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필화' 주인공, 그녀의 '거침없는 하이킥'

[서평] 작년 보수언론 '촛불 필화' 사건 주인공, 이여영 기자의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등록 2009.09.17 10:56수정 2009.09.17 11:39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2008년 5월 2일 금요일 저녁 일이다. 이날은 광화문 근처에서 있었던 한 북세미나에 참가하고 있었다. 세미나 도중 강사는 같은 시각, 청계천 광장에서 미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덕분에 북세미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집회 현장을 직접 들러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날이 바로 2008년 그해 봄과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촛불 정국'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첫 '촛불들의 모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후 촛불 정국은 우리 사회에 크고 많은 시사점을 남겨주었다. 수입산 식품에 대한 안전문제,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는 새로운 유형의 시민운동, 이를 보도하는 보수와 진보언론의 시각 차이, 자발적으로 현장 소식을 전하는 수많은 1인 미디어 블로거들의 활약 등.


당시 이러한 촛불 정국 가운데 온라인상 블로고스피어를 뜨겁게 달구던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한 보수언론에 몸을 담고 있던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촛불 집회 참관기로 인해 발생했던 이른바 '촛불 필화' 사건. 기자의 이름은 이여영(28).

촛불 정국을 바라보는, 자신이 속한 보수언론의 시각과는 다른 '실제 체험적인' 관점에서 남긴 글은 그녀가 속한 보수언론의 논조에 반하는 행위이자, 조직의 생리에 반기를 든 행위로 규정되었다. 결국 그녀는 해당 언론사에서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하기에 이른다.

그 후로 정확히 1년 후, 언론사 소속 기자가 아닌 프리랜서 기자로서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녀가 자신의 20대 전체적인 삶을 돌아보는 자전적 에세이이자, 20대 여성후배들에게 권하는 체험적 조언서를 한 권의 책으로 내놓았다.

20대 여기자, 세상을 향한 '거침없는 하이킥'

 .
.에디션더블유
신간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에디션더블유 발간)는 언론사 기자로 생활하면서 20년 후 자신이 후회할 일은 남기고 싶지 않았다는 저자의 뚝심과 톡톡튀는 감성, 사회생활을 통해 경험한 인간 심리에 대한 날카로운 안목들을 엿볼 수 있다.


직장생활에서 경험한 사내정치의 역학구조와 권력 앞에 줄을 대는 보수언론사의 행태, '촛불 필화' 사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막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서울대를 나와 슈퍼모델에 도전하고, TV리포터, 언론사 기자, 프리랜서 기자 등 다방면에서 20대 삶을 누려 온 저자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여성후배들에게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었던 자신만의 깨달음을 풀어놓았다. 20대 삶이지만 결코 녹록지 않은 삶의 경험과 지혜들이 담겨 있다.


먼저 이 책은 저자가 대학졸업 후 1년간 취업전쟁에 시달린 끝에 시작한 직장생활에서 보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진솔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20대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직장생활은 경력 관리 문제나 직장 내 인간관계 속에서 평소 생각해 오던 이상과는 다른 혹독한 현실이었다.

여성으로서 직장 안팎으로 '얼굴마담' 취급을 당하는 유쾌하지 못한 경험이나 직장 내에 존재하는 비공식 네트워크, 즉 사내정치의 현실을 목도하는 순간엔 냉혹한 사회생활의 단면구조를 깨닫는다. 또한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유형의 직장인 모습은 이 시대 어느 직장에서도 존재하는, 결국 감내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로 다가온다.

저자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인간관계 현실을 조리 있게 판단하는 안목과 이에 지혜롭게 대처해나가는 방법을 깨닫는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여성이 알아야 할 인간관계의 모든 것을 '단호한 친절함'으로 정리한다. 평소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되, 거부할 때는 거부할 줄 아는 것이다.

저자는 언론사 기자 시절 'J스타일'이라는 라이프스타일 지면 기획안을 스스로의 힘으로 관철시킨다. 인터넷 기사를 담당하는 기자활동에서 얻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인터넷매체 특성상 젊은 독자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밝고, 생생한 기획기사를 지면화해 결국 성공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회사라는 조직 구조는 이러한 성과의 열매를 다른 조직원들에게 넘겨버리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어찌 보면 이러한 일은 직장에서는 흔히 겪을 수 있는 일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래도 저자는 '회사에서 승부를 걸 때는 목숨을 걸라'는 충고를 잊지 않는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 방법과 결단의 시기,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재석, 김구라, 지상렬, 조형기 등 저자가 직접 인터뷰했던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보여주는 캐릭터 분석은 매우 흥미롭다. 무명시절을 거쳐 유명연예인으로 성공하기까지 그들만이 추구해 온 차별화된 캐릭터들은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키우라는 조언으로 남는다.

트렌드,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자로서 영역을 지켜 온 저자는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놀고 잘 일하기 위해서'를 생활의 모토로 삼는다. 맛집에 대한 다양한 정보, 와인과 막걸리에 대한 애찬 등 취재영역과 생활이 따로 분리되지 않은 듯한 저자의 20대 삶은 '와인과 고뇌의 나날들'로 함축된다.

저자는 이 시대 20대 여성, 전문직업인으로서 '된장녀를 위한 변명'을 통해 단지 표피적으로만 보여지는 또래들의 구매행태를 좀 더 내밀하게 분석한다. 그녀들이 생각하고 표현하고 행동하는 데 있어서는 나름의 경제적인 판단과 실속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매도(?)된 듯한 최근 20대 여성들의 구매행태 등 다른 속깊은 측면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자가 프리랜서 기자로 독립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작년 5월 '촛불 필화'사건이었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혼자만 속앓이하고 있었을 법한 당시 사건의 내막과 전개과정, 이후 소회감 등도 담았다. 20대, 여성, 비정규계약직이라는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 타의로 언론사 생활을 정리하게 되고, 라이프스타일 전문프리랜서 기자로 홀로서기까지 저자의 녹록지 않았던 20대 삶.

이 책은 저자의 바람대로 이 시대 20대 여성들에게 먼저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자로서 그동안 사회 현상이나 트렌드, 다양한 인간관계 내면을 분석해 온 저자의 세밀한 감각과 날카로운 안목이 살아 있는 책으로서 가치는 기대 이상이다.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고 싶은' 20대 여성들에게 일독을!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의 저자인 변화경영전문가 구본형씨는 자신의 40대 삶을 정리한 <구본형의 변화이야기>에서 10년 단위로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는 작업에 큰 매력을 느낀다. 저자는 20대나 30대 때부터 이를 기록할 수 있었다면 훨씬 더 젊은 시절에 자신의 세계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작업은 '자신의 과거를 넘어 미래를 향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10년에 한 번씩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는 작업, 예를 들면 이러한 자전적 에세이 집필 등은 매우 매력적인 일로 다가온다. 이런 면에서 서른을 코 앞에 둔 20대 마지막 해에 좌충우돌했던, 하지만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달려왔던 자신의 20대 삶을 '실속있게 정리'할 수 있었던 저자는 성공적인 20대를 보내왔음이 분명하다.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 20대 여자와 사회생활의 모든 것

이여영 지음,
에디션더블유, 2009


#이여영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에디션더블유 #촛불필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4. 4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5. 5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연도별 콘텐츠 보기