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사랑카드 '불통', 어린이집·부모 '분통'

등록 2009.09.16 10:37수정 2009.09.1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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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 보육료를 전자 바우처 형태로 부모에게 직접 지급하는 정부의 '아이사랑카드' 사업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결제 첫날부터 시스템이 장애를 일으키면서 어린이집 시설 원장과 부모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전국 지자체와 각 시·군 어린이집에 따르면 보육료 결제가 시작된 지난 14일부터 어린이집들이 아이사랑카드를 이용한 결제에 들어갔지만 단말기와 보육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어린이집을 찾은 수많은 부모들이 발길을 돌리는 사태가 빚어졌다.

 

충북 청주의 A어린이집의 경우 오전과 오후 10여 명의 부모들이 보육료 납부를 위해 아이사랑카드를 들고 방문했지만 결제가 되지 않아 1~2시간 이상 기다리는 불편을 감수했다. 충주의 B어린이집 역시 결제가 되지 않아 부모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되돌려 보내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14일에 이어 15일에도 이같은 상황은 계속 발생했으며 결제가 이뤄지지 않은 어린이집들은 부모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결제가 이뤄질 때까지 방문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하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야 했다.

 

전국적으로 아이사랑카드 발급 건수가 74만여 건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로 수만에서 많게는 수십만명의 부모와 어린이집 시설이 불편을 겪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정부의 아이사랑카드헬프데스크(1566-0233)는 관련 문의가 빗발치면서 연결이 잘 되지 않아 부모들과 어린이집들의 불만을 부채질 했다.

 

정부와 지자체 홈페이지에는 이같은 상황이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관계 기관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내는 부모들과 시설 원장들의 글이 이어지는 등 하루종일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A어린이집 원장은 "정부가 시범사업을 거쳐 문제점을 보완했고 수백억원을 들인 아이사랑카드사업이 시행 첫날부터 이렇게 엉터리인 줄은 몰랐다"며 "사업을 철저히 준비하고 홍보를 했음에도 결국에는 부모들은 물론 시설원장들에게도 신뢰를 잃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주부 B모씨(충북 청주시)는 "부모들이 보육시설을 더 편리하게 이용하고 수요자 중심의 보육을 위한다던 사업이 오히려 부모들에게는 특정 신용카드 발급이라는 부담에 불편까지 안겨주는 정책에 불과했다"며 "수많은 돈을 들여 특정 업체 카드만 만들게 할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저렴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게 더 낫다"고 비난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결제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것은 전국적인 사안으로 시스템 작업이 폭주하다보니 이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15일에도 아직까지 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곳이 있고 원인으로는 시스템 장애가 가장 크지만 일부 어린이집도 보육정보시스템 입력이 미숙한 점도 있는 등 처음 사업이 시행된 만큼 시간이 지나면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9.16 10:37ⓒ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이사랑카드 #결제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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