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포 파출소 전경. 무척 한가롭게 보이는데, 장애인용 주차 표시가 눈길을 끈다.
조종안
명함을 건네면서 방문한 이유를 설명하고 1년 동안 접수된 사건·사고 건수가 얼마나 되는지 물었더니 필자가 사는 '문화마을'에서는 한 건도 없고, 3천 명 조금 못 되는 나포면 전체에서 폭력사건이 한두 건 접수되었는데 그것도 서로 화해하는 것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직원 8명이 대부분 시내에서 출퇴근하면서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고 하기에 애로점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특별한 어려움은 없고, 주민들과 관계도 좋은데 수법이 지능화되어가는 전화금융사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담이 낮아도 마음 놓고 사는 걸 보고 무척 평화스럽게 느껴졌다고 하니까, 파출소 담도 의미가 없어서 찾아오는 분들에게 주차장으로 제공하려고 지난봄에 헐어버렸다며 승용차 일곱 대 정도는 주차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안내했다.
최 경사는 마을에 자율방범대, 청소년 선도위원회가 있는데 방범대장인 정육점 주인이 대원들과 승용차로 밤마다 순찰을 한다면서, 교통사고도 2년 동안 나포면에서 접속사고만 몇 차례 일어났지, 사망사건은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사고 예방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화마을 신축 추진위원장으로 마을 조성에 앞장서온 하영태 전 나포면장은 처음에는 대야면 진성여중 부근으로 선정되었으나 땅값 보상 문제로 기공식조차 못하고, 회현면과 경합하게 되었는데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92년 나포면으로 책정되어 95년 공사와 함께 입주가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하 전 면장은 문화마을은 강원도 횡성에 가장 먼저 조성되었고, 두 번째가 충남 공주, 군산 나포가 세 번째인데, 강원도 횡성은 집 구조가 회사 사택처럼 일괄적으로 지어졌고, 공주와 군산은 집주인 취향에 맞게 모델을 선택해서 지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간접적인 경험과 사회면 뉴스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담이 낮은 집보다 높은 집에서 강력사건이 많이 나는 것 같다. 그러한 현상은 가난한 사람들보다 부자들 사이에서 고소·고발 사건이 많은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대도시 부잣집은 대부분 도둑방지용 카메라에 교도소 담보다 높아 쳐다보려면 고개가 아플 정도다. 그렇게 높기만 하면 괜찮은데 담 위에 철망을 쳐놓는가 하면 유리쪼가리를 박아놓아서 살벌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도둑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정서가 메마르고 인심이 예전만 못하다고 탄식한다. 하지만, 마당이 들여다 보이도록 낮으면서도 나름의 감각을 살려 아름답게 꾸며놓은 담을 보면서 물질적인 것보다는 상대방을 믿고, 배려하는 마음의 여유가 사건·사고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