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에 출연한 송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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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방송의 특성상 공중파에 비해 선정성 등에 대한 허용 범위가 넓어 솔직한 토크와 대담한 스킨십이 가능했던 <하하호호 부부유친>이 진하고 독한 원액의 맛이라면, 공중파 방송의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하는 <자기야>는 다양한 첨가물로 독한 맛을 희석시킨 칵테일 같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중파의 아슬아슬한 방송 불가선을 지켜가며 대담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을 하는 제작진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1일 저녁 방송된 <자기야>의 주제는 '부부사이 00 하지 마라'. 전회들에 비해 선정적인 주제는 아니었지만 아줌마들끼리 모여 수다 떨기엔 그보다 더 좋은 이야깃거리도 없었다.
"송효범이 너무 솔직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내의 남자친구나 남편의 여자친구 문제 말이야. 혹시 남편한테 그런 이야기 해본 적 있어?""아이구, 말도 마. 우리 남편은 내가 국민학교 동창회 나가는 걸 절대 반대하잖아. 몇 년 전 동창회에서 국민학교 때 날 좋아했던 남자애를 만났거든. 다행히도 멋지게 나이가 들었더라. 그래서 그 이야기를 남편한테 해줬더니 이 남자가 내가 외도라도 한 것처럼 핏대를 세우더라니까. 나 그 뒤로 국민학교 동창회 못 나가잖아.""그러게 너무 솔직하면 손해야. 남자들의 질투가 여자들보다 심하다잖아. 여자들은 솔직히 아무런 감정도 없고 단지 친구로만 생각하는데 남자들은 절대 친구는 없다잖아. 유치하게 시리.""그러고 보면 연예인이나 우리나 다를 게 없어. 김동현 혜은이 부부나 이승신, 김종진 부부나 301호 부부나 302호 부부나 지지고 볶고 사는 건 마찬가지더라." 아줌마들뿐 아니라 남편들에게도 <자기야>는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동안은 알지 못했던 남편에 대한 아내들의 솔직한 심정을 방송을 통해서나마 확인할 수 있으니까. 또 방송 내용을 핑계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부부만의 솔직 대담하면서도 유치찬란한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야> 방송 후 자신들도 스타 부부처럼 솔직한 대화를 나누려고 시도하다 결국엔 싸움이 되어 버렸다는 부부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 역시 <자기야>가 주는 좋은 영향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부부들이 정작 나누어야 할 대화인 아내와 남편의 요구나 기호에 대해서는 유치하다거나 점잖지 못하다는 이유로 적당히 무시하거나, 말하고 싶어도 참고, 인내하며 넘어가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인내와 내숭(?)은 누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기야>는 스타 부부들의 입을 통해 매주 그것을 솔직하게 증명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때려주고 싶은 자기와 <자기야>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