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종 이후 '국장' 다운 국장 치르자

등록 2009.08.19 15:58수정 2009.08.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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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를 '국장'과 '국민장' 중 어느 것으로 치를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과 유가족은 국장을 원하고 있으며, 정부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시민들도 국장을 바라고 있다. 다음 <아고라> 청원란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를 국장으로 해야 한다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고, 누리꾼들도 서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국장을 반대하는 이들은 관례와 김정일 위원장과 손을 맞잡았다는 이유로 억지를 부리는 일부 보수세력뿐이다.

조선시대 마지막 국장은 조선 철종(재위 1849년-1863년, *왕후는 제외)이다. 1919년 고종 황제와 1926년 순종 황제도 국장으로 치렀지만 나라 잃은 국장으로 껍데기였을 뿐이었다.물론 고종 황제 국장은 3·1 운동, 순종 황제 국장은 6·10 운동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지만 통곡하는 사람들의 눈물엔 황제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도 있었겠지만 나라 잃은 서러움이 더 고통스러웠다.

20세기 이후 국권을 가지고 치른 국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로 국권 회복 이후 두 번째 국장이 다시 한 번 논의되고 있다.

그럼 김 전 대통령 장례는 국장이 마땅한가? 그렇다. 국장이 맞다. 우선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을 역임했기 때문에 법률로 아무 문제가 없다. 현직 대통령으로로 있다가 서거한 박정희 전 대통령만 국장 치렀고, 최규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장으로 치렀으니 관례상 맞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하지만 이런 법률과 관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업적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생을 보냈던 그 하나만으로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6·15 남북 공동선언'을 내놓은 것만으로도 국장 자격이 있다.

일부 보수세력은 '6·15 남북 공동선언'을 두고 빨갱이와 손을 잡았으니 국장은 결코 안 된다는 주장을 하지만 오히려 '6·15 남북 공동선언'만으로 김 전 대통령 장례는 국장이 맞다. 한반도 평화 초석을 놓은 것만으로 자격은 충분하다.

민주주의를 위해 박정희와 전두환 독재정권에 무릎꿇지 않았고, 노태우 정권때는 합당이라는 교묘한 유혹을 단호히 거부했다. 만약 김 전 대통령이 박정희와 전두환에 굴복했다면 부당한 권력을, 노태우와 합당했다면 14대 대통령은 되었을지 모르지만 민주주의를 배반한 김대중으로 비판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죽었을 때 이런 추모 열기, '국장'으로 치러야 한다는 누리꾼들의 지지는 결코 얻지 못하였을 것이다.


철종 이후, 고종과 순종은 나라를 잃은 결과 껍데기 국장을 치렀고, 국권 회복 이후 박정희도 국장으로 치렀지만 그는 민주주의를 유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국권은 회복했지만 민주주의는 유린 당한 가운데 치르진 국장으로 그 의미는 퇴색되었다.

하지만 김대중은 다르다. 김대중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생을 바쳤다. 국권도 회복했고,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평생을 바친 그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는 것은 민주주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시민들에게는 자부심이다. 우리 철종 이후 '국장'다운 국장 한 번 치르자.
#김대중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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