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와 한국의 노동 관련 정책 비교
조은별
화영씨는 또 언제나 '취업, 취업'만 외치는 한국의 대학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전공을 공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많은 부담이 된다"는 그는 한국의 대학들이 취업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기업들과 연계를 늘려가고 있으며 학생들도 그런 방향을 원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졸업하기 전부터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대학 입학 직후부터 구직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다는 것.
패뜨리: "보통, 적어도 내 친구들은 대학을 마치고 직업을 찾기 시작한다. 가끔은 공부를 끝내기 전에도 구직을 하긴 한다. 나는 빨리 취업해야 한다는 압력은 많이 느끼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년에 인턴십을 구할 생각이다. 물론 이런 자리를 구하는 것에는 경쟁이 있다. 하지만 인턴십을 마치고 나면 아마도 그 회사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한다면."
그는 또 "한국 학생들이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학점관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상당히 많이 받는 모습들을 보아왔다"고 말했다. 이는 다른 사람과 '경쟁'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는 최소한 자신의 영역(IT)에서는 그런 압력이 없다고 말한다. 학점보다는 직업 경험에 더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김화영: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회사에 들어가나?'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누군 이번에 어디 들어갔다, 삼성 갔다더라 하면서 서로 경쟁을 하고 의식한다. 핀란드에도 그런 식으로 직장에 대한 경쟁의식이 있는지? 직업의 귀천이 있는지 궁금하다."
패뜨리: "우리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노키아는 굉장히 큰 회사이고 봉급도 조금 더 높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조금 작은 곳에 가더라도 임금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비교가 없다. 핀란드에서 제일 큰 회사인 노키아와 정말 작은 지방의 회사는 물론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 회사라면? 큰 차이가 없다."
대학이 취업 준비생을 위한 거대한 학원과 같이 변해가는 한국의 현실은 무엇 때문일까. 핀란드의 교육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하나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핀란드는 대학까지 교육비가 없을 뿐더러, 학생들은 생활비까지 정부에서 보조받는다. 또한 모든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입시나 사교육은 전혀 모르는 얘기다. '대학 간판'이 사회에서의 지위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입시에 매달리고, 대학에서조차 취업을 위한 사교육을 받는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패뜨리: "핀란드에선 한국처럼 많은 사람이 대학에 가진 않는다. 교육과정이 한국이나 미국과는 매우 다르다. 우리는 고등학교와 비슷한 수준의 직업학교(vocational school)가 있다. 그곳을 졸업한 사람들은 보통 바로 직업을 갖는다. 요리사, 운전기사 등의 일들이다. 또 다른 고등교육기관은 조금 낮은 단계의 대학과 같다. 여기를 졸업한 이후 주로 대학에 진학한다."
그는 직업학교 졸업자들도 대학에 진학할 수는 있지만 보통은 바로 사회에 진출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실용적인 부분을 더 많이 배우고, 대학에 안 가도 직업을 구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하나의 예를 들려 주었다. 핀란드는 숲이 많은 나라이기에 임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인데, 직업학교를 졸업하고 임업에 진출해 장비 관리 등을 맡아 의사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