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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작은 설렘을 준다.
평범한 일상을 떠난다는 생각만으로 일탈의 기쁨을 안겨준다.
게다가 낯선 이국으로 떠난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맛볼 수 있다는 기대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설렘이 충만해진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떠나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여행이 그리 행복한 감정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 것이다. 오랜 기다림과 지루함, 그리고 어느 정도의 고통을 감수해야만 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태국 푸켓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방학이라 부산에 와서 출발한 까닭에 직항편이 없어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아내 회사에서 제공한 무료 버스였다. 그렇게 태국의 예약된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까지 도착하는데 이동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한 번 계산해 보았다.
버스로 6시간, 수하물 붙이고 출국수속하고, 검색대 통과하느라 기다리고 1시간, 다시 2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비행기에 올랐다. 푸켓까지 비행시간 6시간 30분, 태국에서 짐 찾고 입국 수속하느라 2시간 기다렸다. 호텔까지 버스 타고 이동하는데 다시 1시간. 여행지에 도착하는 데만 무려 18시간 30분. 한국 올 때도 마찬가지였으니 왕복으로 계산하면 무려 37시간.
그것도 올 때는 무더운 나라에서 무거운 짐에다 잠든 두 아이까지 업고 기다려야 했으니 보통 힘든 시간이 아니었다. 사실 중노동에 가깝다. 잠들어 있는 22kg의 아이를 안고 2시간 정도 있어 보면 안다. 그야말로 중노동이라는 것을. 가까운 동남아시아니까 그렇지 유럽이나 미주, 아프리카 대륙이었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다투는 부부들도 있다. 서로 힘들다고 상대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것이다. 비단 아이들 있는 부부뿐 아니라 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신혼부부들도 상당히 다툰다.
한국으로 들어가기 위해 힘든 출국 수속을 마친 후 태국의 한 공항이었다. 옆 좌석에 한 여자 분이 피곤했던지 주무시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인 듯한 분이 '왜 자냐?, 일어나라, 왜 그렇게 해매냐?'는 것이다. 그 여자 분의 반응은 아주 차갑고 냉랭했다.
남 : 잠 좀 그만 자라. 비행기 탈 시간됐다.
여 : 왜 그래. 지금은 아니잖아. 일어나면 뭐해?
남 : 너는 애가 왜 그러냐? 정신 좀 챙겨라.
여 : 뭐, 피곤해서 자는데. 그게 어때서. 그냥 좀 내버려둬.
아마도 남자 분은 '나도 피곤한데, 같이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자'라는 뜻이지 나쁜 의도는 아니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여자 분도 '피곤해서 잠시 자는데 남편이라는 사람이 왜 그러느냐?'는 반응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다툼을 하는 데는 두 사람에게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행의 피로가 짜증을 불러오는 경우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다보니 신혼부부들도 아주 냉랭한 분위기에서 말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있거나, 말을 나눠도 살벌한 대화를 나누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들의 태도는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이다. 해외여행까지 가서 다투는 부부들, 그들은 여행에는 즐거움과 행복만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아무리 즐거운 일에도 어느 정도의 어려움과 고통도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다툼이 줄어들지 않을까. 고통을 견디지 못한다면 여행의 즐거움이나 행복을 누리기도 어렵다.
비단 짧은 여행도 이럴진대 우리 인생은 어떨까? 훨씬 더 오랫동안의 지루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하루이틀이 아니라 때로 10년 20년을 기다려야만 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원하는 삶이나 행복을 위해서는 이러한 인내와 고통을 견딜 수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보다 달콤한 행복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블로그 정철상의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과 다음뷰에도 게재되었습니다.
2009.09.08 09:29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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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회 강연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등 다수 도서를 집필하며 청춘의 진로방향을 제시해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며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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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까지 가서 다투는 부부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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