해임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난 3월 홍천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이 사건을 홍천군의 고문변호사인 A씨가 수임한 것이다.


홍천군의  미온적 대처, 문제는 없나

이런 촌극을 지켜보고 있는 동막리 지성구(53)씨는 "자치기관의 법률 자문을 하고 있는 분이 오히려 거꾸로 주민의 소송대리자가 되어 홍천군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것은 전국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주민으로서 창피한 일이다. 소송이 시작된 6개월 동안 홍천군의 주먹구구식 대처능력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지난 3월에도 홍천군 담당 부서에 고문변호사가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것을 알려 줬고, 법원에서 한 달에 한 번 꼴로 사건에 대한 심리가 있었다. 담당 공무원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태를 방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주민 혈세에 의해 충당되는 고문 변호사 비용을 마치 '눈 먼 돈'으로 생각하는 홍천군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홍천군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이전에도) 변호사 측과 접촉하여 확인했을 때 자문해준 적은 있지만 사건을 수임하지 않았다고 말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취재가 들어 간 후 "고문변호사가 B씨의 사건을 소송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적으로 고문변호사로서 결격사유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 논의를 했으나,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다만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기존 입장을 바꿔 답변했다.

또 이 홍천군 관계자는 "해당 변호사측도 도의적인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문변호사 임명과 관련해서는 "고문변호사를 임명하게 됐을 때 현재의 사태를 인식하고 반영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일과 관련해 홍천군 고문변호사인 A 변호사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B씨의 여러 가지 사건을 수임한 것 중 하나의 사건에 불과한 것"이라며 애써 의미의 확대를 경계했다.

주민들은 고문 변호사와의 법정 대립 문제는 홍천군의 '좌충우돌' 행정 처리중 하나의 사례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이 자치기관에 바라는 것은 공정하고 투명한 행정을 펼쳐 주민들의 삶을 고양시켜 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치기관의 엉성한 공무수행에 대해 우려를 금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것은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행정서비스의 대상인 주민들을 위해 하루 빨리 홍천군이 책임감 있고 체계적인 행정업무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홍천군은 주민을 위한 심부름꾼 이라는 공복(公僕)의식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아야 할 때다.
#홍천군 #동막리 #고문변호사 #공무수행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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