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에 시작한 김태환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활동이 25일로 막을 내렸고, 26일 운명의 날이 밝았다. 이날 제주도 전역 226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투표가 시작되었다.
날이 밝자 이번 주민소환운동의 대상자인 김태환 지사는 한라산으로 산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소환의 여부에 운명을 걸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은 대천동 제 1투표소가 마련된 강정초등학교 입구에서 미리 기다렸다가 투표소 문을 열자마자 투표에 참여했다. 최근 모친상을 당한 윤재수씨가 상복을 입고 맨 먼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대표로 등록한 제주참여환경연대 고유기 사무처장도 제주중앙여자중학교(삼도2동 제3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지난 19일 동안 거리에서 주민소환투표 운동을 벌였던 소환운동본부 소속 활동가들은 이른 아침에 투표를 마치고 본부 사무실에서 투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우려했던 것처럼 각 투표소에서 주민소환운동본부로 부정투표 사례들이 속속 제보되고 있다. 주민소환운동본부에서 밝힌 사례들은 대부분 마을 이장이나 부녀회원 등 마을 자생단체 대표들이 투표소 입구에서 투표장으로 가는 주민들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요구한다는 제보들이다.
주민소환운동본부가 밝힌 제보의 사례들을 보면 "구좌읍에 속한 마을에서는 운동복 차림의 3명이 투표소 인근에서 투표소 가는 사람들을 돌려보냈고", "한경면에 속한 한 마을 이장은 투표소 인근에서 투표하러 온 마을사람들을 돌려보냈다"고 한다.
또, "애월읍 한 마을 이장이 투표 참여자에게 투표하지 않으면 안 되겠냐며 회유"를 했고, "애월읍의 또 다른 마을에서는 투표종사자도 아니면서 투표종사원과 식사를 하고, 유권자 돌려보냈다"고 한다. 투표종사원과 식사를 하고 투표소로 오는 주민들을 돌려보낸 마을 이장은 투표 참관인에게 적발되어 선관위에 고발된 상태다.
서귀포에서는 "서귀중에서 자생단체장, 부녀회원 등이 '투표율 나오면 동장님이 불이익 받는다'며 유권자를 돌려보냈다"고 한다.
공무원들과 마을 이장들의 조직적인 투표방해 행위는 주민소환투표 당시부터 꾸준히 제보로 접수되었던 상황이다. 일부 공무원들은 투표방해 혐의로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도내 각 마을에서는 투표율이 높게 나오는 마을이나 해당 지역에 속한 공무원들에게는 행정상 불이익이 주어질 것이라는 '으름장'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었다.
서귀포시 예례동의 어느 투표소에서는 김태환 지사 측의 공보물 일부가 투표소 입구에 부착된 것을 투표참관인으로 현장에 파견된 강정마을 주민이 적발해서 소환본부로 신고하기도 했다.
또, 대정읍의 모 투표소에서는 투표에 참여한 주민들의 명단을 별도로 기록한 메모지가 발견되었다. 소환본부는 "이번 투표의 전 과정을 누군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소환운동본부 관계자들은 소환투표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세력들은 물론이고 이들의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선관위와 경찰을 향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선관위가 이날 오후 1시를 기준으로 집계해서 발표한 투표자수는 총 2만 4797명으로, 이는 전체 유권자의 5.9%에 해당한다. 주민소환운동에 참여했던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주민투표가 실시되는 26일 제주는 가을이 느껴질 정도로 화창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농번기라 상당수 농민들이 이른 아침에 들녘으로 나간 상황이다. 낮에 일을 마치고 놀아온 농부들의 발길이 얼마나 투표소로 이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투표는 저녁 8시에 마감된다.
2009.08.26 14:25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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