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꽃이 되는 돌이끼....

영랑호 산책길에서 우연히 보게된 돌꽃 아름다워

등록 2009.09.10 11:26수정 2009.09.10 11:2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늘어나는 뱃살 때문에 고민이 많다.
그렇다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다.
술자리가 늘어날수록 커지는 뱃살 만큼이나 아내의 잔소리도 커져만 간다.
마지못해 운동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그렇게 시작된 운동이지만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상쾌하다.
습관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하루다.


어느새 영랑호에도 가을이 왔다.
하나 둘 낙엽이 지고 억새와 갈대가 바람에 몸을 흔들고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문득 영랑호수를 돌다 돌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돌이끼를 보면서 작고한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났다.무형의 존재가 그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새로운 존재로 다가온다는 시인의 마음이 전해졌다.

a  흰 문양석처럼 보이는 돌이끼

흰 문양석처럼 보이는 돌이끼 ⓒ 이동호


a  돌이끼가 말라 돌꽃으로 피었다.

돌이끼가 말라 돌꽃으로 피었다. ⓒ 이동호


a  마치 자개장에 있는 무늬를 보는 듯 화려하다

마치 자개장에 있는 무늬를 보는 듯 화려하다 ⓒ 이동호


a  단풍잎과 검은 돌이끼와 그리고 하얗게 변해버린 돌꽃

단풍잎과 검은 돌이끼와 그리고 하얗게 변해버린 돌꽃 ⓒ 이동호


a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돌이끼...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돌이끼...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 이동호


늘 무의미하게 지나쳤던 그 길가에 어느 날 눈에 들어온 돌꽃......
살아서는 돌이끼로 죽어서는 돌꽃으로 다시 피었다.


예전에 수석 중에 돌을 갈고 다듬은 석화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매끄럽게 다듬어진 그 꽃보다 있는 모습 그대로 말라붙은 돌꽃이 투박하지만 수수하고 정겹다.

돌꽃을 보며 천천히 걷는 영랑호 산책길
아침이 상쾌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영랑호 #돌이끼 #돌꽃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민기자를 통하여 소소한 일상의 삶을 따뜻하게 전하고 싶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생리대가 가을 산행의 필수품?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