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사무총장에 국보법 '유죄선고' 판사

김옥신 변호사, 99년 민청노회에 '이적단체' 판결... 14일 전원위원회 거쳐 임명 예정

등록 2009.09.11 16:09수정 2009.09.1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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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1일 오후 6시 10분]

 

국가인권위원회의 새 사무총장 후보로 내정된 김옥신 변호사가 부장판사 시절인 1999년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김 변호사는 14일 오후 3시 전원위원회에서 상임위원들의 심의를 거치게 된다. 이를 통과하면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제청해 사무총장에 임명되는 절차다.

 

1999년 5월 14일 김 변호사가 재판장으로 있던 인천지방 형사합의3부는 민족사랑청년노동자회(이하 민청노회) 회원 7명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이적단체 구성·가입 및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 등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UN도 인권위도 국보법 폐지 권고했는데..."

 

민청노회 회원들은 1998년 12월 "이적단체인 민청노회를 구성했다"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자주·민주·통일을 강령으로 하는 회칙과 사업계획을 채택함으로서 이적단체를 구성하고, 기관지인 '민족사랑의 길'을 5호까지 발행해 이적표현물을 제작·반포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찰은 이들이 북한방송 '구국의 소리' 녹취문을 교재삼아 사상학습을 하고 각종 불법집회와 시위에 조직원을 파견했다고 발표했고 검찰도 처음에는 공소장에서 이 부분을 문제삼았다가 이후 증거 부족으로 이를 삭제했다.

 

그러나 민청노회 회원들은 "검찰이 주장하는 강령이나 회칙을 의결한 사실이 없고 기관지는 회원들의 동향과 인천지역 활동 및 신문기사 등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변호인들도 "국보법은 반국가단체 즉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인데 민청노회는 적용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옥신 당시 부장판사는 "반미 자주화와 북한의 통일방안을 지지하고, 범민련을 적극 지지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민족사랑청년노동자회는 이적단체로 판단된다"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7조와 관련한 법 개폐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사건으로 김 변호사에게 재판을 받았던 김판태 당시 민청노회 사무국장(현 군산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국장)은 "'국보법 철폐', 연방제 통일방안 등 합법적 주장을 한 단체를 '이적'으로 몰아간 것은 명백한 인권탄압"이라면서 "이런 사람이 사무총장이 됐을 때 과연 인권위가 국보법 사건에 대해 전향적으로 판단할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국가보안법은 UN과 인권위도 폐지를 권고한 반인권법인데 이를 근거로 유죄판결을 내린 판사가 어떻게 인권위 사무총장이 될 수 있냐"면서 "김옥신 후보는 인권의 경험은 없고 반인권의 경험만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한 "판결이 난 것이 10년 전 일이라서 김 후보의 반인권 경력이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비공개적으로 긴급하게 사무총장 인선을 처리했기 때문에 공론화가 잘 안된 것"이라면서 인선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삼았다.

 

전격적인 인사... 인권위 관계자들도 후보 몰랐다

 

한편, 이번 사무총장 인사는 내부에서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지난 10일 새 후보를 일부 핵심 관계자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권위는 11일 전원위원회 안건으로 '사무총장 제청' 건을 확정했다.

 

현 위원장은 그동안 "인권에 대해 잘 알면서도 좌우로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 인물"을 인선기준으로 강조해왔다.

 

내부 관계자들은 김옥신 변호사가 후보로 내정된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한 의견과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전원위원회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아직 그 분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어서 뭐라고 말할 수 없다, 저도 이제부터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 사무총장 선임은 그동안 '무색무취'로 평가받은 현병철 위원장의 첫 시험대다. 이전부터 인권위 내부 여러 관계자들이 "다음 사무총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무처 조직의 인적구성과 업무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핵심 직위이기 때문이다.

 

김칠준 전 사무총장은 지난 9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후임 사무총장에게 "인적청산 하지 말고, 3개년 인권행동계획에 따른 전략과제를 잘 챙기고, 인권위 독립성을 수호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옥신 변호사는 경기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9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제주·인천지방법원에서 부장판사를 지냈다. 1999년 변호사로 개업해 제일화재해상보험, 경인방송 등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다. 현재 법무법인 한길에서 일하고 있다.

2009.09.11 16:09 ⓒ 2009 OhmyNews
#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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