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9년 10월 16일 열린 민주공원 개관식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민주공원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축사를 통해 "평생을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바친 저는 민주화에 앞장서온 부산에 대해 깊은 경의와 동지적 애정을 간직하고 있다"며 "20년 전 독재정권 몰락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부마항쟁의 값진 공헌을 커다란 감명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관식에 참석했던 김 전 대통령은 휘호를 남겼다. 휘호는 한자로 "사인여천(事人如天)"이다. "사람 섬기기를 하늘과 같이 하라"는 말이다. 고인은 농민운동기념관 개관식 때도 이 글을 썼는데, 생전에 즐겨 썼던 말로 보인다.
민주공원에는 당시 김 전 대통령이 쓴 휘호가 액자에 넣어져 보관되어 있다. 민주공원 이광호(56) 관장은 "사람을 대할 때 하늘과 같이 섬기라는 뜻인데, 고인의 철학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통탄할 일'이 있다. 개관식에 참석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나란히 민주공원 입구 앞에 기념식수를 했다. 같이 '후박나무'를 심고 같은 크기로 표지석도 놓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표지석이 사라진 것이다. 당시에는 부산시 시설관리공단이 민주공원 관리를 맡고 있을 때였다. 누가 왜 표지석을 갖고 갔는지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의 표지석은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표지석을 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나무는 그 뒤 시름시름했다. 무슨 병에 걸렸는지 나무가 죽고 말았던 것. 그 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나무는 베어내 없어졌다. 민주공원은 3년 전 공원 안의 다른 장소에 있던 같은 수종의 후박나무를 그 자리에 옮겨 심었다. 이 일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고 이번에 처음으로 알려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