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한 호텔에서 청소원으로 일하던 주부 주부 H씨(43)는 방화사건 용의자로부터 인질로 잡혔었다. 이 주부는 그 때 충격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 등 정신장애를 겪고 있고 이로 인해 가정의 행복까지 위협받고 있다. 입시를 앞둔 두 자녀의 정서적 불안까지 겹치면서 주위 사람들을 매우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달 1일 오전 10시 반경 방화용의자 H씨(50)가 잠실에 있는 유명 호텔 16층 객실로 들어가 준비한 흉기로 호텔 청소원을 위협해 인질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용의자는 "내가 방화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도중 법정 구속된 것이 억울하다"며 수사 경찰관과 검사의 면담을 주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용의자 H씨는 13회 범죄 경력을 가진 자로 2007년 6월에 발생한 방화사건 용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됐으나 혐의를 부인하며 출석을 거부하다 재판부에 의해 법정 구속됐다. 1심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부당한 수사로 구속됐다고 생각한 그는 인질극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려 했던 것.
그는 구속 결정이 검사가 아닌 재판부에서 내려졌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인질극 2시간이 지나 청소원을 풀어주고 자수했지만, 문제는 청소원이 심한 정신적 장애를 겼게 되었다는 점이다. 청소원 주부는 두 자녀와 일정한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남편을 대신해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그러나 호텔 객실에 2시간 넘게 갇혀 머리 가슴 등에 타박상을 입었고 발작 증세까지 겪어 42일간 요양생활을 했다. 남편 남편 Y씨(44)는 "못난 남편 만나 이렇게 고생시키는가 싶어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면서 당시 상황을 털어놓으면서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매일 고등학교 2학년 아들과 중학교 3학년 딸이 삐뚤어지지 않도록 돌보며 아내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내는 내가 잠시라도 옆에 없으면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 돈 버는 일 때문에 지방에 가려고 하면 자지 말고 꼭 올라오라 한다. 거기다가 아들의 충격도 커서 가해자를 찾아가 죽이고 싶다고 한다. 그 호텔에서 죽어버리겠다고 한다. 그때마다 정말 미칠 지경이다"라고 털어놨다. 밤마다 우는 아내와 이로 인해 모든 가족들이 삭이지 못한 증오와 아픔만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
로또 당첨 확률보다 더 어려운 이런 해괴한 인질극을 겪은 가정에 대해 호텔 측은 사건사고 후 입원실을 찾아와 "과일값을 하라며 일백 만원을 주고 갔다"고 원모씨는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가족들을 더욱 슬프게 했다. 한 가정의 주부와 가족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호텔 측에 문의한 결과, 부인은 용역업체 청소원임으로 호텔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호텔로부터 청소 일 하청 받은 용역업체는 산재보험 역시 일부만 지원하고 본인에게 200만원을 부담시켰다. 정신적 경제적 압박이 가중되는 이유이다. 대기업답게 힘없는 소시민들의 상처를 먼저 배려하고 보듬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런 후에 용의자가 호텔 객실까지 올라갈 정도로 소홀한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호텔의 앞날과 국민정서를 감안하더라도 올바른 선택이 아닐까 하는 깊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대기업은 대기업다운 면모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국민기업이라는 자부심으로 힘없는 종업원에게 정겹고 친절하게 다가가 더욱 큰 가슴과 눈으로 포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것이 더 오래도록 더 많은 서민들의 사랑을 받는 길이 아닐까. 대기업에게는 몇 푼 안 되는 경제적 가치가 서민에게는 정신적 실질가치까지 드높인다. 행정적 법적 문제는 그 다음에 호텔 측과 용역업체가 원만히 해결하면 될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일터에서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은 그곳이 비록 누추하더라도 온화한 기쁨으로 밝아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두 가슴이 한 마음으로 잠들고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가정은 행복을 저축하는 곳이다. 결코 눈물과 아픔을 쌓는 곳이 아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아픔이 먼 훗날에 기쁨과 행복으로 기억되는 그런 추억의 씨알이 되길 빌고 또 빌어 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섬과문화(www.summunwha.com)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박상건기자는 시인이고 성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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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언론학박사,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특별추진위원장,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학회장, 국립등대박물관 운영위원을 지냈다. (사)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저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글쓰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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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인질극 희생양 청소원 주부의 정신적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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