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추협에 동교동·상도동이 어디 있나?"

22년여만에 한자리 "지역감정 극복하자"

등록 2009.09.10 16:20수정 2009.09.1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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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0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월례총회를 겸한 자리에서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등 상도동계 인사들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1987년 대통령 선거 후보 단일화 실패로 앙숙 사이로 바뀐 동교동-상도동 '민추협 올드보이'들이 22년여만에 함께 모임을 열고 영·호남 지역감정의 골을 극복하자고 다짐했다.

10일 낮 12시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민주화추진협의회 월례회의에는 120여명의 회원들이 상교동·동교동 할 것 없이 섞여 앉아 투쟁의 추억을 되새기고 화해와 상생의 길을 찾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모임은 상도동계를 대표하는 김덕룡 민추협 이사장(현 대통령 국민통합 특별보좌관)의 제안에 따라 지난달 8일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 양 진영이 대립하고 반목했던 것에 대해 "우리들이 모셨던 지도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두 분이 서로 화해하지 못하고 대립적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도 그분들을 모셨던 입장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늦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원 중에 두 분이 뜻을 나누면서 화해의 기회를 만들어 주셨기 때문에 이제 우리가 편안한 마음으로 이렇게 함께 자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이런 자리에 두 분을 같이 모셨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며 "아쉬움이 있고 한이 남지만 지금부터라도 민주화 투쟁을 했던 순수한 초심으로 돌아가서 지금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뇌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고 당부했다.

민추협 초창기 대변인을 맡았던 한광옥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은 동교동계 대표로 나서 "김대중 전 대통령님 장례식 기간 동안 상주의 입장에서 고생하신 민추협 동지들에게 마음으로부터 감사를 드리고, 저를 비롯한 많은 동교동계 민추협 동지들도 똑같은 마음이다"라며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한 전 비서실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즐겨 썼던 말을 빌어 "도전과 응전, 적극적인 사고방식이 있을 때 국가와 사회가 발전하고 민추협은 그와 같은 정신을 갖고 과거 민주화운동을 해오지 않았느냐"며 "앞으로도 정의로운 일이 무엇인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민추협 회장을 맡고 있는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은 "과거 이땅에 민주화를 있게 한 주인공으로서 우리가 이제 해야 할 일은 우리 손으로 그 골을 더 깊게 만든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가시면서 주신,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넘는 통합과 상생이라는 큰 가르침을 받들어서 민추협이 지역감정의 골을 해소하는데에 앞장설까 같이 고민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언론에서는 억측을 해서 민추협에서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같이 모이는 날이라고 나오기도 했다"며 "이제 민추협에서 동교동계와 상도동이 없죠?"라고 물었고 회원들은 큰 박수로 김 의원의 말에 동의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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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이 10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월례총회를 겸한 자리에 함께 하고 있다. ⓒ 남소연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 계기... 22년여만의 동교동-상도동 한자리

이날 모임은 지난달 18일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과정에서 민추협 회원들이 동교동계, 상도동계 구분 없이 돕고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참석한 회원들은 각 테이블을 돌면서 "연락 좀 하자" "왜 이렇게 보기 힘드냐"면서 반가움을 표시했다.

1984년 5월 18일 정치권에서 반독재민주화운동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김영삼계와 김대중계가 손을 잡고 창립한 민추협은 1987년 대선 과정에서 통일민주당 후보 단일화 실패 뒤 해체됐다. 민추협은 지난 2002년 김영삼·김대중 두 전 대통령을 고문으로 해서 재창립됐지만,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각각 소수의 인원으로 정기 모임을 이어왔다.

한 회원은 "전체 회원들의 3분의 1 가량이 모인 것 같고, 이미 돌아가시거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제외하곤 다 온 것 같다"고 평했다. 이날 모임에는 상도동계에서 박희부 전 의원, 동교동계에서 신순범, 김장곤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한편 민추협 결성 당시 해외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신해 민추협 공동의장대행을 맡았던 김상현 전 의원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또 참석이 기대되던 권노갑, 한화갑, 김옥두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주요인사들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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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이 10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월례총회를 겸한 자리에서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옆자리에 앉고 있다. ⓒ 남소연


#민추협 #김덕룡 #한광옥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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