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릿세 없는 북한산 계곡, 내년에는 가능할까?

등록 2009.08.19 15:37수정 2009.08.1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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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8일 북한산 계곡의 모습. 5월말~6월 이주를 목전에 앞두고 걸렸던 현수막과 북한동 사진들이다. 양쪽으로 걸렸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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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8일 북한산성 입구 상가. 5월 예정이던 이주가 6월로 미뤄졌다고 했었다. ⓒ 김현자


지난 5월 18일 북한산 계곡에는 북한동을 송별하는 현수막과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그때 어떤 가게 사람에게 물어보니 5월에 이사할 예정이나 6월로 미뤄졌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찾은 8월,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북한산 계곡의 상가 철거·이전 문제 진행 상황이 궁금했다. 또한, 여전히 성업중인 것과 관련, 필요하다면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족 산행을 하던 날은 아이들도 많이 지쳤고 여분의 건전지가 없어 사진 한 장도 찍지 못했다.


'그날은 계곡물이 보이지 않을 만큼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마침 며칠 전(13일) 오후에 잠깐 시간이 났다. 북한산에 가기 전 북한산 국립공원사무소에 전화, 북한산 계곡 상가 철거문제에 대해 물었다. 아래 내용은 통화내용, 북한산 계곡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필자가 들은 것을 정리한 거라 표현상 뜻 차이가 약간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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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성 입구에 조성된 북한산 계곡 철거 상가 이주단지 ⓒ 김현자


- 8월 2일 북한산 계곡에 갔더니 자릿세를 내야 계곡에서 쉴 수 있다고 어떤 사람이 말하더라. 그곳에서 음식을 시켜먹고 물속에 들어가 수영을 하거나 물싸움을 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물보다 사람이 더 많다'는 등산객의 비아냥거림도 들었다. 상가철거문제도 문제지만 이것은 엄연히 불법 아닌가? 상인들이 돈 받고 불법을 허용해주는 격이다.
"그렇다. 불법이다. 당연히 과태료 감이다. 단속을 하는 것이 맞지만 상가 철거문제도 맞물려 있고 인력이 부족해 다 단속 못하고 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 지난해 11월에 상가철거 이주단지를 조성, 북한산성 매표소 주차장 쪽에 가림막을 설치하여 올 5월까지 공사한  것으로 안다. 5월에 가보니 국립공원 측을 욕하는 현수막이 많이 걸렸더라.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그 현수막들도 없고 몇 개월간 공사했다는 이주단지는 막상 텅 비었더라. 당시 5월 예정이던 이사가 6월로 미뤄졌다는 이야길 들었다. 이런 식으로 미루다가 국립공원 측이 이번 여름 장사를 눈감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가서 보시면 알겠지만 그동안 지반을 고르고 전기와 상·하수도 등 기본시설을 했다. 이젠 건물만 올라가면 되는 상태다. 나라가 결정한 것을 우리 임의로 봐주고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현수막 문제도 우리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 북한산 계곡 상가철거문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진행되어온 것으로 안다. 겨울에 그곳 상인들에게 물어보니 2009년 5월에 이사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현재 예전처럼 성업 중이다. 현재 상가철거문제 진행 상황은?
"보상 문제를 타협 중이다. 일부는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사유지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보상과 철거가 그리 쉽지 않다. 올해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보상 문제가 더욱 늦어지고 있는 것이지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안에 매듭지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 벌써 오래 전부터 있어온 이야기인데 올해 예산 확보를 못 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내년에는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맑은 물을 상인들 눈치 안 보고 만져볼 수 있는가? 최선을 다하겠지만 경우에 따라 내년, 내후년으로도 미뤄질 수 있다는 변명 내지 핑계로 들린다.
"담당자가 아니라 100% 확답은 못한다. 철거가 완전히 끝나야 우리도 이런 민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민원전화가 많이 걸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직속 담당자와 통화는 불가능해 보였다). 아시는 것처럼 먹고사는 생계가 걸린 일이라 참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다. 그러니 이처럼 민원이 있을 때만 잠깐 단속을 하기도 한다. 어쨌건 올해 안에 어떻게든 보상이 모두 끝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통화를 하면서 철거와 이주는 올해도 매듭지어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전화를 끊고 북한산 계곡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북한산 국립공원 측이 기본 시설을 했다는 이주단지 장소에 가봤다. 일정 간격으로 돌출된 굵은 파이프가 보였다. 간격이 일정한 것으로 봐 전기배선 등의 시설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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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성 입구 계곡 철거 이주단지 배정도?를 설명, 목좋은 곳을 알려주던 사람 ⓒ 김현자


이주단지를 둘러보고 있는데 마침 그곳에서 줄자로 거리를 재고 있던 분이 기웃거리고 있는 내게 "이곳 장사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어왔다. 의외의 질문이라 "이곳 상인들만 이주단지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냐. 외부 사람들도 들어와 장사할 수 있는가?"고 관심 있는 척 반문했다.

그 사람은 하던 일을 멈추고 내게 이주단지와 북한산성 입구 매표소 장사 환경을 설명하면서 투자해도 좋고 장사해도 좋은 목 좋은 곳 몇 군데를 일일이 지목해줬다. 30년 넘게 북한산 계곡에서 장사했는데 배정받은 땅에 3층짜리 건물을 지어 3층에는 자기가 살고 1층과 2층은 임대할 건데 7억~8억을 들여 건물을 지어도 타산이 맞을까 고민된다고 했다.

그날 많은 사람들에게 상가철거문제에 대해 물었지만 확실한 답은 듣지 못했다. 몇 달 후에 이사 갈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도 있고 올해 안에 이사는 힘들 거라는 사람도, 잘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또 이주단지 터에서 만나 사람처럼 배정을 받아 앞날까지 이미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0일에나 결정이 날 것이다", "몇 푼 안 되는 보상을 받았다"며 표정이 어두워지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13일은 평일이라 휴일에 피서가 절정에 달한 8월 2일보다 사람이 훨씬 적었다. 그날보다 5분의 1가량? 그래도 계곡은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로 왁자지껄했다. 2일보다 사람만 적을 뿐 물속에 뛰어들어 헤엄치고 물싸움하는 사람들, 보호자 하나 없이 계곡의 바위틈을 헤집고 다니며 옷이 모두 젖어 노는 아이들 등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쨌건 8월 2일과 13일의 북한산 계곡풍경은 해수욕장, 유원지와 다를 것이 없었다.

계곡 구석구석에는 일회용 가스통이나 캔커피 깡통 등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도 눈에 자주 띄었다. 상인들이 장사를 위해 계곡에 설치한 쇠파이프나 음식을 조리하거나 그릇을 씻을 때 쓰는 세제도 환경에 좋지 않다. 쓰레기는 주우면 되지만 이런 것들은 정말 대책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놀면서 발생하는 배설물은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궁금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을 국립공원 측이 묵인해주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철거문제는 철거문제고 눈에 뻔히 보이는 이런 불법만이라도 계도하거나 단속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데 2일과 13일, 현장에 나와 있는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국립공원법은 그야말로 있으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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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11월 19일 북한산성 쪽 상가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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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국립고원에 걸린 현수막 중 일부 ⓒ 김현자


"하루 이틀 있었던 일도 아니고 몇십 년째 있어온 일인데 이제 새삼스럽게 뭘 그러냐? 돈이 없어 멀리 놀러 가지 못하는 서민들을 그곳에도 못 가게 하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느냐? 발을 담그지 마라? 수영도 하지 마라? 그럼 계곡에 가서 뭣하고 놀라는 거냐? 어린애들 데리고 가까운 계곡에서 하루 시원하게 노는 것이 뭐 그리 큰 잘못이라고. 아이들이 게임만 하는 것보다 자연 속에서 노는 것이 좋지 않은가?"

북한산 계곡의 천태만상에 대해 말하자 어떤 사람이 내게 이렇게 말하며 도리어 나를 힐난한다. 글쎄 그런가? 국립공원법만 없다면, 이곳이 북한산 국립공원만 아니라면 절대 맞는 말씀이니 말이다.

혹시 오해하실라. 필자가 북한산 계곡에서 그나마 열심히(?) 벌어 먹고사는 사람들과 무슨 원수라도 져서 못 쫓아내 안달인 사람인 줄 말이다. 천만에! 나 역시 한때 노점을 해본 터라 계곡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사정은 어느 정도 헤아려진다.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계곡을 내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법을 어기는 한편 북한산 계곡을 찾는 사람들에게 국립공원법을 어기도록 앞장서서 허락해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몇 달 동안 지켜보며, 이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길 들으며 느낀 것은 북한산 계곡에서도 우리나라 재개발 현장 어디에서나 벌어지고 있는 문제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땅주인들은 흡족한 보상을 받고 세입자는 거지가 되어 쫓겨나는 그런.

덧붙여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같은 것 돈 들여 애써 만들려 무리하지마시고 그 돈 얼마라도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곳에 투입하여 보상을 원만하게 매듭지어 하루빨리 국립공원으로서의 명색을 살려달라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2008년 11월과 12월, 2009년 5월과 8월 2일, 13일에 봤던 것들을 토대로 썼습니다.


덧붙이는 글 2008년 11월과 12월, 2009년 5월과 8월 2일, 13일에 봤던 것들을 토대로 썼습니다.
#북한산 국립공원 #북한산 계곡 #국립공원법 #북한산 #북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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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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